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닷컴은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기사의 문장을 액면 그대로 이해하는 ‘문해력’(literacy)을 넘어, 언론의 보도태도와 기사의 가치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시리즈입니다.
첫 순서로 2018년 6월 7일자 mbc 뉴스 보도의 문제를 다뤘습니다.(편집자 주)
2018년 6월 7일, mbc뉴스는 한 폭행사건을 뉴스로 다뤘다.
보도영상에 나온 장면을 보면 주택가에서 한 성인남성이 둔기(망치)를 들고 다른 남성을 쫓고 있다.
둘은 몸싸움을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됐고, 둔기를 휘두른 가해자는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사건은 건물주와 상가 임차인 사이의 오래된 임대료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3년 째 분쟁 중인 양측은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다툼을 벌이다 임차인이 건물주를 찾아가 둔기를 휘두르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맞게 되었다.
자칫 인명피해까지 일어날 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
mbc 뉴스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페이스북의 계정에 다음과 같이 썼다.
“임대료가 한 번에 4배 오르는 것과 둔기 든 사람에게 쫓기는 것, 여러분들은 어느 쪽이 더 무서우신가요?”
매체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압축해서 내보내는 요약문장은 사건의 정보와 함께 해당 매체의 논조도 함께 담긴다.
위 문장에는 이 사건이 임대료 분쟁이라는 것, 임대료가 한 번에 4배가 올랐다는 것, 둔기를 들고 누군가를 해치려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관계가 담겨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기사는 엉뚱하게도 임대료 인상과, 둔기 든 사람의 폭력 둘 중 어느 쪽이 무서운지를 묻는다.
둔기를 들고 사람을 해한 행위는 있었지만, 실제 사정을 알고 보면 그것보다 더 무서운 일(임대료 4배 인상)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의도가 보이는 문장이다.
2018.
6.
7일자 mbc 뉴스 보도화면 캡처
그럴 수는 있다.
절박한 사정의 누군가가 극단적이고 위법한 행위를 했을 때, 언론은 이들의 행동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알려주고, 독자들이 그 사정까지를 고려해 판단하도록 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다.
해당 뉴스에 따르면 서촌의 한 건물을 강남의 재력가가 사들였고, 해당 지역의 상권이 부흥하면서 임대료를 올리려는 새 건물주와 기존 상가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결국 법원이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몇 차례 강제집행 시도 후 임차인은 가게에서 쫓겨난 상황이고, 감정적으로 격해진 양측은 통화를 하다 결국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mbc 뉴스가 이 사안에서 상가 임차인의 편에 서고 싶다면 방법은 많이 있다.
위 mbc 뉴스의 기사는 임대료 인상이 둔기 폭행만큼 무서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목숨의 위협을 겪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는 적절치 못한 비교이다.
만일 독자들이 나는 둔기를 들고 쫓아오는 상황이 더 무섭다고 한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경제적인 위기상황은 때로 생명의 위협만큼 공포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당장 강도 높은 폭행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그 공포가 절대적이다.
언론이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니 기사의 댓글에서는 누가 더 무서운 일을 저질렀는지 공방을 벌인다.
mbc 뉴스가 이 사안에서 상가 임차인의 편에 서고 싶다면 방법은 많이 있다.
해당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꼼꼼하게 훑고, 어떤 지점에 첨예한 쟁점이 있는지, 그것이 어떤 문제를 담고 있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이 상황까지 오는 동안 무엇이 가장 문제였는지, 차분하게 짚으면서 비록 위법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지만 임차인이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된 저간의 사정을 보도하면 된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겹겹의 문제가 쌓여 터진 사건 자체는 사건사고로 간단히 다루고, 독자들에게는 선정적인 비교를 제시하면서 가볍고 공정하지 못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피해는 상황이지 정체성이 아니다.
임대료 분쟁은 도시의 개발과 맞물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다.
해법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인과 건물주의 대립을 폭행사건이라는 가십에 이슈를 살짝 얹는 식으로 다루기보다는, 차분하고 공정한 태도로 사건의 본질을 짚으면서 해결 중심의 대안을 모색하는 게 막강한 취재력을 가진 공영방송이 취해야 할 태도다.
부적절한 질문을 던진 mbc뉴스
독자들은 임대료 인상과 둔기 폭행 중 어느 쪽이 더 무서운지 답할 필요가 없다.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 우위를 다투는 것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를 이런 식으로 보도한 mbc 뉴스에 유감이다.
사회 구성원 사이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언론보다 해결을 모색하는 언론을 보고 싶다.
우리사회에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들은 단순하지 않다.
일도양단이나 양자택일, 사지선다로 해결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은 임대료 인상과 둔기 폭행 중 어느 쪽이 더 무서운지 답할 필요가 없다.
그 질문에 휘둘리기보다 진지하고 책임 있는 보도를 요구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다. mbc 뉴스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정하면서도 깊이 있는 후속 보도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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