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D여고의 대형 스쿨미투, 그후 1년 6개월

광주 D여고의 사례를 통해 스쿨미투운동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1년 전 필자는 광주D여고의 대형 스쿨미투 사례를 접했다.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중고등학교에서 이른바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투운동가들은 스쿨미투를 장려하지만 모든 운동은 그늘을 남긴다. 광주D여고는 스쿨미투의 그늘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실제 피해, 얼마간의 의심사례, 무고가 의심되는 상황이 모두 있고, 학교장과 교육청의 불합리한 대처방식, 진보진영의 매몰찬 대응, 성범죄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공적기관들의 외면, 낙인이 찍힌 삶, 후회하는 학생, 안타까운 학부모, 파괴된 학교공동체의 모습이 있다.

이선옥닷컴은 광주D여고의 사례를 통해 스쿨미투운동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당사자인 교사들, 학부모, 학생, 관련자들을 만나 취재했다. 그 첫 글이다.

 

스쿨미투의 그늘

2020년 1월 5일, 주간경향에서 거짓 스쿨미투 사례를 취재해 보도했다.(주간경향 2020. 1월 5일자. 스쿨미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무고한 교사들은?) 학생 다수가 설문지에 특정 교사의 성폭력과 성희롱 발언을 적어낸 것으로 교사가 기소되어 재판 중인 사건이다. 교사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피해 학생이 다수인데다 다른 미투 사례들처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지 3년 만에 여러 학생과 학부모 일부가 진술을 뒤집고 나섰다. 설문지에 과장되게 적은 사실이 있고, 특정 학부모와 교사의 부탁으로 거짓 피해 사실까지 진술했다는 것이다. 구타, 성희롱, 성추행 같은 강도 높은 행위들이 거짓 증언으로 드러났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교사가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재판 결과는 알 수 없다. 여전히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광주 D여고의 대형 스쿨미투, 그 후 16개월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18년 7월, 광주의 D여고에서 스쿨미투가 있었다. 위 학교처럼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근거로 성비위교사를 적발한 사건이다. 학교장은 학생이 성폭력 피해신고를 해와 설문지를 돌렸다고 하였으나, 학생신고와 학부모1인→여교사1인, 학부모1인으로 신고자의 존재를 번복하고 있다. 지금도 교사들은 누구의 고발로 시작되었는지, 신고자의 실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최초 설문조사와 후속 조사를 거치면서 남교사 39명 중 30명이 성비위 교사로 거론되었고, 최종 성비위 교사로 지목된 이들은 즉각 문자로 격리통보를 받고 학생들과 분리되었다. 교육청과 학교는 경찰에 사건을 넘겼고 경찰은 교사 19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학교장과 광주교육청은 해당 교사들에게 한 차례도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소청 방법에 대해서도 통보하지 않았다.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해명이든 사과든 할 기회가 이들에게는 없었다.

검찰에 넘겨진 교사 19명 중 10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기소된 9명 중 2명은 구속상태로, 7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 중이다. 7명 중 3명은 아동학대, 4명은 추행혐의가 적용되었다. 사건 후 1년이 지난 2019년 9월 1심재판 결과, 구속된 2명은 징역형이, 불구속상태의 7명 중 2명에게는 무죄, 5명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졌다. 지금은 2심이 진행 중이다.

 

무혐의를 받아도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는 교사들

그렇다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교사들은 학교에 돌아갔을까?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측은 10명에 대해서도 중징계인 해임을 포함해 정직, 감봉, 경고 등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교사들이 소청을 제기했지만 소청심사위에서도 해임된 3명의 징계는 그대로 인정을 했다. 나머지 교사들도 내용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취소한 후 재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임된 교사들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소청심사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스쿨미투로 처벌받은 교사들의 수는 남자교사 39명 중 22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이들은 문자통보로 학교에서 격리된 뒤 1년6개월의 시간을 학교밖에서 보내고 있다. 행정적으로도 복직이 되어야 할 교사들마저 학교 외 다른 곳으로 출근을 명받아 도서관 등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자리는 비정규 교사들이 대체중이다.

 

교사의 절반 이상이 지목된 사건을 전대미문의 성폭력 사태라는 선정적인 눈으로 볼 뿐, 비정상적인 숫자의 이면을 알아볼 생각은 없다.

