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부부의 기자회견, 알 권리라는 이름의 폭력

낸시랭이 남편과 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남편을 무섭게 추궁했다. 기자가 아닌 범죄자를 심문하는 사람의 태도였다. 고압적인 자세로 그 남편과 설전을 벌이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의아했다.

낸시랭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왜 전국민이 알아야 하며, 성인 둘이 결혼을 결정해서 하겠다는데 그가 사기꾼이든, 성범죄자든 선택한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삶을 해명하고 그런 추궁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위법한 일을 저질렀다면 사법처리를 받으면 되는 것이고, 낸시랭이 이를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그건 둘의 사생활이다. 속아서 하는 결혼이면 뭐 어쩔것인가.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은 그녀가 감당할 몫일 뿐, 우리에게는 타인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심판할 권한같은 건 없다.

그녀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와는 무관하게 기자회견 중에 했던 그의 말은 경청할 만하다. 전자발찌를 찼는지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기자의 고압적인 추궁에 그가 답했다.

그걸 왜 확인하셔야 합니까. 전과자는 사랑하고 결혼하면 안됩니까?

낸시랭과 왕진진 부부의 기자회견(출처 SBS)

위 짧은 글을 썼는데 여러 반대의견이 올라왔다. 몇 가지 요점을 추려서 이에 대한 답을 정리해본다.

-본인들이 자처한 일이다: 여러 의혹에 대해 본인들이 자처한 기자회견이었다 해도 애초 그 여러 의혹들에 부당한 호기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다중의 호기심이 아니라 사회의 공적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한정된 보도일 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그 방향이 아니라면 가십이 될 뿐이다.

-형사재판의 피의자며 현재형 범죄자다: 형사재판의 피의자는 많다. 그들을 모두 범죄자라 할 수는 없다.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 또 누가 봐도 사기인 행각을 벌이고 다닌다고 해도 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일은 검,경,사법기관의 정확한 조사를 거쳐 검증하고 처벌할 영역이다. 유명인의 남편이어서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사생활은 누구든, 공인이라 해도 보호받아야 하고, 그는 공인도 아니다.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해 중요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그 사건은 별개로 취급할 일이다. 지금 미디어는 이를 별도로 구분해 다루지 않는다. 보도할 필요가 있는 공익적인 사안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다. 연관되어 있다면 더욱 섬세하게 다룰 일이다.

-그의 범죄사실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사안이므로 주민등록증을 공개해라, 내연녀의 존재여부를 말해라, 바지를 걷어 전자발찌를 보여라 하는 것은 기본적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신상정보와 인간관계, 전과기록 등은 가장 내밀하게 보호받아야할 영역이다. 떳떳하면 밝힐 수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가 아니라, 그걸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자체가 문제다. 주장의 순서가 틀렸다. 전자발찌는 국가가 위치 추적을 위해 채우는 것이지 타인에게 노출시켜 비난의 가중처벌을 받으라는 장치가 아니다. 그의 바지를 올려 전자발찌를 발견하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 다중의 의혹이 맞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존재를 타격하는 방식을 쓰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유명인과 결혼을 발표하고 그 유명세를 이용해 더 많은 사기를 칠 우려가 있으니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그 사람은 유명인이 아니다. 미디어가 그를 노출시켜 오히려 유명세를 강화시켜 주고 있다. 사기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지금 재판을 통해 다투고 있는 걸로 안다. 그 절차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낸시랭이라는 사람이 누구를 선택해서 결혼을 발표했는데 너무나 문제적 인간이다, 가명을 쓰고 사업가라 속이고 나이도 속이고 온통 거짓말이다, 전과자다, 성범죄자다. 이 가운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공익적 정보는 없다.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해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를 선택한 낸시랭이 감당해야 할 몫일 뿐인데,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낸시랭의 권리 역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사안마다 구분해서 보기가 필요하다. 한 사건 안에서도 여러 쟁점들이 있다. 현재 재판중인 사건, 과거의 범죄전력, 사생활, 고 장자연 사건, 유명인의 결혼. 이 모든 일들마다 넘지 말아야 할 선, 지켜야 할 원칙, 권리를 대하는 태도가 다 적용된다. 이를 구분해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미디어가 더 섬세하게 접근해 주기를 바란다. 개인의 사생활보다 보편의 기본권에 더 예민하게.

-“나는 죄인이니 내게 돌을 던져 주십시오” 라고 쓴 팻말을 걸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실제 돌을 던지는 건 다른 문제다. 설사 관심을 즐기는 사람이고 권리의 침해마저 감수하겠다고 해도, 그걸 침해하지 않는 것은 내 의무이고 교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