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고생 중

 

2015.03.01 03:42   조회 수 7743

최근에 트위터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붙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나도 그랬는데 약자의 이름으로 공격성을 발휘하면 참 어렵다.

어쨌든 남성 몇 명이 일부 페미니스트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하니, 가치에 동의하면 태도 가지고 시비 걸지 말라고 하고, 여성이 그런 얘길 하면 남자들한테 사랑 받으려고 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나는 운동가의 태도와 운동의 가치가 연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에서 아래처럼 짧은 글을 하나 썼다.

“노동운동도 늘 그런 주문 받는다. ‘더 부드럽게, 밝게 해라. 다가가기 쉽게 해라. 과격해 보인다’. 그러기 힘든 조건에서도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가치만으로 동의되는 것이라면 쉽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가치와 태도는 뗄 수 없는 요소다.”

글을 쓰고 나서 바로 반론이 들어왔다. 아래가 그 질문들 두 개와 내가 쓴 답이다.

1. 노동운동도 친근하게~ 라는 코멘트에 대해: 노동운동의 경우와 다릅니다. 노동운동의 경우 굳이 ‘편’을 명명한다면 ‘사용자’vs’노동자’의 구도를 가질 텐데, 이 경우 대중의 호의를 사는 것은 중요하겠죠. 대중의 대다수는 노동자이고 잠재적으로 연대 가능한 집단이니까요. 반면 페미니즘의 경우 역시 굳이 억지로 편을 가른다면 ‘남성(기득권자/억압자)’vs’여성(피억압자)’의 구도가 될 텐데, 피억압자에게 억압자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운동을 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덧붙여, ‘나도 그렇게 하니 너도 그래야 한다’는 건 꼰대적이에요.

답변:

어떤 운동이든 대중의 호의를 사는 일은 중요합니다. 페미니즘 선언을 통해 얻고자 한 것도 페미니즘에 호의적인 사람을 더 많이 만들고자 한 것 아니었을까요? 남성이 기득권자이고 억압자라는 구도가 있다고 해서 남성일반을 적으로 돌리고 연대 불가능한 집단으로 만드는 게 페미니즘은 아니라고 봅니다. 연대를 넓히는 데는 그 운동에 나서고 있는 사람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억압자인 남자의 호감을 사도록 운동하라는 뜻으로 단정 지어 버리면 여성운동에 대한 왜곡이 강화될 뿐이지요.

노동운동에 대한 주문은 사실 현재 진보적인 운동들이 모두 겪고 있는 과제입니다. 운동가의 태도를 말하는 것은 대중 일반에게 우리 운동이 매력 있게 보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노동운동이든 여성운동이든 우리의 동지가 되고 지지자가 될 사람들한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가는 매우 중요하지요. 저도 노동운동에서는 그렇게 주문하는 분들에게 섭섭함을 표하기도 합니다만.. 서운한 것은 서운한 것이고 노력할 일인 건 맞다고 인정합니다.

님은 페미니즘 선언에 동참한 많은 남자 분들마저 적으로 돌리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대중의 호의를 얻고 지지와 연대를 끌어내야 하는 면에서는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도 덧붙이자면 억압자인 남자의 호감을 사도록 운동하라고 한 적이 없으며, 나도 그렇게 하니 너도 그래야 한다고 말 한 일도 없습니다. 꼰대라고 하시니 꼰대소릴 들을 수밖에 없지만.. 제가 님에게 꼰대가 되고 말고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저는 여성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샀으면 좋겠고 님이 페미니스트로서 그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2. 뿐만 아니라 나무님께서 타인의 삶에 타격을 주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태도로 지칭하신 것이 김태훈과 송곳 보이콧 움직임 전체를 말하신 건지, 아니면 보이콧을 한 사람들 중 일부를 말하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전자라면 남의 삶 파괴하려고 작정한 쌍년이 된 것에 불쾌함을 느낄 것 같군요. 남양 불매는 남양 사장 인생 망하게 하려는 일이고 네슬레 불매는 네슬레 사장에게 원한 가진 일은 아니잖아요. 저는 저의 보이콧이 정당한 범위 내라고 믿습니다.

답변:

타인의 실제 삶에 타격을 주는 일에 망설임 없는 태도는 여전히 우려스럽습니다. 보이콧 운동자체냐 일부 사람이냐 그렇게 나눈다고 해서 님이 제 의견에 가진 불쾌감이 덜어질 거 같진 않네요. 남양 불매운동을 자꾸 말씀하시는데 기업에 대한 보이콧 운동과 인격을 가진 개인에 대한 공격을 같다고 보지 않습니다.

님은 보이콧이 정당한 범위라고 믿으시니 당연히 그 일에 앞장서셨을 테지요. 저는 그 믿음이 위험하다는 쪽이구요. 각자 생각하는 대로 합시다. 그리고 말씀하실 때 ‘쌍년’ 같은 자극적인 단어는 안 가져오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