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가치추구의 위험: 한남패치와 강남패치 운영자 처벌

이선옥 승인 2022.09.21 16:06 | 최종 수정 2023.12.18 01:12 의견 0

몇년 전 '개똥녀' 사건이 났을 때 많은 언론과 진보진영에서는 이 사건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센 어조로 비판했던 이유는 이른바 '개똥녀'라는 네이밍부터 인터넷 마녀사냥의 형태에 여성혐오의 요소가 있었고, 특정한 개인의 신상을 털고 인터넷으로 공격하는 방식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일탈행위에(설사 범죄라 해도) 사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것이 법치를 기본으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 사회의 원칙이다.

인터넷 폭로와 마녀사냥은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선을 무너뜨리는 사적인 제재이며 다수가 개인에게 가하는 린치다. 진보진영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사회가 가십으로 소비하는 개똥녀 사건에서 누구보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는데, 어느 시점부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사적 제재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게 당연시 되어버렸다.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일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가치 지향이 다른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행동의 규칙, 즉 규범이다.

규범의 전제를 따르지 않을 때 가치 지향은 극단화되기 쉽고 사회의 조화와 평화를 해친다. <강남패치>와 <한남패치> 운영자들이 검거되고 처벌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타인의 신상을 캐고, 공표하고, 범죄와 범죄행위조차 구분하지 않은채 무분별한 폭로를 해놓고도 그럴만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라 자신이 마땅한 응징을 한 것처럼 항변한다.

이들은 정의의 외피를 쓰고 그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일 뿐이다. 가치 지향이 규범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 패치 운영자들처럼 가치 추구와 관계없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박탈감이나 분노, 불만을 분출하는 도구로 타인의 신상을 털고 공격하는 행위가 일어나게 된다.

심지어 범죄라는 인식도 부족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해왔던 진보진영과 진보매체들은 오히려 사회적인 경고 대신 이런 폭로 행위를 지지하고 심지어 엄호하기까지 했다.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에 대한 가치 지향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베와 메갈리아가 지향하는 가치가 애국보수 사회이거나 여성혐오 없는 사회이거나, 처럼 서로 다르다 할지라도 규범인 규칙들은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선이 무너지면 위험한데 이미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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