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응 Q&A 메뉴얼 비판

이선옥 승인 2018.05.02 00:34 의견 0

2017.10.05 20:50  조회 수 4333

명절인가보다.

파더스 마더스 플레인, 와이프 플레인에 지친 친구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가족은 가장 위로가 되어야 할 관계이고, 결혼은 행복하려고 맺은 관계인데.

명절 뭘까.. 진보정당들 현수막도 진보매체 기사들도 작년에 왔던 각설이같다.

현실이 여전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현실이 남루하다고 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마저 같을 필요는 없다.

서로가 미워하지 않고 분노를 동력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해결중심의 사고를 북돋는 기사를 보고싶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피해서사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피로감.

네이트판과 매체기사가 다를게 없다면 굳이 저널리즘이 왜 필요할까. 명절때마다 이런 말에는 이렇게 대꾸해라, 라며 쏘아붙이는 말들을 Q&A로 제시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한심한 존재로 만들고 관계를 파괴하는 방식들.

더구나 의미없는 타인이 하는 말과는 다른 차원의 염려라는 걸 알면서.

악의가 아닌 일에 악의로 대할 필요는 없다.

그걸 새로운 미덕으로 권장하는 진보의 평등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윗세대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인식과 그걸 이해하기 어려운 아랫세대의 한계가 있고, 서로의 사적인 영역에 대해 경계가 모호한 한국적인 문화의 특성도 있다.

그런게 오랜 시간 쌓여 생겨난 현상을 단정적인 언어 몇마디와 태도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조심해야 할 부분들을 지키자는 쪽으로, 계속 계몽해야지.

설득하고 또 설득하고.

서로 미워하지 않으면서, 친밀한 관계들을 해치지 않으면서 변화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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