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녹색당 대표 마약사태로 보는 진보라는 진영의 특성

이선옥 승인 2023.04.16 23:34 | 최종 수정 2023.12.09 02:07 의견 0

진보가 시민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조롱을 당하는 건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추상 같으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성과 위선 때문이다.

녹색당의 전 대표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초 흡연과 소지)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녹색당의 김예원 전 공동대표는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지난 2월 28일 녹색당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고 한다.

당시 녹색당은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했다고만 밝혔다'고 보도됐다.

김예원씨는 경찰의 수사대상이 된 것을 안 순간 당에 이 사실을 알렸어야 하고 당은 대처방안을 미리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김씨는 당에 자신의 수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녹색당은 사실을 인지한 순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적 사안으로 다루고 당원과 시민들에게 합당한 조치와 처리를 발표했어야 한다.

언론보도나 경찰 수사 후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당으로서도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녹색당의 대처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녹색당의 꼬리자르기식 대처가 위선적인 것은 김예원씨는 현직 대표시절에 위법행위를 했고, 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렇다면 녹색당은 오히려 이러한 경위를 밝히고 더 추상같은 책임을 물었어야 마땅하다.

공당의 대표로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고의적으로 감춰(만일 당이 알고 있었다면 공범이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과 당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을 선제적으로 밝히고 오히려 가중처벌을 공표해야 합리적이다.

그러나 녹색당은 김예원 전 대표의 경찰수사에 대해 겨우 여섯줄짜리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아래 사진) 사과의 내용도 없고 대국민 입장문도 아닌 당원용 입장문이다.

추후 사법적 판단 등을 숙고하여 조처할 예정이며 근거 없는 추측과 비난은 자제해달라고 한다.

녹색당은 김씨가 현직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당과의 연관성을 최소화 하려 하고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예원씨를 자연인으로 취급하고 보호하려는 의도일까? 김예원씨는 이 사안에서 자연인 김00씨가 될 수 없다.

녹색당의 입장문 진보의 청년정치인이라고 하는 인물들 가운데 공당의 대표로서 자격, 즉 공적 인물로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라는 덕목을 제대로 갖춘 청년을 찾아보기 어렵다.

녹색당만 해도 진보정당의 공동대표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정당으로 이동을 한 신지예 사례가 있다.

신지예의 극단적 행보는 녹색당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행보로 인해 혼란을 겪고 타격을 입은 녹색당에 대해 책임진 일은 없다.

정의당의 청년정치인들이 치는 사고 또한 만만치 않다.

진보라는 진영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표방하며 간판으로 내세운 청년들의 행보는 우왕좌왕 갈팡질팡, 늘 미숙한데다 무책임하다.

이들은 공조직의 대표나 간부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주목을 받고, 개인적인 명예를 얻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만, 조직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뒤처리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수습하는 일, 공적 대의를 추구하기 위해 개인의 손해와 피해를 때로 감수하는 책임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고 당을 지키는 건 그들에게 구태 취급을 받는 올드한 운동가들이다.

그 올드보이들이 세운 간판이라 자업자득이기는 하다.

녹색당은 여섯줄짜리 입장문을 쓰면서 마지막에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한다.

녹색당이 말하는 중심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만일 녹색당의 당론이 대마합법화라면 이 상황에서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녹색당은 대마합법화를 주장하는 정당이므로 당대표의 대마흡연소지 혐의에 대해 사법적 판단은 존중하겠으나 당 차원의 징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론의 비난에 휩쓸려 중심을 잃지 않고 당의 정체성을 지키겠다' 정도의 입장이라면 가능하다.

대마합법화 주장이 아니라면 이 사태에서 녹색당이 지키겠다는 중심은 무엇이란 말인가? 녹색당이 그간 여러 사안에서 타인과 반대 진영을 향해 내놓은 성명서와 논평들을 보면 추상같다.

길고, 선명하며, 단호하고, 도덕적 우월감에 가득차 있다.

정작 자신의 흠결에 대해서는 짧고, 모호하며, 반성이란 없고, 고압적이기까지 하다.

당대표 성추행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형사처벌도 막아선 당 지도부에 항의하던 당원들을 오히려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던 정의당의 모습이 겹친다.

진보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간단하다.

만일 다른 공적 조직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했을 것인가? 공당의 대표가 마약이나 성추행 같은 위법행위를 했다면 당신들은 어떤 입장을 취했을 것인가? 진보라는 진영에게 준법정신으로 무장하고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자신을 돌아보라는 주문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타인을 향해 쏟아낸 비난의 말들을 돌아보고 막상 내 문제가 되니 이렇게밖에 할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으면 하는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악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선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악마화 하지 않고 각자의 한계와 처지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진보에는 없다.

어떤 사안이든 신중하게 접근하고 실질적 해결을 도모하는 정치와 운동, 진영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공적 책임감 또한 진보에서 찾아볼 수 없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데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있고, 자신들이 곧 정의라 믿으며, 타인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권리의식은 비대하면서 책임의식은 초라한 집단.

오늘날 진보라는 진영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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