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빗’ 단상- 멸종된 지도자들

영화 <호빗> 단상- 멸종된 지도자들 

2015.02.05 21:08    조회 수 3368

 

호빗 완결편이 나오고 트위터 반응들을 보니 개망, 폭망 이런 의견이 다수였다.

흠…이번 호빗은 망했나보군 생각하면서도 나는 호빗을 보면서 등장인물도 다 못외우고(반지의 제왕도 마찬가지)

이름도 다 모르고, 그냥 액션과 패션과 캐릭터 보면서 이야기는 대강 끼워맞추고 보는 관객이라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이나 나한테는 관객과 평단의 반응에 따라 볼지말지 결정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

암튼 그래서 호빗을 보러 갔는데 역시나 이름 아는건 빌보, 골룸, 사루만, 간달프, 레골라스 정도.

나머지는 얼굴보면 기억나는데 이름은 잘 모르고, 나라, 부족, 중간계와 인간계 요정계 등의 관계도 전혀 모른다.

그래도 재밌게 본다. 사람들이 막 어떤 얘기를 거론하면서 이 영화가 망한 이유를 설명하는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그런걸 다 알 수 있지? 나한테는 넘사벽인 일.

이번 호빗은 다른 때랑 달리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있었다.

인간계의 영웅도, 호빗족의 지도자 소린도, 그의 사촌인 어떤 부족 지도자도, 요정대왕 스란두일도, 엄청나게 거대하고 못생긴 부족장도, 늑대해골같이 생긴 나쁜놈도…

악이든 선이든 어떤 지도자도 전투에서 숨는 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자기 군대를 가진 이 지도자들은 대열의 가장 앞에 선다. 병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무기를 휘두르며 적진을 누빈다. 부하들이 싸우는 걸 안전한 곳에서 지켜보다가 숨거나, 후퇴하는 지도자는 없었다.

가장 앞에서, 가장 먼저, 최후까지 싸우는 지도자.

이들의 권력과 권한은 바로 거기에서 나올 것이다.

제 아들 군대 빼기 바쁘고, 벙커에 숨기 바쁘고, 최고통치자가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아랫놈들이 꾸며준 사람이나 껴안고 쇼를 하고,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는 이 지긋지긋한 나라에 너무 치인 탓인지,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전쟁과 전투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해버렸다.

악이라도 좋으니 그런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한 번 구경이나 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쯤 저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