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리얼돌 규제 주장의 문제점(2):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 개념의 오남용

이선옥 승인 2019.10.04 02:16 | 최종 수정 2023.12.31 19:36 의견 0

리얼돌 규제를 주장하는 이들의 문제점을 총3편에 걸쳐 정리했습니다.

2편에서는 리얼돌 규제의 주요 논점들을 다뤘습니다.

리얼돌 규제 논리는 포르노 금지 주장과 유사하다. 포르노를 둘러싼 합법화 논쟁은 성적 표현물에 대한 국가의 금지와 이에 반대하는 개인 혹은 진영 사이의 오랜 싸움이다. 2편에서는 리얼돌을 반대하고 규제를 주장하는 주요 논리와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실제 인물과 아동을 모방한 리얼돌은 인격권을 침해한다?

실제 인물을 모방했을 경우 현행법을 통해 민형사상 처벌 가능하다.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표현물이 해당 여성의 신고로 처벌받은 사례들이 있다. 남성 연예인을 대상(주인공)으로 한 수위 높은 팬픽, BL(동성애)물들도 창작, 소비, 유통되지만 금지하지는 않는다.

아동모방 리얼돌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아동 일반이라는 추상적인 차원의 인격권을 말한다. 이런 경우 아동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선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몸집이 작으면 아동리얼돌인가, 앳된 얼굴을 묘사하면 아동인가, 각각의 경우 규정이 모호하다. 아청법 논란 때와 같다. 광범위하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금지다. 국가에게 권리 제한의 권한을 부여할 때는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리얼돌은 실제 여성에 대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주장은 포르노에 대한 오래된 주장과 논리 구조가 같다. 여성운동가들은 "포르노는 이론, 강간은 실천"이라고 얘기한다. 포르노를 통해서 여성에 대한 강간을 학습한 남성들이 실제 강간을 실천한다는 주장이지만 입증된 바가 없다. 이 논리대로라면 포르노를 합법화한 많은 나라들의 성범죄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높아야 할 것이다.

이 논리는 리얼돌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실제 여성과 리얼돌을 대상으로 한 자위행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남성을 비하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범죄와 범죄 아닌 것을 구분하고, 실제 성행위와 자위행위를 구분한다.

규제 주장자들은 리얼돌과 성범죄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해도 상관관계는 존재한다고 한다. 만일 상관관계에 대한 통계적 근거가 있다면(물론 없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상관관계에 의한 금지원리를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차의 증가는 자동차 사고의 증가를 불러온다. 여성들의 경제진출은 여성들의 우울증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아이스크림 소비가 증가하면 자살률이 늘어난다는 데이터도 있다. 그러한 이유로 자동차와, 여성의 경제활동과, 아이스크림을 금지할 수 있는가?

또한 포르노를 합법화한 후 강간범죄가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논리는 왜 받아들이지 않는가? 리얼돌을 이용한 후 만족스러워서 실제 여성에 대한 강간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개연성도 수용해야 일관되다. 리얼돌과 실제 성행위 사이에 개연성이 있다는 논리를 주장한다면 개연성은 일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수용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들은 ‘화장을 짙게 하고 노출이 심한 여성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강간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강간범의 주장에서 화장과 노출을 한 사람의 책임은 기각하면서, 성적 도구의 경우에만 인과관계와 책임을 도출하는가? 일반원리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원하는 결과를 위해 선택적으로 주장하는 논리는 합리성의 영역에서 수용될 수 없다.

리얼돌은 여성에 대한 성상품화와 성적 도구화로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성상품화는 여성뿐 아니라 성적인 코드를 담은 모든 표현물에 해당하는 논리다. 성상품화가 문제라면 섹시한 남성의 몸을 드러내는 표현물이나, 남성 스타의 근육질 몸매 등 여러 표현물들이 같이 금지되어야 한다. 무엇을, 어디까지를, 누가, 성상품화라 규정할 것인가? 성상품화는 왜 나쁜가? 개념의 명료화를 위한 노력도, 권리 논증도 없는 위험한 주장이다.

리얼돌이 왜곡된 여성상을 유포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되어야 한다면, 신데렐라 콤플렉스 창작물들, 순정물은 금지되어야 할 것이고, 왜곡된 남성상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영웅물이나 전쟁물도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상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표현물을 금지한다면 많은 표현물이 금지의 덫에 걸린다. 인간상의 왜곡은 모든 판타지물에 다 있는 일이고 사람들은 그 이유로 판타지를 소비한다.

