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 관련 정정보도 요청 과정과 결과입니다.

5월20일자 노컷뉴스에서 한겨레21 이재호 기자가 보도한 내용에 대한 정정요청

CBS 노컷뉴스의 프로그램인 ‘굿모닝뉴스 이강민입니다’에서 저 이선옥을 언급한 보도를 했습니다.

한겨레21 이재호 기자가 고정패널로 출연해 시사이슈를 다루는 뉴스 프로그램인데, 지난 5월20일자 ‘대림동 여경·버닝선대인…왜 여혐이냐고요?’ 편에서 이선옥을 실명으로 언급했습니다. 저는 보도가 나간 뒤 제작진과 이재호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정정보도 요청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귀 프로그램이 보도에서 인용한 이선옥 작가입니다. 5월20일자 해당 보도에서 저에 대해 1. 사실의 왜곡, 2. 평판의 실추로 인한 명예 훼손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정정보도를 요청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도내용1.
이강민> 결과적으로 종교계 전체의 성인지감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 안희정 미투 사건 판결에서 언급이 되면서 이 단어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일부에선 이런 개념들이 공격받기도 한다고요?
이재호> 그렇습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우먼스플레인이라는 코너에서 이선옥 작가와 성인지감수성이 재판에 인용된 것에 대해 설명한 방송이 있습니다. 성폭력과 관련해 무고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남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건데요. 전형적인 백래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강민> 백래시? 설명 좀 해줄 수 있을까요?
이재호> 사전적으로는 반격이란 뜻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을 뜻하는 셈인데요. , 페미니즘의 목표가 달성돼 남녀가 동등하게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있으므로 오늘날 페미니즘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거고 결국 페미니즘이 여성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주장들이 여기에 속하는겁니다.

1. 저는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우먼스플레인>방송에서 논거를 들어 비판했습니다. 해당 개념이 대법원에서 2018년 갑자기 판결문에 등장했다는 점, 그 근거도 빈약하다는 점, 그 후 하급심들이 이 개념을 사실상의 새로운 증거법칙으로 도입한 점, 우리 형사법상 새로운 증거법칙은 입법이나, 전원합의체에 의한 판례변경을 통해야 함에도 사법부가 이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도입한 절차상의 문제와 그 적용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제가 비판한 핵심입니다. 단순히 남성들이 무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물론 이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려에서 성인지감수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는 제 주장에 대한 왜곡입니다.

2. 이강민 진행자는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했고, 이재호 기자는 이를 부정적인 공격으로 규정했습니다.(팟빵 다시듣기로 확인한 실제 발언은 “성인지감수성’을 희화화 하고 있다”입니다.) 이 보도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기자 자신이 절대선으로 규정한 후 다른 비판적 주장들을 배제하려는 불공정한 태도에 기반해 있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은 비판의 성역이 아닙니다.

둘째, 합리적 논거들 든 주장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채,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평가로 폄훼하고 있습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제 방송과 기고를 ‘백래시’로 규정하는 것은 제 평판을 떨어트리는 행위입니다. 오히려 귀 프로그램의 보도가 제대로 된 논거를 들지 않은 채 타인의 공적 발언에 대해 폄훼하여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3.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잘못된 것이고 백래시이며 ‘오늘날 페미니즘은 시대착오적이며 여성에게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이재호 기자의 주장 또한 주관적 해석일 뿐입니다. 이는 페미니즘을 성역화한 전제에서만 가능한 주장입니다. 모든 운동에는 비판이 따를 수 있으며 페미니즘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4. 저는 ‘오늘날 페미니즘은 시대착오적이며 여성에게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에서는 제가 마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저는 위 주장 또한 사회운동에 대해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 중의 하나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제가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과 안 한 것은 엄연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보도내용2.
이재호> 좀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성폭력의 대다수는 가해자가 남성이고, 여성이 피해자인 상황이에요. 이 때문에 피해자인 여성들은 남성의 성폭력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극히 소수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자를 가장하고 남성에게 죄를 씌우는 경우가 물론 있겠죠. 이 경우에는 남성이 무고의 피해자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식적이라면 성폭력 피해자, 무고죄 피해자 등 피해자에게 공감을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소수의 무고죄 피해자인 남성에 감정을 이입해서 다수의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을 공격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겁니다.
…….
정리하면 24500명의 성범죄 가해자가 남성인 현실이 있는데도 1200건이 조금 넘는 성범죄 무고 피해자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겁니다.
이재호>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조롱과 전통적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여성혐오에 남성혐오 피해로 맞서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고요. 또 마치 성인지감수성을 여성들이 남성을 모함하기 위한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재호> 양비론의 함정이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혐오도 나쁘고 남성혐오도 나쁘다. 정답은 모든 종류의 혐오가 나쁜 것인데. 한편으론 또 여혐과 남혐이 똑같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구도에서 피해자가 더 많은 그룹이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런 사회적인 구조에서 남성혐오만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립성을 잃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이재호 기자는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공격으로 제 사례를 언급한 후 이후 발언의 전개에서 “소수의 무고죄 피해자인 남성에 감정을 이입해서 다수의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을 공격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조롱”, “성인지감수성이 여성들이 남성을 모함하기 위한 개념으로 인식” 등의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2. 피해상황과 인권을 양적 소수와 다수의 문제로 판단하는 이재호 기자의 인권감수성에 대해 먼저 우려가 들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으며, 특히 “소수 피해 남성에 감정을 이입해 다수 여성들을 공격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발언은 저에 대한 모욕에 해당합니다. 합당한 조치를 요청드립니다.
  3. 이재호 기자의 인권의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듭니다. 특히 페미니즘과 관련한 분야에서 진보언론들의 일방적인 편향성은 저도 여러차례 ‘언더도그마’의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제 주장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 가능하고, 공적 주장에 대한 비판적 의견 개진 또한 언론의 당연한 임무이지만, 그 전제는 객관사실을 근거로, 합리적인 논거를 통해, 공정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4. 무엇보다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는 보도에서 해당인의 주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평판을 떨어트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언론이 한 사람의 사회적 인격을 말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재호 기자와 귀 프로그램의 보도에 대해 유감입니다. 저는 공적 발언과 기고로 사회적 신뢰를 획득해서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위 보도로 실추된 제 명예와, 사실관계 왜곡에 대해 바로잡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19년 7월 15일 이선옥 드림.


