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 권하는 책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어떻게 다를까? 왜 낙태나 복지 같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할까? 조너선 하트는 <바른 마음>에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도덕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도덕 매트릭스에 따라 세상 일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 추론은 이 결정을 사후에 정당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태에 대해 입장을 정하면 좀처럼 바뀌지 않으며 다른 입장과는 대립이 심화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 합리적으로 사고하여 판단한다는 종래의 믿음과 다른 주장이다.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펼칠까?

저자는 먼저 도덕성의 기원을 추적한다. 과거 많은 학자들이 도덕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주장했다. 진화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마음이 진화적 적응에 맞춰 형성되었으며 각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식을 갖추었다고 설명한다. 선천적인 부분과 후천적인 면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합리적 사고에 근거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직관이 먼저 판단을 내리며 이 결정에 맞는 근거를 하나 둘 만들어낸다. 합리적 추론이란 사후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가 다양한 연령,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와 여러 인지 실험이 드러낸 결과를 종합하면 판단과 합리화는 별개의 과정이란다. 저자는 이를 ‘기수와 코끼리’ 비유로 설명한다.

코끼리 축제에서 코끼리를 부리는 소년

 

도덕적 직관이 코끼리이고 이성은 기수이다. 몸체의 크기처럼 코끼리가 더 강하고 본질적이다. 코끼리가 방향을 정하면 기수는 그 방향에 맞게끔 시중을 들 뿐이다. 기수건 코끼리건 다른 방향은 안중에 없다. 우리는 무엇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에 대한 좋고 싫음을 순식간에 판단하며, 때로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판단을 내린다.

얼마 전에 읽은 ‘진화심리학’ 책에도 이 내용이 나왔다. 컴퓨터로 무엇을 선택하는 실험을 해본 결과 사람은 행동이나 판단이 먼저이며 사고는 후에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성의 힘이란 결국 확증편향 혹은 사후합리화를 강화할 뿐이란 말인가?

 

저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사람이 내리는 여러 결정, 특히 도덕적 판단은 생리적 불쾌감에 근거하기 때문에 잘 바뀌지 않지만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과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바뀌기도 한다. 이것은 일종의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뇌신경세포의 연결망이 생겨난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 과정에서 이성적이고 성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저자는 단지 이성적 추론이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그 힘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도덕성은 어떤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인지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 프레임’ 이론에서 보수주의자는 ‘엄한 아버지 도덕’으로 세상을 보고 진보주의자는 ‘자애로운 부모 도덕’에 따른다고 했다. 조너선 하이트는 사람의 도덕성을 레이코프보다 체계적으로 분류해 도덕 매트릭스를 짰다. 이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부닥친 여러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응 과제들에서 나온다.

 

조너선 하이트 저, <바른 마음>

아이들을 보호하고 보살피기 위한 과제에서 배려/피해 기반이,
쌍방향의 교역 관계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과제에서 공평성/부정 기반이,
단결력 있는 집단을 구성하기 위한 과제에서 충성심/배신 기반이,
위계 서열 내에서 서로 이득을 얻는 관계를 다져야 하는 과제에서 권위/전복 기반이,
오염을 피해야 하는 과제에서 고귀함/추함 기반이 나온다.

저자 이전에 도덕을 연구한 학자들은 배려와 공평성을 도덕의 기반으로 삼았다. 저자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논문들을 리뷰하며 인터넷을 통해 대중의 견해를 모아서 종합해 보니 다른 도덕 기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진보주의자들은 주로 배려와 공평성 기반에 근거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이와 달리 보수주의자들은 다섯 가지 기반을 모두 활용해 판단한다. 진보주의자들은 충성심, 권위, 고귀함 등의 덕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도덕의 핵심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게 도덕적 자산이 더 많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른바 코끼리에게 더 직접적으로 말을 건다. 본능적으로 모든 도덕성 기반을 더 잘 파악하고 자극한다. 세계 어디서나 보수주의자가 훨씬 쉽게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는 이유다. 진보주의자들은 배려와 공평성 뿐만 아니라 다른 도덕 기반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사람들에게 접근해야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도덕은 개인에서 보다 집단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지만 집단을 이루고 협동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수준으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다른 집단보다 더 강한 응집력을 가진 집단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종교가 바로 강한 응집력을 가능하게 했다. 저명한 과학자나 지식인들이 종교를 하등 불필요한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충성심, 권위, 고귀함 등의 덕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도덕의 핵심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게 도덕적 자산이 더 많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 종교야 말로 인간을 결집시켜 자발적으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끔 하여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초석이다. 종교가 부정적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종교는 아니지만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구성원들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생활했다. 성스러움 정도는 아니었어도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느꼈던 고양감은 아직도 생생할 정도다. 종교는 이런 고양감을 손쉽게 가져온다.

 

심장 무게 달기 의식은 영혼, 카(Ka)가 사후세계인 두아트로 가기 위하여 받는 최후의 재판이다. 죽은 자의 심장을 큰 저울에 올려 정의와 지혜의 여신 마트의 깃털로 무게를 재는데, 심장이 마트의 깃털보다 무거울 경우 이승에서 많은 죄를 지었다 하여 괴물 암무트가 심장을 먹어버렸다. 심장을 잃으면 죽은 자의 영혼은 영원히 사후세계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돈다고 이집트 인들은 믿었다. 이것을 일종의 벌이라고 볼수 있다. 반면에 심장과 이 깃털의 무게가 일치하면 죽은자의 영혼(카)는 다시 육체에 남아있는 바(Ba)와 만나 부활한다고 믿었다. (출처 – 위키백과 <사자의 서> 항목)

이 책은 도덕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기실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대부분 도덕에 기반해서 이루어진다. 도덕성을 다룬다는 말은 마음과 심리를 다룬다는 뜻이 된다.

인간은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고 직관적이며 몇 가지 도덕 모듈에 따라 인지적으로 행동하고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이기심을 죽이고 헌신하는 계기가 주어지면 벌떼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인간과 자신에 대해 잘 알수록, 우리의 직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할수록 편견에서 벗어나기 쉽다. 이성과 추론이 제 역할을 다해 무언가를 상상하고 만들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 사람의 마음을 잘 설명한 책이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