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메갈' 손가락 사태의 특이점 다섯가지

이선옥 승인 2023.12.20 21:46 | 최종 수정 2023.12.21 15:46 의견 0

2016년 처음 '메갈리아' 사태가 일어났을 때 후폭풍을 맞은 곳들이 있다. 우선 메갈리아 옹호 논평을 썼다가 취소하고 당내 거센 반발과 탈당사태를 겪은 정의당이 있다. 당시 정의당 당원게시판에서 화제가 됐던 글이 "차라리 종북을 해라 XXX들아!"였을 정도였다.

2016년 메갈리아 사태 당시 정의당의 당원게시판

진보진영의 매체 시사인도 한국남자를 분석하겠다는 특집기사를 연이어 싣다가 나무위키 분석을 근거로 '성기 사이즈에 민감한, 마이너리티 정서를 가진 반페미니스트 전사들'로 한국남자를 규정하면서 구독취소와 항의사태를 겪었고 독자들이 이탈했다.

시사인의 20대 남자에 대한 분석

시사인 구독취소 사태를 불러온 특집 기사


웹툰업계에서 시작된 사건인지라 웹툰계는 가장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여혐작가 리스트가 등장하고 이에 맞서 예스컷 운동을 벌이는 등 업계가 큰 내홍을 겪었다.

이 전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번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의 상품 속 메갈 손가락 사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와 별개로 2023년에 다시 불거진 메갈 손가락 사태는 이전과는 다른 특이점이 몇 개 있다.

첫째, 주류언론, 특히 방송에서 이 사태를 다루지 않으면서 확장성이 떨어졌다.

경향과 한겨레가 열심히 사건을 키우려 노력하고, 뒤늦게 미디어오늘과 시사인도 거들고 나섰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사건이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페미니스트 집단이 온라인에서 '공론화'를 시작하고, 진보매체들이 바통을 받아 기사화하고, 방송을 타면서 정치권이 반응하던 그간의 행동규칙이 이번에는 먹히지 않았다. 담론장을 일방적으로 장악했던 페미니즘 진영이 쇠락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8년 여 동안 반복된 갈등으로 사회적 피로도가 쌓였고, 주류 매체들이 성별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피곤하거나 민감해서 아예 다루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이는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민감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공정하게 다루는 것이 언론의 의무인데 아예 다루지 않으면 그간 일방적으로 페미니스트 진영의 입장만 내보내던 기울어진 언론 지형이 바로잡힐 기회 또한 사라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비주류 매체들, 그리고 게임산업 관련한 중소 매체들은 이번 사안을 객관적으로 다루면서 주류 친 페미니즘 매체들의 편향된 보도와는 달리 업계의 반응과 실상을 파악하는 데 기여했다. 넥슨 유저들의 혐오반대 모금운동도 주류 매체에서는 볼 수 없었다.

둘째, 정치권의 올드페미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간의 전개과정은 진보매체들이 강단 페미니스트들을 전문가로 내세워 편파적인 논평을 하고, 이를 받은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페미니스트 의원들이 앞장서서 정치 의제화하며 입법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권인숙, 정춘숙, 남윤인순, 서영교, 김상희, 진선미 등 올드 페미니스트들과, 이소영, 고민정, 강선우, 양이원영, 최혜영과 같은 선택적 페미니스트 그룹, 그 외 남자 페미의원들인 송기헌, 장경태 등등이 일제히 입을 다물고 있다.

권인숙 의원은 지역구 행사에 여념이 없다.(권인숙 의원 페이스북)
정춘숙 의원의 지역행사 참여 홍보(정춘숙 의원 페이스북)



특히 권인숙, 정춘숙, 남윤인순 의원들의 경우 이러한 사태가 나면 빠지지 않고 입장을 내던 의원들인데 지역구 출마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만일 이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본인들의 다음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성토했을 것이다. 이들은 신념형 페미니스트라 여겨졌으나 정치권력의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에만 적극적인, 권력형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

장혜영, 박지현과 같은 정치권의 영페미니스트들과 정의당만이 이 사안을 사상검증 여성혐오로 규정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아보인다.

셋째,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그간 페미니스트 진영의 공세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페미니스트 입장만을 옹호했다. 이 불공정함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특히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페미니스트 진영의 여성혐오, 사상검증 공세를 비판하며 이념을 떠나 직업윤리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논평을 했고, 민주당의 이상헌 의원은 사상과 이념을 떠나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의도적 행위를 비판하며 게임사의 대응을 옹호했다. 매우 소수이긴 했지만 그동안의 일방적 페미옹호와 다른 목소리가 나온 점에서 의미있었다. 경향에서는 이 의원들에 대해 혐오 옹호자라는 공격을 했지만 그닥 타격은 없어 보인다.

허은아 의원 페이스북

이상헌 의원 페이스북

게임 유튜브 G식백과 채널에 출연해 손모양을 비판한 류호정 의원

넷째, 류호정 의원의 태세전환이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인 류호정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기존과 다른 입장을 표했다. 해당 손가락이 명백하게 남성에 대한 조롱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진영 내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류호정 의원의 반성 지점은 극단적 '태도'이지 페미니즘 자체의 문제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극단적 태도 또한 페미니즘 이라는 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 하는 착각이 이념은 괜찮은데 일부 극렬한 이들의 행동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도와 이념은 분리될 수 없다. 그러한 태도를 용인하는 지점이 이념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지지자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극단주의자들이 해당 집단을 대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부의 자정기능인데 페미니즘 진영은 그간 내부의 자정노력이라는 것이 없었다. 현재도 없다. 류호정 의원의 반성은 일부 긍정적이나 태도에 한한 것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섯째, 민주노총과 넥슨 노동자들의 불협화음이 있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인 넥슨의 직원들은 사실상 이번 사태의 큰 피해자인데도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넥슨을 비난하는 입장을 냈다. 산하 노조인 넥슨노조와 논의과정이 없었다. 넥슨노조는 내막을 모르면서 여성단체와 연대해 시위를 벌이고 기업을 비난하는 민주노총에 항의했다. 상급단체 탈퇴까지 거론할 정도로 갈등이 있었다.

넥슨노조의 분노를 보도한 조선일보

이번 사안에서는 노동권이라는 권리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사태파악도 못한 채 자기편인 여성단체가 나서면 무조건 옳은 줄 알고 함께 시위에 참여한 민주노총의 관성적인 행태와, 진영논리에 빠진 진보진영의 현재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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