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그것도 공기업과 사기업 일부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보상책마저 없애려고 하는 것은 왜일까?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국가기관의 신경계에 남성차별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얀센 백신을 접종한 예비군과 민방위 대상자들이 군복무로 받은 첫 혜택이라며 감격 아닌 감격의 말을 쏟아낸다.
군가산점제가 폐지된 후 남성들의 강제 군복무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상은 없다.
그나마 공기업 일부와 민간기업 일부에서 군필자 호봉을 더 쳐주거나, 승진심사에 군경력을 합산하는 제도가 남아 있는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가가 성차별 제도 시정이라는 압박을 통해 강제로 없애는 중이다.
2021년 1월, 기획재정부는 승진 심사에 군경력을 반영하지 말라는 인사제도 개선지침을 내렸다.
36개 공기업과 95개 준정부기관, 209개 기타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기재부는 여러 기관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를 내세웠는데 정부기관이 단순히 민원만으로 이러한 지침을 내릴 수는 없다.
기재부는 민원을 제기한 곳이나 민원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으면서 이 제도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교육·배치 및 승진)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조속히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여성계는 성평등과 공정성 실현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의 기사
고용부 또한 수년 전부터 이 제도가 남녀차별이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는데 최근에는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중이다.
남녀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자칫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간 큰 화제가 된 적 없었던 이 사안이 기재부의 전격적인 지침으로 도마에 올랐다.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고, 여성징병 청원이 나흘만에 20만명을 넘기는 등 성별 갈등의 뇌관인 군대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부와 기재부의 주장처럼 승진시에 군대경력을 인정해주는 인사제도는 과연 성차별이며 법위반일까? 군경력을 일괄 배제한다면 인사제도의 공정함이 달성되는 것일까? 인정되는 다른 경력과 군경력의 차이는 무엇이고, 군경력 배제는 군필자들에게 어떠한 불공정으로도 작용하지 않는 것일까? 군경력에 대한 보상과 공정한 인사는 양립불가능한 것일까? 기재부와 고용부는 과연 양립가능한 정책대안을 한 번이라도 고려해 보았을까?
출처: 머니투데이
기재부 지침의 문제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기재부의 성차별 주장은 맞는 것일까?
가상의 공공기관인 'K-연구소'에 여성인 영희씨와 남성인 철수씨가 승진심사 대상이 됐다.
영희씨는 연구소 입사 이전 다른 공공기관에서 2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고, 철수씨는 군복무 의무를 2년간 마치고 입사하였다.
둘 다 연구소에서 4년을 근무해 승진자격요건을 취득하였는데, 기재부의 새 지침에 따르자면 영희씨는 입사 이전 다른 조직체 근무경력을 인정받지만 철수씨는 그 기간 동안 유일한 선택지였던 군복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기재부가 차별이라고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업무관련성이다.
군경력은 해당 기관과 직접 업무관련성이 없으므로 합리적 승진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기도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이 사안을 판단한다면 승진심사 자체가 필요없게 된다.
동일한 직렬의 업무수행자는 똑같은 직급을 부여하고 같은 임금을 주면 될 뿐 그 외 요소를 고려해 가점을 주고 말고 하는 자체가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업무관련성을 보자.
현재 해당기관의 재직 경력이 아닌 다른 사회경력들은 심사를 통해 인정여부를 결정한다.
그 기관에서 맡은 업무가 아닌 이상 어차피 직접 연관성은 모두 배척되는 것이고, 그 외 경력들은 사안마다 평가를 거치므로 군복무 또한 동등한 평가 대상으로서 자격을 갖는다.
