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가해자 선언? 의미 없는 말의 잔치

이선옥 승인 2018.05.02 00:27 의견 0

2017.09.05 00:29  조회 수 3568

그렇게 잠재적 가해자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싶은 남성들은 모형전자발찌라도 차십시요. 자신이 쓰는 언어가 어떤 사회정책적 함의를 갖는지 생각을 좀 하고 말했으면 합니다. 잠재적 가해자라는 언어가 있으려면 그렇게 불리지 않는 사람과 구분되는 차별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성범죄자들은 징역을 살고 난 후에도 신상이 등록되어 공개되고 전자발찌를 채웁니다.

일반 시민은 차지 않는 발찌를 차는 이유는 그들이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면 그렇지 않은 시민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기본권의 제한을 받아야 합니다.

잠재적 가해자는 그런 개념입니다.

그래야 말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런 차이가 없다면 그저 의미 없는 말의 잔치일 뿐입니다 스스로 조심하면서 살겠다는 다짐 정도면 되는 일에 그런 개념을 붙이는 게 어떤 사회정책적 함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생각을 한 번 쯤 해보고 말하시나요?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들에 대해 잠재적 아동학대자라고 하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개념을 만들 때는 신중하게, 사회 보편의 규범과 생활인들의 인식에 맞는 언어를 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센 언어, 선정적인 단어들에 취해서 벌이는 운동은 불안하고 위험합니다.

권리와 권리 아닌 것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목소리 큰 자들이 자의적으로 규범을 독점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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