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 마르첼로 마시미니 & 줄리오 토노니 저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식의 신비를 벗기려는 노력에 많은 연구자들이 나서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을 다룬 책을 몇 권 읽었다.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강인공지능’이 태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져야 그런 일이 가능한데 ‘마음’과 ‘의식’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의식을 탐구하는 여정이 너무 어려워서 이 분야는 오랫동안 불모지로 남았다.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식의 신비를 벗기려는 노력에 많은 연구자들이 나서고 있다. 이 책 “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를 쓴 두 저자 마르첼로 마시미니와 줄리오 토노니는 ‘정보통합 이론’을 제기하여 의식 연구를 선도하는 과학자다.

우선 의식이 무엇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이다. 또, “모든 정신활동의 기초가 되는 중추신경계의 기능”으로 “타인에게는 경험할 수 없는 그러나 체험자 자신은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현재 느끼고 있는 경험을 말하며 즉 사람은 누구나 깨어 있을 때 무엇가를 향상 느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의식은 항상 작용한다고 할 수 없다. 잠을 잘 때나 수술 때문에 마취가 되었을 때는 의식이 없다. 우리는 감각하는 모든 지각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주의를 기울여 집중한 감각만 의식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의식 상태일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의식에 두 가지 기본적인 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정보의 풍부함’과 ‘정보의 통합’이다.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은 인간의 신경계에 의식을 담당하는 물리적 구조가 있다 가정하고 ‘의식의 신경상관물’을 찾으려 애썼다. 크릭과 같이 연구한 크리스토프 코흐가 쓴 ‘의식’이라는 책에 의식이 어디서 발현하는지 탐구한 여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들과 달리 마시미니와 토노니는 신경계의 물리적 구조보다 정보의 양과 흐름에 주의를 기울였다. 저자들은 의식에 두 가지 기본적인 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정보의 풍부함’과 ‘정보의 통합’이다. 그래서 “어느 신체 시스템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이 있으면 의식이 있다.”고 제시한다.

정보가 풍부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만약 사람이 텅 빈 방에 있으며 밝은지 어두운지 보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보자. 빛의 세기를 감지하는 광다이오드도 설치했다. 사람은 조명이 켜지면 밝다고, 꺼지면 어둡다고 표현할 것이다. 광다이오드도 빛을 감지해서 밝을 때와 어두울 때 다른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만약 조명 색이 노랗고 파랗고 빨갛게 변화한다면 어떨까? 사람은 금세 변화를 알아채고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냥 밝다고 해야할지 색을 말하며 밝다고 해야할지 생각한다. 광다이오드는 색의 변화에도 흔들림이 없다. 사람이 밝다고 표현했다면 다른 수많은 가능성에서 하나를 선택했다는 말이다.

정보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에 따르면 정보량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대신해 일어날 수 있었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의 총수가 클수록 많다.” 의식을 가진 사람은 정보량이 풍부할 때, 그 중에서 어떤 하나의 상태를 가려낼 수 있다.

사람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의 수는 약 1,000억 개에 달한다. 이 중 800억 개가 소뇌에 있다. 그런데 소뇌는 인간의 의식활동과 상관이 없다. 소뇌가 없는 사람은 행동에 문제가 생기지만 의식이 분명하다. 반면에 시상-피질계에는 소뇌보다 적은 수의 신경세포가 있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의식은 사라진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소뇌에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은 각기 독립된 모듈로서 기능한다. 다른 영역과 연결하는 경로가 없다. 그래서 소뇌는 놀라운 속도로 몸의 움직임을 제어하지만 의식이 없다. 자전거를 타는 일이나 피아노를 치는 동작처럼 숙련된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반면 대뇌 피질과 시상은 다른 영역과 종횡무진으로 얽혀 있다. 영화를 볼 때 시각정보는 청각정보와 결합한다. 때로는 기억을 호출하여 영화 내용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더욱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

 

 

저자들은 뇌에서 정보 통합 정도를 계산하는 공식과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고안해서 의식이 있는 상태와 잠을 자거나 마취가 되었을 때처럼 의식이 없는 상태를 비교했다. 경두개 자기 자극을 대뇌 피질에 주고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깨어 있을 때에는 정보도 있고 통합도 있지만 자고 있을 때에는 정보도 잃고 통합도 없었다.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에게도 실험했는데 깨어나기 전 이 기구에서 정보통합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요양병원에서 간혹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저자들이 제시한 두 가지 의식의 특성은 설득력이 있다. 크리스토프 코흐도 의식이 발현하려면 정보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저자들은 이를 측정할 도구도 실제로 구현했다. 물론 아직도 뇌 기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수준은 아니다. 참고는 할 수 있겠다.

정보통합 이론은 의식의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설명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의식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길잡이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