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과 장혜영이라는 여성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등장을 환영하며 이들을 전폭 지지해온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매체는 '가해자'의 자리에 선 류호정 의원에 대해 어떤 보도를 하고 있을까?
류호정 의원이 비서를 부당해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해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당 차원의 징계와 고소고발로까지 확장되며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성추행 가해자로 당대표를 제명한 데 이어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갑질 논란까지 겹쳐 위기에 빠졌다.
류호정 의원은 스스로 해고노동자임을 내세워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인 정의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1번이 되었다.
그러나 원내 입성한지 채 1년도 안된 지금 부당해고와 갑질을 자행한 '사용자'라 폭로되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류의원측이 주장하는 비서의 평소 문제 행동들이 한 매체에 상세하게 실렸고, 이를 받아적은 매체들로 인해 해당 비서는 업계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부정적인 평판을 얻게됐다.
이는 노동자에게 심각한 피해다.
장혜영 의원과 김종철 대표 사이의 일에서는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를 철저하게 지키며 장의원을 보호하던 정의당과 류호정 의원은 어쩐 일인지 부당해고 피해를 폭로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보호조치에 나서지 않는다.
류호정과 장혜영이라는 여성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등장을 환영하며 이들을 전폭 지지해온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매체는 '가해자'의 자리에 선 류호정 의원에 대해 어떤 보도를 하고 있을까?
원피스 사건 때 한겨레와 경향의 호들갑
<경향신문>은 지난해 8월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등원해 화제가 되자 1면에 그녀의 사진을 배치하고 이런 제목을 달았다.
"'류호정 원피스' 비난서 드러난 남성.기득권 정치현실의 민낯"
<한겨레> 또한 1면에 류호정 의원의 사진을 배치하고
"'양복으로 세운' 50대 남성의 국회, 류호정 '원피스'가 깼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등원을 상찬하는 한겨레와 경향의 보도
이들은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일이 한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듯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과한 보도태도와 달리 50대, 남성, 기득권 국회의원 중 누구도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없었다.
오히려 남성들은 젊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나 평가를 조심스러워하고, 여성의원 일부는 권위를 깬 행위로 지지하는 등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주었다.
이들 진보매체가 말한 비난은 일부 가십성 기사와 그에 딸린 부적절한 댓글들을 부각해 큰 비난을 받은 듯 과장한 면이 있다.
때와 장소에 맞는 적절한 복장인가 하는 지적까지 모두 비난과 성차별 카테고리로 넣어 여성혐오 프레임으로 만들려는 의도 또한 보였다.
다른 진영의 극렬 지지자들이 펴는 댓글 공세나 온라인 댓글문화의 선정성은 '기득권 국회'라는 프레임에 맞는 억압행위가 아니다.
또한 국회라는 장소와 의원이라는 지위에서 적절한 행위였나 하는 문제제기는 여성혐오가 아님에도 이들은 언제나 핍박받는 여성과 기득권 남성으로 평면적인 구도를 만들어 여성문제로 키운다.
<경향신문> 페북지기는 공식계정에 "류의원이 정말 큰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류호정 짱!!" 이라고 썼다가 지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2020년 8월5일자 경향신문 페이스북 계정.
기득권 비판하던 그녀가 기득권이 되자 당혹스러운 진보매체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의원의 작은 행위에 대해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며 극찬하던 <한겨레>와 <경향>은 바로 그 의원이 부당해고와 갑질의 당사자로 떠오르자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한다.
대중들은 다른 사안도 아닌 해고 문제로 논란이 된 류호정 의원과 정의당에 대해 큰 실망과 질타를 표하고 있는데 <한겨레>와 <경향>은 사태 초기 모르쇠로 일관했다.
내 '편'의 허물은 덮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나 여성의원으로서 상찬할 때의 태도와는 극명하게 차이나는 태도를 보면, 불편부당함보다는 진영논리와 페미니즘 옹호가 기준이 된 진보매체의 현실을 볼 수 있다.
<한겨레>는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1월 29일에는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매체들이 대부분 보도를 한 1월 31일에야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해 싣는다.
