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피해호소인 단상

이선옥 승인 2021.12.28 16:35 | 최종 수정 2024.01.12 00:54 의견 0
수년 전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지금도 페미니스트로 활발하게 발언중인 남녀와 나눈 대화메모를 발견했다. 그들과 나는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 중이었는데 그들이 내게 한 말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그건 피해호소인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피해호소인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수년 후 벌어진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두고 페미니스트 진영은 고소인을 피해호소인이라 칭한다며 민주당의 페미니스트들을 맹렬하게 비난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거들고 나섰다.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가치판단 없이 상태 자체를 지칭한 말이다.

피해라고 확정한 이들이나 아직 확정하지 못한 이들이나 공히 쓸 수 있는 이 말을 두고 페미니스트들은 히스테리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쓴 사람들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2차 가해자들이라는 논리없는 부풀리기 논법을 여지없이 사용했다.
성폭력 사안에서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만든 것도 자신들이고, 써왔던 것도 자신들이고, 지금도 쓰고 있으면서 남한테는 이 말을 쓴다고 선택적으로 비난하는 비일관성이야말로 페미니스트의 고유한 특성이다.
또 하나, 어떤 개념의 맞고 틀림에 대해 자신들만이 심판할 권리를 가졌다는 오만함과 독선 또한 페미니스트의 특성이다.
또 하나, 동료시민들의 견해와 감정을 피력한 표현에 대해 최대한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몰아세우는 것도 페미니스트의 특성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들은 페미니즘이라는 이념에서 비롯된다.

강성 페미든 온건 페미든 주장과 행동을 보면 비일관성, 심판자 행세, 악의적 해석이라는 위 특성들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착한 페미니즘, 극단적 페미니즘을 분리하여 페미니즘은 필요한데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문제라는 견해를 자주 접한다.
그 둘의 차이는 말을 좀 더 듣기에 거북할만큼 극단적으로 하느냐에 있을 뿐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아래 사진에서 '길가는 한남 죽여버린다'는 레디컬 페미니스트의 피켓이고, 모르는 한국남성이 빌린 폰에 살해위협 메모를 남겼다는 망상에 가까운 발언은 교차성 페미라 불리는 여성민우회의 발언이다.

표현이 거칠 뿐 한국남성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다르지 않음을 쉽사리 알 수 있다.


교차성 페미니즘이라 불리는 온건 페미니즘과 극단적이라 분류되는 레디컬 페미니즘의 공통적인 본질성에 대해서는 아래 이선옥닷컴의 글을 참조하면 된다.

페미니스트의 모순 짚어보기 3-3) 완결편: ‘좋은 페미니즘’, ‘진정한 페미니즘’을 찾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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