 

권위, 권익위, 전교조, 진보진영의 외면

성비위혐의를 받은 교사들 가운데 일부는 교육청과 학교의 대응방식에 항의하며 소명의 기회를 가지려 했다. 이들은 궁여지책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인권위는 수개월동안 답을 하지 않고 있고, 권익위는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진보진영도 같은 입장이다. 전교조는 스쿨미투운동을 지지한다. D여고에서 성비위교사로 지목된 교사들 가운데는 분회장과 부분회장을 포함 전교조의 조합원들이 다수 있다. 그러나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역언론에 사건이 발표되자 교육청은 철저히 수사해서 처벌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합원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해명을 듣는 과정은 없었다.
진보매체들은 스쿨미투의 그늘은 다루지 않는다. 교사의 절반 이상이 지목된 사건을 전대미문의 성폭력 사태라는 선정적인 눈으로 볼 뿐, 비정상적인 숫자의 이면을 알아볼 생각은 없다. 전북과 대전 지역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교사들이 있지만 미투운동이라는 대의에 가려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전남일보의 여성 기자 한 명만이 이 사건을 비판적으로 접근해 취재했다.(전남일보 2019년 9월 15일자. ‘스쿨미투’ 억울한 교사는 없나. 성비위 의심 교사 무차별적 직위해제 광주, 대구 두 곳 뿐)

 

동문회와 학부모의 교사 구명운동, 요지부동인 광주교육청

D여고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의 항변은 모든 공적 기관에서 막혔다. 그러나 재판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기각된 사례가 생겼고, 설문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모의한 정황에 대한 증언도 등장했다. 교사들의 호소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한 총동문회 간부와 졸업생, 학부모들이 구명운동을 벌이고 나섰다.(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년. 11월 04일자. 광주 D여고 ‘미투 무혐의 교사’ 중징계에 동문들 반발-D여고 총동문회 조혜진 회장, 유유희 변호사.) 무혐의 처분을 받은 교사들까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시위를 하기도 한다. 징계일변도의 조치와 초법적인 징계 철회를 요구해보지만 학교와 교육청은 요지부동이다. 스쿨미투에 대한 두 기관의 대처방식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언론도 거의 없다. 지역 언론의 기자가 광주교육청의 대응과 스쿨미투의 위험성을 보도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전남일보 2019년 9월 17일자. 분리와 처벌위주 스쿨미투… 학생들에게 무얼 남겼나)

지금의 스쿨미투는 위험하고 허술하며 교육부의 매뉴얼은 교육적이기보다는 처벌 일변도의 관료적 처리로 기능한다. 피의사실 공표죄나 무죄추정의 원칙이 성범죄 사건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학교와 교육청은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불기소 처리된 교사들에게까지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리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가 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은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설사 무죄판결을 받는다 해도 교육현장에서 성비위 교사라는 낙인은 어떤 회복조치로도 복구될 수 없다.
스쿨미투 이후 1년 6개월, D여고에서 학교와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는 무너지고 구성원들 사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은 위축됐다. 내가 만난 현직 교사들은 이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두렵다고 한다. 스쿨미투가 바꾼 교정의 모습은 과연 우리가 원했던 변화일까?

 

스쿨미투 이대로 괜찮지 않다

미투운동이 중고등학교까지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스쿨미투가 진행 중이다. 여성운동계는 스쿨미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좋은 대의를 가진 운동이라 해도 불합리한 절차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여성계와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운동가들은 피해학생들의 말을 절대적인 진실로 규정하고 비판적인 견해를 비난한다. 학생들이 더 자유롭게 폭로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억압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이들이야말로 이런 사례들을 숙고해야 한다. 피해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폭로당한 남성은 틀림없이 성폭력 가해자라는 도그마에서 빠져나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의의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설마 수백 명이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당연한 의문이 들지라도, 누군가 억울함을 호소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도 안 된다. 모든 제도는 그 가능성까지를 포함해서 만들어야 합리적인 규범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제도 설계자의 의무다.

주간경향에서 보도한 스쿨미투 사건에서 애초 증언을 뒤집은 학생의 바뀐 진술을 보자.

“도덕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처럼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았고, 수업도 재미있게 하는 분이셨어요. 아이들과 장난을 쳐도 성적인 내용이 담긴 농담은 절대로 하지 않으셨어요. 만약 그 선생님이 단 한 번이라도 ‘섹스’라던가, 그런 말을 했다면 남학생들 사이에서 ‘섹스쌤’, ‘섹스교주’ 등의 별명을 붙였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도 설문지에 아무 생각 없이 최대한 나쁘게 썼어요.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요. 당시 반에서 포스트잇이 돌았던 것도 알아요. 애들이 그걸 보고 쓰는 걸 봤거든요. 설문지를 걷는 여자애들이 포스트잇대로 잘 썼는지 확인도 했었어요.”(ㅁ씨·19세·당시 중3)

미투운동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오염된 증언 때문에 신뢰에 타격을 입는다. 미투 운동가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건 운동의 위축이 아니라 동료시민의 삶을 오인사격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더 많은 스쿨미투를 장려하고, 어떤 불안도 없는 자유로운 폭로를 독려하는 지금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오인사격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비단 교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열정과 과잉은 구분되어야 하며, 용기와 함께 책임 또한 반드시 가르쳐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투운동은 분별없는 열정과 책임 없는 용기만을 장려한다. 그 폐허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 광주 D여고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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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톨릭평화방송 2019년. 11월 04일자. 광주 D여고 ‘미투 무혐의 교사’ 중징계에 동문들 반발-D여고 총동문회 조혜진 회장, 유유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