비서측과 류의원의 공방이 시작된 후 해고노동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국회에 입성한 류의원이 정작 부당해고를 저지른 데 대한 비난여론이 우세해졌다.
류의원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법리상 문제보다 정의당과 류의원이 내세운 노동존중사회라는 지향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용납하지 않겠다던 정의당.
그러자 <한겨레>는 짧은 해석기사를 실으면서 갑자기 '여성 의원에 대한 편견'을 들고 나온다.
<한겨레>는 2월 1일자 기사에서 정의당 사태가 꼬인 데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며
"젊은 여성의원에 대한 편견, 그대는 자유로운가?" 라는 질문으로 갑자기 성차별 공세를 편다.
서영지 기자가 쓴 기사 본문에는 이런 질문을 던질만한 분석내용이 없다.
말 그대로 뜬금없는 공세다.
2월 4일에는
"류호정 ‘비서 면직’ 논란에 정면 대응, 법적 고소·당기위 제소키로" 기사를 통해 류의원 측의 입장문 전문을 개제하며 분량 대부분을 류의원 입장에 할애한다.
해고를 다투는 사안에서 그간 <한겨레>가 보여온 노동자 중심의 기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경향>은 지난해 8월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차림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이런 발언을 실어준 바 있다.
"류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원피스 한 장으로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함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 청년 정치인에 대한 편견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옷이든 편하게 입겠다.
앞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진보매체가 적극 밀어주던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결의가 무색하게 부당해고를 자행한 사용자로 떠올랐다.
탈권위의 상징에서 새로운 꼰대, 젊은 권위주의자라는 조롱의 대상까지 된 상황에서도 '비겁한 정치공작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전형적인 사용자식 대응을 하고 있다.
진보매체에겐 당혹스러운 장면들이다.
<경향>은 야권에서 나온 비난성명을 인용보도 하거나, 정의당 강은미 대표의 말을 인용해 해고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강은미, 류호정 수행비서 해고 논란에 “‘해고’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
-"류호정, 아이 셋 둔 엄마에게 수행비서 맡기다니…" 공분한 야권 보좌진들
비판지점은 남의 입을 빌어 대신하고, 정의당 대표의 말을 빌어 해고가 아니라는 류의원측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다.
자체적으로 이 사태를 심층분석하는 기사는 없다.
류의원의 원피스 해프닝에 대해서는 사설과 기사를 동원해 의미를 부여해주던 <경향>이지만, 정작 해고라는 노동문제가 쟁점이 되자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비서측의 입장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류호정 의원과 비서 사이의 해고논란은 정의당의 당기위원회와 형사고소를 통해 해결될 전망이다.
이런 전개를 지켜보는 진보매체의 당혹스러움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보도할 사안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매체의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류호정 의원과 진보매체 모두 페미니즘에 몰입한 탓에 작은 행위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사안을 성차별이라 주장하며 50대 남성,기득권 국회가 류의원을 억압한 양 허수아비 때리기 구도를 만들어온 이력이 있기에 이번 류의원 사태에 대한 보도는 민망하다.
얼마전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은 자사의 편향 보도를 비난하는 집단성명을 발표했다.
그 정의감과 불편부당에 대한 의지가 왜 페미니즘과 여성편향적 기사에는 작동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특히나 여성기자들을 중심으로 한겨레가 페미니즘 사안에서 일관되게 보여온 편향, 과장, 왜곡, 갈등유발, 비윤리적인 자료인용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내부 성찰이 없는 한 자성의 목소리 또한 선택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원피스 사건에서 <한겨레>와 <경향>이 보도한 제목에 이번 사안을 넣어보면 이런 제목이 가능하다.
-류호정의 부당해고 옹호에서 드러난 여성, 페미니즘 정치현실의 민낯
-원피스로 세운 20대 여성의 진보국회, 류호정의 '갑질'이 깼다
독자들은 진보적 사회의 방향을 노동중심, 노동존중이라 말해온 <한겨레>, <경향>,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노동문제를 다루는 태도에서 오늘날 여성, 페미니즘, 젠더, 성정치에 갇힌 진보의 민낯을 확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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