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슬로건처럼

2017.05.12 11:40  조회 수 1678

권영길이 처음 후보로 나왔던 때부터 내가 찍었던 후보는 대통령이 된 적 없다. 왜 내 맘 같지 않을까, 왜 더 좋은 선택지가 있는데 몰라줄까,
어떻게 저런 사람을 찍을 수 있을까, 답답하고 야속한 마음이 크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나에게 최선이 타인에겐 아닐 수 있고, 생각보다 그런 사람은 많으며, 그게 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현실임을 받아들인다. 내 선택이 다수의 선택과 다르다 해서 나의 실패가 아니며, 내가 소속된(정서적이건 물리적이건) 진영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타진영의 실패를 바랄 일도 아니다.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며, 누군가에게 차선이든 최악이든 이왕 된 거 누가 하든 잘했으면 좋겠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적어도 지금보다 퇴행하지 않기를, 역사발전의 큰 틀에서 일보라도 전진하기를 바란다.

이번 대선의 당선자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기보다 뒷걸음친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도 버거운 시간이 될 거다. 그래서 사실 조금 안쓰럽다.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게 정치인 걱정이라고 하지만, 당선자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거쳐야 할 지난한 과정과, 그 반동으로 다음에 어떤 세력이 또 집권할지 우려스러워서 그렇다.
잘해야 본전. 딱 그런 국면에서 당선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부디 본전이라도 제대로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좋아했던 그들의 슬로건 처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해 주길. 적어도 그런 세상의 토대라도 놓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