인사에서 사회경력이란 이 사회에 협동적으로 기여하는 모든 분야에서의 경력으로 인해 생긴 유·무형의 기량과 지식이 평가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기업체 또는 다른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에서 2년 근무한 것과, 군대에서 2년 복무한 것은 달리 취급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또한 이 요소는 여성과 남성 모두 자신이 취득 가능했던 경력을 모두 산정해주므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
남성이 군복무를 한 2년 동안 의무가 아니어서 사병으로 근무하지 못한 여성도 그 기간에 다른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했다면 당연히 경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오히려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헌법 위반
군은 국가의 조직체이므로 군복무는 국가의 조직체에서 근무한 것이다.
이 경력만 배제하게 되면 인생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경로를 성실하게 밟은 사람 중 여성은 해당 기관에서 2년 일찍 재직하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2년 경력을 쌓아 그 평가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반면, 같은 연도에 태어나 법적으로 허용된 경로를 성실하게 밟은 남성은 아예 그 평가점수만큼 쌓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므로 이는 기계적, 일률적으로 여성에게 유리한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군경력만 평가에 산정하지 않는 행위는 오히려 남성에 대한 차별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제10조에 위반된다. 남녀고용평등법의 간접차별 법리에 따르면
'그 자체는 중립적인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준 자체가 정당한 합리성이 없고 그 기준에 의거할 때 특정 성별만 지배적으로 유리하게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차별에 해당'한다.
또한 동일한 국가 조직체 근무 경력인데 단지 그것이 군 경력이라는 이유만으로 경력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헌법 제39조 제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에서의 불이익한 처우에도 해당한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ㆍ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헌법」 제39조 제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문제는 기재부의 법위반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성은 사병으로 복무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군경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법해석이 이루어졌다면, 승진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근로조건의 차이인 호봉산정에서 군경력을 반영하는 것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결론도 도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임금산정은 문제가 아니지만 승진은 중복혜택이라 문제라는 입장인데 자신들의 법해석 논리에 따르자면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미
군필 포함한 호봉제를 '옛날식 잔재'라며 비판하는 기사가 존재하듯, 진보적인 매체와 여성계는 아직 일부 남아있는 군필 인정 호봉제 또한 성차별적 임금제도라며 없애려 한다.
군경력을 승진심사시 배제하는 조치가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해서 정당화 된다면, 호봉산정에서도 군경력을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곧바로 다음 수순이 될 것이다.
남성의 군복무에 대한 작은 보상책들은 하나하나 사라지는 중이다.
군필호봉제를 비판하는 미디어오늘
그러나 이러한 차별논리는 남성이 의무복무를 할 동안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경력을 쌓을 동등한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성실히 활용한 사람이 쌓은 그 경력은 평가에 동등하게 산정될 수 있다는 면에서 틀린 주장이다.
또한 기재부의 이 지침은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헌법 위반에 더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기존 승진자를 문제 삼는다면 기재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군경력을 승진심사에서 다른 사회경력과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면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앞으로의 경력배제 뿐 아니라 현재 그로 인해 승진한 사람들에 대한 시정조치까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재부와 고용부는 그러한 면까지 감안하고 법위반을 말하는 것일까?
남녀고용평등법은 강행법규이다.
강행법규는 위반을 초래하게 된 원인 사실이나 계기가 과거에 벌어졌는가를 묻지 않고 현재 강행법규 위반이 행해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차별시정 대상이 된다.
차별적 근로조건의 근거가 된 취업규칙이나 기관의 규정은 강행법규를 위반한 규칙이므로 무효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기재부와 고용부의 주장처럼 법 위반이라면 이미 군경력을 인정받아 승진한 사람들은 계급을 강등시켜야 한다.
누군가 기재부와 고용부의 주장을 근거로 이미 시행된 승진에서 자신이 차별을 당했으므로 무효라 주장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재부와 고용부는 이런 문제제기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거나, 이러한 면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이를 고려했다면 지침만 내리고 후폭풍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그것을 새롭게 시행했을 때 제기될 여러 문제들까지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저 금지하고 명령만 내릴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 혼란을 불러오지는 않을지, 특정한 사회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지 세심한 설계와 대책이 필요하다.
기재부와 고용부에는 이러한 책임의 태도가 없다.
