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 손디아의 “어른”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입니다.

 

ㆍ고단한 삶에 지칠때 ‘한 마디의 위로’

오랜 친구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붙어 지낸 단짝인데 몇 년 전 내가 먼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친구가 결혼할 때 한 번, 아이를 낳았을 때 한 번 상경해서 만나고 온 게 전부다. 내가 서울에 다시 올라온 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자주 만나게 됐다. 그 사이 친구는 신혼을 지나 결혼연차가 제법 쌓였고, 아이도 많이 자랐다.

어느 날 우리는 밤새 놀기로 했다. 아이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집으로 온 친구와 10대 소녀처럼 수다를 떨었다. 사는 얘기, 시댁 식구 얘기, 직장 얘기, 연애 얘기를 나누다 친구가 그랬다.

“지난번에 통화하면서 니가 그랬지? ‘혹시라도 남편이 때리면 언제라도 당장 내 집으로 와. 어떤 경우에도 그건 참고 살지 마.’ 나는 그때 니 말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 불행한 일을 겪더라도 갈 데가 있다는 게…. 고마워.”

그 몇 주 전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분위기가 어두웠다. 우리는 하이톤으로 쉴 새 없이 떠들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며 끊는 사이인데, 그날의 친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남편이랑 싸웠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는 법이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삶의 힘든 순간들을 버티게 해준 말들이 있다.

 

친구는 불행할 때면 그 말을 떠올렸다고 했다. 말 한마디가 주는 위로, 그것이 가져다 준 든든함.

생각해보면 나도 삶의 힘든 순간들을 버티게 해준 말들이 있다.

사랑이 떠났을 때, 상실과 함께 눈을 뜨던 날이면 떠난 사람이 내게 해준 말을 떠올렸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됐어.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그 한마디가 있어 나를 떠난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힘겨운 시기를 지날 수 있었다.

 

<나의 아저씨> ost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한마디의 위로’가 주는 힘이 등장한다. 병든 할머니와 둘뿐인 스물한 살의 지안,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의 죽음을 맞은 지안은 충격으로 넋이 나가고, 그녀 곁에서 마흔다섯의 ‘아저씨’ 동훈이 할머니의 장례를 치러준다.

동훈의 친구들 모두 장례식장에 달려와 외로운 지안의 이웃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이제 혼자가 아니게 됐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꼭 연락하라 했었던 말, 진짜 든든했었어요. 고마워요.”

세상에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던 지안에게 동훈의 한마디는 불행을 견디는 힘이 되어주었고, 지안은 처음으로 웃었다. 지안의 고단한 삶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던 테마곡 손디아의 ‘어른’.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제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불행의 한가운데에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따스한 햇살처럼, 든든한 위로가 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삶을 위로할 자격을 갖추는 일이다.

 

<이선옥(작가·이선옥닷컴 대표)>

 


<어른> 나의 아저씨 ost / 손디아(sondia)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눈을 감아 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제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