성기 중심으로 남성을 사고하게 한다는 이유로 남성 성기 모양의 딜도도 금지할 수 있다.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한 자위도구도 금지하자고 할 것인가?

여성을 성적 도구화 하기 때문에 리얼돌 이용은 문제라는 주장이 있다. 자위는 남녀 불문 가장 내밀한 행위다.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으면서 성적 취향과 욕망을 만족시키는 행위이므로 이는 성적자기결정권의 영역이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자위도구를 금지한다면 여성을 비하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자위행위는 무엇인가? 자위행위는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하고, 이는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 부당하다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성별을 불문하고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에 해당한다.

리얼돌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sexual objectification)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많은 대상화들과 구분해서 성적인 대상화만 금지되어야 한다면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이유로 즉각 해당 존재에 대한 비하나 왜곡, 인격적 침해를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존재의 성적 아름다움을 거론한다고 해서 인격적 침해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는 대상화라는 용어의 개념을 오남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대상화는 기능적인 특수성을 부각하거나 활용하는 방식과 태도이다. 인간의 신체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입술, 운동기구 홍보를 위한 탄탄한 가슴팍, 머리칼, 얼굴 등등, 필요에 따라 신체의 특수한 부위에 초점을 맞춘 행위가 있다 해서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비인간화라 부르지 않는다.

표현물들은 각각의 표현영역을 가지며, 그 표현이 전인격적인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표현물의 목적과 한계에도 맞지 않는다. 운동기구를 홍보하는데 등장한 근육질의 모델에 열광하는 것은 전인격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운동으로 신체를 잘 관리하는 기능성에 초점을 둔 부분적 판타지이다.

포르노나 리얼돌도 마찬가지다. 성적 도구는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표현물일 뿐 견해를 확인하거나 창출하지 않는다. 성적 욕구는 필요의 영역이지 태도가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견해를 억지로 도출해서 비난하고 표현물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타인의 필요를 억압하고 경시하는 태도이다. 이 태도가 성적대상화 개념을 오남용한다.

규제를 주장하는 자들은 자신이 반대하고자 하는 사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수단으로 대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후, 대상화(objectification)라는 이름을 붙인다. 수단으로 대우하는 측면만 있으면 대상화라는 이름을 붙이고 바로 금지 대상으로 간주한다. 성적 대상화라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즉각 경멸스럽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매도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은 상호 수단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헬스강사는 나의 신체기능을 향상시키는 수단이고 나는 헬스강사의 생계를 위한 수단이다. 교수와 학생, 부모와 자식, 상인과 소비자 등, 모든 인간관계에는 상호 수단적인 측면이 있으며 여기에서 수단이란 ‘나의 욕구와 행복과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대상화의 개념을 남용하면 무엇이든 나쁘게 부를 수 있다.

리얼돌이라는 도구 이용은 성적 대상화이며 이 대상화 때문에 여성이 인간 이하의 존재로 격하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존엄성 개념 이미지에 의한 주장일 뿐, 이 사안에서 사실상 객체화는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다.(성적 대상화에서 금지를 도출하는 것은 대상화(objectification)가 아니라 성(sexual)에 있다. 리얼돌에서 성적 대상화라는 용어는 동의능력, 행위능력, 자기결정능력이 있는 주체를 다룬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래 금지가 가지고 있는 맥락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대상화보다 객체화라는 용어가 적절하다.)

기능적인 특수성을 부각해서 활용하는 다른 활동들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성적인 것을 표현하면 ‘대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차별적 용어 사용이다. 이러한 차별적 용어 사용은 섹스 자체가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반육체적, 청교도적인 성혐오주의에 근거한다.(3편에서 계속)


<관련기사>


참조: 리얼돌 규제 문제를 다룬 이선옥TV 영상들

리얼돌은 여성과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IX0VhkMck&t=83s

리얼돌 이용은 실제 강간범죄로 이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y_rl2oliSw4&t=34s

리얼돌은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로 여성의 존엄을 훼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at7Tt6JLS4&t=34s

리얼돌 규제 주장자들의 논리, 무엇이 문제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8QtM5w-_flg&t=3s

저작권자 ⓒ 이선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