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지식인의 교양

유현준 교수가 출산율을 출생률로 부르는 이유는?

이선옥 승인 2024.03.06 16:59 | 최종 수정 2024.03.06 17:01 의견 0

인문학과 건축의 콜라보를 보여주는 건축가 유현준.
건축, 여행, 도시, 공간이라는 소재들을 건축가라는 전문가적 지식과 인문학적 통찰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내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인플루언서다.

최근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영상을 보면 폐교 문제를 다루며 출산율을 출생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언급한 0.83은 합계 출산율이지 출생률이 아니다. 출산율은 공식 통계용어고 출생률과는 다른 개념이다.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2023년 현재 한국의 출생률은 4.5명이다. 그러므로 0.8을 언급하면서 출생률이 떨어졌다고 하면 '틀린' 것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출산율을 출생률로 부르는 유현준 교수(출처: 유튜브 셜록현준 채널)

유현준 교수는 알쓸신잡, 차이나는 클라스, 세바시 등 대중들에게 교양과 지식을 전달하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공인된 지식인이다. 잡학다식하다는 지식인마저 왜 출산율을 출생률이라고 하는 걸까?

그동안 우리사회는 출산율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써왔다. 이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통계학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페미니스트 집단(여성단체, 서울여성가족재단, 한겨레 페미니스트 기자 등)이 '출산'이 여성억압이며 성차별 용어라는 기이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은 이념집단의 언어지배전략을 실행하는 도구다.
한겨레가 앞장서서 출생률로 부르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와 페미니스트 집단은 출산율이라는 용어사용이?인구감소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린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편다.


그러더니 갑자기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하나둘 페미니스트의 요구에 굴복해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출산율을 출생률로 부르기 시작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출산율 숫자를 언급하고는 출생률이라고 바꿔 부른다. 이들도 분명 예전에는 출산율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것이 공식 용어이고 통계적으로 당연하게 쓰이던 개념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도 '저출산' 대책위원회이지 저출생 대책위원회가 아니다.

그런데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데도 어느날부터 이렇게 바뀌고 있다.

저출산이라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국가적 위기사안을 두고 용어논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 당연한 통계적 개념을 두고 동요를 일으켜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는 이러한 현실, 모두 페미니스트 집단이 만든 문제들이다.

나라에 무슨 역병이 도는 것같다. 페미니스트 집단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알쓸범잡에 출연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엄벌주의가 사회가 좋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 외 다른 사회문제를 언급할 때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견해의 표명이 아닌 사실의 전달일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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