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분향소 설치에 여성들이 더 반대한다는 뉴스

이선옥 승인 2023.02.11 17:57 | 최종 수정 2023.12.09 02:19 의견 0

<분향소 설치에 여성들이 더 반대한다는 뉴스를 본 단상>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이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설치하는 데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여성이 남성보다 반대 견해가 높다는 것과, 30대에서 반대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61.7%가 반대했고 35.8%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남성은 59.0%가 반대, 39.8%가 찬성으로 집계됐고, 연령별로 보면 -30대에서 반대한다는 응답이 72.2%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번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에는 여성들의 반대가 더 높다.

사회적 약자, 곤란에 처해 연대를 호소하는 구성원들에 대해 연민과 공감력이 높다는 이유로 진보의 지위를 인정받은 여성들인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왜 반대의 견해가 높은 것일까?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또 남성과 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유의미한 수치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인권사안에서 보여온 여성들의 '피해자'공감 성향으로 볼 때, 약자와 피해자로 분류될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남성보다 반대율이 높은 자체가 이례적이기는 하다.

그간 진보진영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인권감수성이 높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와 공감의식이 높다는 이유로 진보적이라 주장해왔다.

특히 20대 여성들이 진보정당과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낮다는 근거를 들어 새로운 진보정치의 미래라며 찬사를 바쳐왔다.

난민, 성소수자 이슈나 대학 내 청소노동자와 학생들 사이의 갈등의 예를 들어 여성들은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남학생들은 약자감수성이 떨어지는 존재로 가르기도 했다.

정치학자 서복경 교수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인권감수성이 좀 더 높고, 사회적 약자들의 결사권에 대한 지지와 공감이 크다"고 규정한 뒤, 여성이 유독 인권감수성과 권리감수성이 높은 이유는 차별을 당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를 근거로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이라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서복경 교수 뿐 아니라 4.7 재보궐 선거와 대선을 치른 후 거의 모든 진보매체와 정치조직들이 남성은 보수적, 여성은 진보적이라는 공식을 기정사실로 굳혔다.

이번 보도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진보와 보수라는 기존의 개념틀로 현재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성향을 분류하는 것은 낡았을 뿐 아니라 정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잣대를 근거로 도출한 결론을 가지고 진보를 더 우월하게 취급하는 결론으로 내닫는 시사인 등 진보매체류의 주장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20대 여성이 한국 정치의 미래라던 진보매체들의 상찬은 여전히 낯뜨겁다) 기존의 진보/보수 개념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도덕적 우월감도 마찬가지다.

진보는 양심적이고, 진취적이며, 도덕적이고, 자기희생과 헌신을 권장하고, 인권감수성이 높은 집단이다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를 근거로 정의롭다고 인정받던 시대는 지났다.

진보를 대표하는 진보매체, 시민운동단체, 진보정당, 노동운동조직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을 보라.

모든 조직의 사회적 신뢰도는 추락했고, 가장 많이 듣는 비난은 '내로남불'과 '위선' '이중잣대'다.

여성이 더 인권감수성이 높고 진보적이며 사회적약자와 연대한다는 가설은 이번 사안에서는 왜 들어맞지 않을까? 분향소 설치에 반대하는 여성시민은 인권감수성이 낮은 사람들일까? 그렇게 거친 규정을 할 수는 없다.

유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연민을 가졌으면서도 분향소 설치 자체에는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성별이나 세대집단이 더 진보적이라거나 인권감수성이 높다거나 하는 규정을 쉽사리 내릴 일이 아닌 것이다.

'진보' '보수' '인권'과 같은 개념의 정의나 가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달라진 시대를 논평가들이 따라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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