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집단 디지털교도소를 홍보해준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 [MBC]

선택적 인권감수성의 민낯

페미니스트의 주장, 특히 성범죄 관련 영역에서 진보매체들이 공정성과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상실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교도소 사안에서는 특히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가 적극적이었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와 사이코패스들을 처벌하겠다며 신상(얼굴, 전화번호, 직업 등)과 확인되지 않은 범죄내용을 공개해온 온라인 린치 사이트다. N번방 사태 이후 2020년 6,7월경 만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N번방 사태가 불거진 후 ‘주홍글씨’라는 자칭 온라인 자경단이 활동했다. 이들은 N번방 가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제보를 받거나 정보를 수집해 온라인에 뿌렸다. 음란물로 함정을 파서 유인해 성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수법까지 사용하는 등 주홍글씨의 폐해는 컸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피해자들이 생겨났고 지목된 사람의 가족까지 피해를 입었다. 디지털교도소는 당시 인터넷 자경단을 자처했던 주홍글씨 연루자들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온라인 린치 행위와 사적 제재를 비난하고 처벌하라는 여론은 찾기 어려웠다.

 

디지털교도소의 증거조작을 밝혀낸 A교수 기사(중앙일보)

 

지난 9월 9일 미디어오늘은 뉴스 솎아보기 꼭지에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타매체의 보도를 다뤘다. 제목은 ““또다른 인권침해” 비판 쏟아지는 디지털교도소”였다. 미디어오늘은 한겨레의 머리기사를 인용했다.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 의혹이 제기된 사람까지 신상을 공개하는데 사실과 다른 정보가 올라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디지털교도소는 000 가톨릭대 의대 교수를 ‘성범죄자’로 규정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에 등장한 A교수는 성범죄자로 지목돼 얼굴과 함께 모든 신상이 공개된 채 디지털교도소에 ‘수감’됐던 무고한 죄수다. 어떤 종류의 성범죄와도 무관했던 그에게 신상공개는 청천벽력이었다. 사이버린치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어서 그는 죽음의 유혹과 싸워가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수사기관에 전화기를 제출해 디지털교도소의 거짓을 밝혀내 스스로 결백을 입증했다.  A교수처럼 디지털교도소에 수감된 대학생 한 명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9월 9일 ‘디지털교도소’는 논란을 의식한 듯 잠시 폐쇄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위법성과 인권침해 요소가 있으나 사이트 차단은 과잉규제라는 이유를 들어 일부 게시물 차단이라는 솜방망이 제재에 그치자 다시 문을 열었다.

 

<미디어오늘>은 어떻게 디지털교도소를 홍보했나

디지털교도소는 온라인 공간에 사설 감옥을 만들어 무고한 사람까지 죄수로 단정해 수감했다. 설사 실제 성범죄 사실이 있다해도 근대 문명국가에서 사적보복은 범죄행위이다. 타인의 삶을 파탄 내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린치 행위에 대해 과연 우리 언론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페미니스트의 주장, 특히 성범죄 관련 영역에서 진보매체들이 공정성과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상실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교도소 사안에서는 특히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가 적극적이었다. 디지털교도소가 문을 연 시점의 미디어오늘 기사 제목을 보자.

 

‘디지털교도소’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사이트가 떴다: 성범죄자, 살인자, 아동학대자 실명 사진 연락처까지 공개…운영자 “사법부 솜방망이 처벌로 범죄자들은 레벨업 거듭”(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디지털교도소가 떴다는 사실을 알리며 운영자의 말을 인용해 사이트 개설 이유와 목적의 정당성까지 홍보해준다. 해당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회적으로라도 문제의식을 전달하거나 민감한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위법성과 위험성 등 부정적인 면은 다루지 않으면서 디지털교도소의 콘텐츠와 이용 방법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베일에 싸인 운영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그의 입을 빌어 디지털교도소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한다.

그러다 대학생의 사망과 A교수 사례로 사이트의 폐해가 드러나자 미디어오늘은 “또 다른 인권침해 비판 쏟아지는 디지털교도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다. 디지털교도소를 다룬 기사들을 비평하면서 정작 미디어오늘 자신이 과거 디지털교도소를 적극 홍보하며 인권침해에 기여한 사실에 대해서는 반성이나 성찰이 없다. 그야말로 유체이탈 기사다.

 

 

반군게릴라 대장을 인터뷰한 듯한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또한 디지털교도소의 존재를 알리는 데 기여한 매체다. 오마이뉴스는 디지털교도소의 개설을 알리며 ‘악성범죄자 등을 수감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 대문을 소개한다. 이곳에 신상이 공개된 피해자들을 향해 교도소측의 규정을 그대로 따라 악성범죄자라 칭한다.

오마이뉴스는 해외에 있다는 운영자와 인터뷰한 기사를 두차례에 걸쳐 내보내며 비중있게 다뤘다. 제목부터, 기사 내용까지 충실하게 그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 남미에 있다는 디지털교도소 박소장을 인터뷰한 기사는 마치 나쁜 권력에 대항해 정의를 위해 싸우는 반군게릴라 지도자를 접속한 듯한 태도다. 관련기사를 여러 건 보도해 디지털교도소의 존재를 알렸고, 방통위의 일부 게시물 차단 결정 후에는 사이트 전체가 불법임에도 공익성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알려주는 후속 기사도 썼다.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는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사건사고로 다루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디지털교도소를 홍보했다. 같은 시기 최소한 ‘논란’이라는 단어라도 사용한 다른 매체의 보도와 비교해도 편파적인 옹호다.

 

디지털교도소장 잡고 보니 N번방 운영자

지난 10월 11일,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경찰 인터뷰를 통해 해외에서 검거된 디지털교도소장이 N번방의 운영자였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N번방과 같은 끔찍한 성범죄자들을 단죄하겠다던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 자신이 성범죄 가담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공개되었음에도, 디지털교도소 홍보에 앞장섰던 매체들은 이 사실을 보도하거나 취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디지털교도소가 문을 연 지난 7월, 이른바 진보매체들은 대대적인 보도로 사적 린치집단을 옹호했다. MBC는 디지털교도소를 ‘법이 아닌 정의의 이름을 내세워 악당을 응징하는 사이버 배트맨’이라고까지 칭했다. 장슬기 기자는 “오죽하면 대한민국에 사이버 배트맨이 등장했겠느냐”며 옹호한다. 이들에게 디지털교도소에 수감된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기본권, 사생활 침해, 위법성 같은 요소도 중요하지 않다.

사적 제재와 법치 유린, 무죄추정원칙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진보매체들은 탄생의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심지어 국가기관인 방통위마저 공익성을 내세워 명백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MBC의 장슬기 기자는 디지털교도소의 탄생이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얼마나 관대했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했다. 한국사회가 성범죄에 관대하다는 평가는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오히려 디지털교도소 보도는 진보적이며 정의롭다 자부하는 미디어일수록 성범죄 이슈에서 얼마나 몰인권적인지 드러내준다. 피해자(여성)에게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편향적 인권감수성의 위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디지털교도소는 현재 불법게시물에 대한 추가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접속차단 조치됐다. 이제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