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울어버린 말

2017.01.31 16:34   조회 수 2264

나이 들면서 달라지는게 울만한 데서 우는 건 여전한데, 나도 왜 우는지 모르는데 그냥 울어버리는 일이 잦다.
시사잡지를 읽다가, 예능을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불쑥 눈물이 난다.
지식을 습득하는 회로는 낡아져서 공부 하나 하려면 머리가 아픈데, 무언가를 접하고 그것이 눈물이 되어 나오는 회로는 엄청 가동이 빠르다. 일단은 울고 왜 눈물이 났는지 천천히 생각해보는 순간이 점점 잦아진다.
엊그제 밤에는 소파에 앉아 밀린 시사주간지를 보다가 또 불쑥 그랬다.
“쿠바가 내민 흰장미 오바마가 받았다”는 제목의 글.

쿠바 혁명 당시 체 게바라의 부관으로 아마자에 함께 입성했던 호르헤 파라는 2003년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쿠바는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우리가 꿈꾸던 나라를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 최선을 다했고,
우리가 실제 만들 수 있었던 나라를 만들었다”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박정훈)

꿈꾸던 나라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주어진 조건에 최선을 다했다는 노혁명가의 담담한 소회. 혁명을 꿈꿨을 청년,현실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면서 들떴을 그와 동료들, 하지만 이상을 저 앞에 두고 도달하지 못해 좌절했을 순간들이 점점 늘었겠지.
미화하지 않지만 자학하지도 않는 짧은 소회에 무엇이 느껴져서 울었던 걸까. 아무런 수사도 없는 건조한 말인데. 이 담담함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치열하고, 비겁하고, 오만하고, 좌절하고, 다시 들뜨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했을 것이다.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나라를 만든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이미 만들어진 나라와 근대화된 체제에서 태어난 나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인류사에 다시는 경험하기 힘든 혁명과 열정의 주인공들. 그들이 꿈꿨던 세상은 이런 게 아니었을텐데 별은 자꾸만 지고 더 이상 빛나는 별은 없다. 지금 우리들은 그런 꿈조차도 없다. 그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 그걸 희망이라 여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