국가기관의 신경계에 각인된 남성차별
기재부가 성차별을 시정하겠다며 내린 지침에 따라 인사제도를 변경하면 오히려 이 제도가 성차별이면서 헌법 등 법률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기재부는 지침을 철회하고 대안을 제시해 혼란과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들은 법위반을 하지 않으면서 시행이 가능한 취업규칙을 마련할 수 있다.
만일 최초 승진자격 요건의 기본이 재직기간 6년이라고 할 때 재직기간을 2년 감축해 4년으로 하면서, 동시에 군경력과 그 외 사회경력을 동등하게 경력점수에 포함하는 대안이 가능하다.
이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그리고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합리적 제도라 할 수 있다.
군복무 경력을 국가조직체에서 근무한 정당한 사회경력으로 인정한다는 전제를 지킨다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기재부의 지침은 군복무 경력을 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쓸모도 없는 일로 취급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대안을 책임있게 고려하지 않고 그저 압박을 통해 일방 강제하려 한다.
이러한 지침의 배경에는 남성만 해당하는 의무복무 경력을 고려해 주는 자체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평면적이고 편향적인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민원을 제기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아마 민원제기자들이 여성차별만을 부각해서 요구했을 것이다.
기재부는 목소리 큰 집단의 기세에 휘둘리기만 할 뿐 같은 연령의 남녀가 자신에게 가능했던 인생경로를 성실하게 수행했을 때 차별이 발생하는가를 보지 않았다.
차별을 발생시키지 않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또한 하지 않으면서, 법적으로 군복무를 이행할 수밖에 없었던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초래하고 있다.
기재부의 지침을 거스를 용감한 공기업은 없다.
공기업의 지침은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정부는 공기업에 대한 압박을 통해 민간기업의 자율영역까지 자연스레 지배하려 한다.
국가가 불공정한 이념을 정책의 지향이자 근거로 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나쁜 결과를 오늘 한국사회가 집약해서 보여준다.
마지막 남은, 그것도 공기업과 사기업 일부에만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군경력 보상책마저 없애려고 하는 것은 왜일까?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국가기관이 이처럼 불합리한 사고에 빠져 있는 것은 군복무 자체에 대한 고려와 존중이 없기 때문이고, 활용가능한 기회의 동등성이라는 실질적인 근거는 고려하지 않고 그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현시대에 만연한 잘못된 자유연상에 잠식당해 있기 때문이다.
애초 한 성별만 일방적으로 강제징집하는 현실은 차별로 인식하지 않고, 여성 관점에서만 성차별을 인식하는 이 근원적으로 잘못된 차별기준이 국가기관의 신경계에 각인되어 있는 한, 군복무에 대해 그나마 존재하던 가느다란 보상책은 곧 흔적마저 사라질 것이다.
군복무 보상체계를 요구하는 청원(출처: 뉴스핌)
4.7재보궐 선거로 2030 남성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사실이 드러나자 군가산점제 부활이나 군복무 보상 방안들이 산발적으로 제기됐다.
그러자 여성계와 진보 진영은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군가산점제는 다른 사회구성원의 몫을 빼앗는 약탈적 행위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들은 장애인이나 다른 빈곤계층의 몫을 빼앗는 여성가산점제에 대해서는 같은 비난을 퍼붓지 않는다.
명백하게 희생을 한 개인들에 대해서는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빼앗으면서, 희생의 당사자가 아닌 여성집단 자체에게 주어지는 가산점은 차별 시정을 위한 정당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언제까지 성차별을 오직 여성에 대한 차별로만 인식할 것인가?
기재부는 승진시 군 경력 포함마저 배제하는 지침에 남성들의 저항을 접하자 "군경력자에 대한 합리적 우대까지 폐지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한다.
기재부에 묻고 싶다.
지금 한국사회가 국가를 위해 자유를 희생한 군인들에게 해주고 있는 '합리적 우대'가,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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