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라의 어른이라면

2015.08.21 04:35   조회 수 4731

1. 대중에게 공격받는다는 것

지난번 미국 유명대학 두곳에 입학했다는 천재소녀 기사가 거짓말이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요즘 강용석 홍콩 어쩌고 기사가 나오는걸 볼 때.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저 사람과 가족들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이 상황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은 일에 쉽게 화내고, 남의 일에 책임감 없이 비난을 얹고, 자기가 타인의 잘잘못을 판단할 권한이 있는 듯 군다.

대중들에게 욕을 먹고 비난 받는다는것,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사람들에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가십이 되어 조리돌려지는 것. 그게 어떤 건지 겪어본 적은 없지만, 누가 작은 비난의 말을 했을 때 내가 받는 상처를 떠올려보면 상상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일 거라고 짐작한다.

SNS가 확산되면서 이런 일은 더 많아지고, 정도는 심해졌다. 어떤 일이 생기면 즉각 비난하고, 욕을 하고, 조롱한다. 사실 확인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욕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 누구도 자기가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피해자는 생겨난다. 공격받은 사람은 만신창이가 되고, 때로는 삶이 망가진다.

설사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그 잘못이 이런 끔찍함을 감수해야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잘못한 만큼만 벌을 받고, 책임은 대중이 아닌 잘못한 대상에게 정확하게 지게하고, 관음증은 남한테 피해 안끼치고 조용히 처리하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나라의 어른들이라면 좀 그래야하지 않겠는가

2. 사생활 얘기도 나온김에.

주변에 설문조사를 해보니 연인이든 배우자든 파트너의 폰을 본다는 커플이 꽤 많았다.
왜 보냐고 물어보니, 싫지만 의심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사람.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봐도 괜찮다는 사람. 파트넌데 당연히 볼 권리가 있는 관계 아니냐는 사람.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자기 폰을 들여다보는 게 기분 좋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내가 폰을 보는 남자애는 집에 가기전 깨끗하게 세탁하고 들어간단다. 들여다볼걸 알고 정리한 폰을 들여다보며 믿음을 확인하는 관계는 모래성 위에 쌓는 탑 같다.

결혼이든 연애든 독립된 개인이 만나 각자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공동의 영역을 만들고 꾸려가는 것인데, 한국사회는 독립된 둘이 만나 각자의 영역을 없애고 모든 영역을 공동의 소유로 여기는걸 이상적인 관계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애인이든 배우자든 자식이든 내 폰 아니면 들여다보지 않고, 친밀한 관계라 해도 사생활은 존중해주는 것이 근대인의 교양이다. 그런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큰 아이들이라면 사적인 문자나 톡을 공개하며 싸구려 관음을 조장하는 매체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새나라의 어른들이 많아져야 사생활 폭로로 연명하는 찌라시가 존재할 토양을 잃는다.

개인들이 일상에서부터 작은 원칙들을 완고하게 지켜나가는 것, 민주주의와 인권의 싹은 그곳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