최초 문제제기를 한 6월20일부터 7월23일까지 한달 동안 제작진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제작진의 입장은 “방송을 한 날에도 이선옥 작가가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작진 모두 알고 있었고, 위 표현은 이선옥 작가가 아닌 프로그램 전반의 얘기를 한 것이다. 악의적인 보도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 그러나 일부 문구는 주어가 이선옥 작가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론문을 기고한다면 싣겠다. 작가님의 주장을 더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으니 반론보도가 작가님에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제 주장은 제 글을 통해 늘상 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제 주장에 대한 왜곡과 평판의 훼손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반론보다는 정정보도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답했고,

내용에 대한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일부 정정보도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물론 미흡하지만 제작진이 성실하게 논의에 임해주셨고, 악의 없이 한 보도였다는 말을 받아들여서 마무리 했습니다. 최종 정정보도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해당 보도는 “본 내용은 이선옥 작가가 해당 방송에서 언급한 바 없음을 밝힙니다.”라는 일부 정정문구를 아래와 같이 삽입했고, 
  2. 팟빵에 업로드 되어 있는 다시듣기 http://www.podbbang.com/ch/11658?e=23117168 는 방송 마지막에 “이선옥작가가 언급된 부분은 실제 이선옥 작가의 발언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을 삽입했습니다.

이번 사안처럼 노컷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되었지만 실제 발언의 당사자는 한겨레21 기자인 경우 해결방법이 모호했습니다. 저는 둘 모두에게 정정보도 요청문을 보냈고, 이재호 기자께는 다음과 같은 요청을 추가로 드렸습니다.

“이재호 기자님이 언급한 해당 방송내용을 책으로 옮긴 <우먼스플레인> 10장. 성인지감수성? 대법원에 이의 있습니다. 219-245쪽에 제가 한 말들이 나와 있습니다. 실제 제 방송을 듣고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악의적인 왜곡이고, 듣지 않으셨다면 기자로서 불성실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안은 대부분 이재호 기자님의 보도였고, 노컷뉴스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도 메일을 드렸습니다. 제게 성실하게 해명을 하실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기자로서 본인이 보도한 기사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재호 기자는 본인 입장은 방송국을 통해 전달받으라는 말로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주장에는 책임이 따르고 특히 기자는 자신이 보도한 기사에 대해 보통의 사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호 기자의 대응은 유감입니다.

약 한 달 동안 두 줄 짜리 문구를 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보도를 하는 기자들은 이 고통에 대해 헤아리지 못하는 듯 합니다. 이미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해당 보도를 찾아 듣거나 읽는 사람도 별로 없을테니 큰 타격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보도가 되고 난 후의 반론과 정정은 보도 당시의 효과를 갖기 어렵습니다. 신뢰라는게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진보매체의 기자들이 약자에 대해 가지는 연민과 정의감 존중합니다. 다만 이를 구현할 때 타인을 모욕하지 않고도, 더 신중하고 정확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호 기자께서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으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