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방식은 틀렸습니다

반대하는 의견의 글을  집단으로 신고해 삭제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부장제 싫다고 파시즘을 소환해서는 안 될 일

나는 분노한다.

에밀 졸라같은 비장한 선언은 아니고 내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화가 난다고 하자니 감정 차원의 얘기로만 한정된 것 같아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문제의식을 함께 표현하고자 ‘분노’라는 단어를 쓴다.

얼마 전 한 매체에 ‘페미니즘, 지성의 무덤이 되다’라는 글을 썼다. 곡절이야 있지만 어쨌든 직설적인 제목으로 글이 나왔고 이런 저런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 중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페이스북에 개인 계정과 ‘이선옥닷컴’ 계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글을 발행하면 두 곳에 함께 올린다. 짧게 본문을 요약한 후 링크를 누르면 이선옥닷컴 페이지로 이동해 전체 글을 읽도록 해두었다.

이 글을 발행한 다음날, 페이스북의 개인 계정과 이선옥닷컴 계정의 글들이 삭제조치 되었다. 개인 계정에서는 이선옥닷컴에 발행한 글을 안내한 전체공개 포스팅만 선별해서 삭제되었고, 닷컴 계정에서는 게시된 모든 글들이 삭제되었다.

페이스북에서는 스팸으로 인정되어 삭제조치 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이리저리 알아보니 스팸글로 신고가 되었다는 거다. 한 두 명의 신고로는 삭제조치가 되지 않고 동시에 여러 건이 들어오면 일단 삭제조치를 한 후 이의제기를 하면 심사를 한다고 한다. 간혹 “이 글 같이 신고해 주세요”하는 요청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내가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라 해도 당신들의 주장이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면 나는 이를 비판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규범을 지켜야만 이 사회에서 각자의 의견을 가지면서 공존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정의가 아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우선 이런 행동을 도모하는 일정한 그룹이 있고, 아마도 내게 반감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라는 게 내 추측이다. 그들이 신고한 글은 페미니즘이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담은 내용들이었다.

나는 이들의 행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적 행동이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핵심인 사회다. 내 글 몇 개가 삭제된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행위를 어디선가 누군가들이 기획하고, 공유하고, 좌표를 찍어 실행하고 있다는 현실이 놀랍다. 내가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다수의 물리력을 동원해 삭제시키겠다는 발상이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민주주의는 ‘다름’이 기본이다. 의견이 다르면 토론하면 된다. 끝내 합의가 불가능한 의견들이 많고 우리의 생각은 평행선일 수도 있다. 그걸 인정하는 기본 위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게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태도이자 의무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라 해도 당신들의 주장이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면 나는 이를 비판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규범을 지켜야만 이 사회에서 각자의 의견을 가지면서 공존할 수 있다.

어떤 플랫폼을 만들어 열심히 당신들의 정의를 실행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정의가 아니다. 나의 정의에 반하는 의견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건 파시스트들이 하는 짓이다. 당신들이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우려스럽다.

가부장제 싫다고 파시즘을 소환해서야 되겠는가.

삭제된 글들은 심의한 결과 스팸이 아니라고 복구조치 되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들의 신념에게도 이건 해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