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왜곡

오늘날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남성과 동등하게 발휘되거나 보장받지 못하며, 이는 가부장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성은 사회적으로 자원화 되어 있어서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성관계에 소극적이거나, 자원의 가치에 부합하는 대가(독점적 연애, 결혼, 결혼 약속 등)가 주어질 때 섹스를 결심하지만, 남성은 섹슈얼리티가 자원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섹스를 결정하기에 쉽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이를 남성과 여성의 성적 권리차이라 칭한다.

이들은 더 나아가 남녀간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발휘하는데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여성에게 관계의 발전을 약속한 후 섹스하고 책임지지 않는 남성은 구조적 피해자인 여성을 기망한 것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이러한 논리는 두가지 점에서 틀렸으며, 각 개인들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권리개념을 왜곡한다.

첫째, 결정이라는 시점 면에서다.
성적 자기결정권에서 결정이라는 개념은 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지 행위 이후의 시점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를 말하지 않는다. 어떠한 계산과 기대에서 성관계를 결심했든 내가 상대방과 하기로 결정한 것은 성관계라는 행위이지 기대가 아니다.

둘째, 권리에 대한 왜곡 면에서다.
내 주관적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분노나 불행감과 같은 감정적 고통은 권리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를 권리의 범위에 넣기 시작하면 사회는 모든 사람의 다양한 주관적 고통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정치적 올바름이나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도 이 논리다. 이들은 제도적 차별 철폐를 넘어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그리고 그들의 권리를 대리 주장하는 자신을 포함- 가 사회구성원들과 상호작용에서 어떠한 감정적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 사회를 요구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언어를 검열하고 표현을 규제하려 든다.

이러한 법칙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끝없이 예민하게 만들어 권리를 청구하게 된다. 주관적 고통을 내세워 타인의 의사결정과 행위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려 하고, 반대로 타인과 원만하게 교류하는 현명하고 단단한 사람일수록 권리범위가 축소되는 결과를 낳는다.

개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자기책임 아래 각자의 생활을 결정,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2015년 2월 26일 연합뉴스의 간통죄 폐지보도. 헌법재판관들은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해당 조항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여성은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자기 책임 아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가부장제 논리로 이러한 여성의 능력을 부인하는 해석은 오히려 여성의 성적 주체성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발휘되고 말고 하는게 아니라 여성 자신이 보유하고 있고 실행하면 되는 권리이다. 어떤 관계를 기대하고 남성과 섹스했든 행위를 결정한 것은 여성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까지 만족시켰을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성적 행동을 내가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타인에게는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