[미디어오늘] 탁현민을 강간문화 공범으로 소비하다

특정인을 강간문화에 일조했다고 낙인을 찍고, 정부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논리 없는 극단적 비약으로 일관한 성명서가 이처럼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청와대에 의전비서관으로 승진 재기용되자 여성단체와 녹색당 등 진보정당에서 일제히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강도높은 반대성명을 내고 여론을 주도했다. 여러 매체에서 탁현민 기용 소식에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의 노지민 기자는 탁현민 기용을 비판하는 기류를 보도하면서 기사의 제목을

“탁현민 청와대 복귀? 강간문화 관대한 남성연대”라고 달았다. 기사 제목에 따옴표를 다는 경우는 매체의 의견을 직접 내세우지 않고 인용발언의 뒤에서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여세연의 성명서를 요약해 인용한 것이다. 기자 자신의 의견은 없다. 그러나 이 기사는 인용한 제목에 기대어 사실상 탁현민 복귀를 비판하는 기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흔히 논란을 만들고 싶은 언론사가 객관적인 상황전달인양 하며 ‘논란’이라는 말 뒤에 숨어 사실상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들과 비슷하다.

 

<미디어오늘>의 기사. 젠더정치연구소의 말을 인용해 강간문화라는 용어를 제목과 본문에 반복적으로 쓰고 있다.

 

해당 기사는 절반 이상의 분량을 여세연 성명서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나머지는 수년 전 탁현민 저서의 극단적인 구절을 발췌해 소개한다.

여세연은 성명서에서 “탁현민 기용은 강간문화에 일조한 사람이라도 남성권력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만 하면 얼마든지 공적영역에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청와대가) 성폭력, 성착취 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고, 동시에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리적 비약일 뿐 아니라 탁현민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강간문화라는 개념은 여성운동이 만든 조어일뿐 공적 권위가 부여된 적이 없다. 이들은 성과 관련된 모든 부정적인 요소를 나열하고 이를 뭉뚱그려 강간문화라 자의적으로 칭한다. 이를 아무에게나 적용해 강간문화에 일조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운다. 2017년에 <여성신문>이 탁현민을 여중생 강간범으로 보도했다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음에도 여성운동 진영은 이 폭력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기자 자신이 탁현민의 극단적 표현, 그것도 수년 전 일이며, 이미 사과를 했고, 그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재직 중에 검증이 되었는데도 반복적으로 일부 표현을 문제삼는다. 다른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특정인을 강간문화에 일조했다고 낙인을 찍고, 정부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논리 없는 극단적 비약으로 일관한 성명서가 이처럼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런 식의 보도는 대부분 기자 자신이 페미니스트일 경우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성단체나 여성운동가를 대리하는 수준의 기사가 진보매체에서는 흔하다. 입에 올리기 끔찍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강간이라는 단어를 여성운동가들은 너무 쉽게 입에 올린다. 이제 매체들마저 강간문화라는 말을 무시로 쓴다.

사실상 사멸되어가던 강간이라는 단어를 문화라고 부르며 일상어로 만들고 있는 여성운동가들과 매체들, 그리고 기자들. 이것이 한국 진보매체들의 현실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세연의 성명서 일부. “강간문화에 일조한 사람”,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의 문제적인 주장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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