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무책임과 남탓

<한겨레>의 'CCTV 예산이 어린이 도서관을 잡아먹었다' 칼럼의 문제

이선옥 승인 2024.01.30 18:49 | 최종 수정 2024.01.31 11:11 의견 0

어린이 도서관 폐쇄는 왜곡된 선동에 앞장선 <한겨레>가 만든 세상

"아니, 여성들이 그토록 공포스럽다는데 그것 좀 들어주면 안됩니까!"

2년전쯤 JTBC 가면토론회 녹화 때 진보측 패널이자 닉네임 AI로 출연한 남성이 한 말이다. 당시 주제는 성별갈등이었고, 여가부 폐지, 성범죄, 할당제 등을 두고 양측이 토론을 벌였다.

당시 성범죄 공포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나와 닉네임 마라탕님은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가 실제 현실을 냉정하게 보기보다는 미디어와 페미니즘 운동 진영의 선정적 보도와 주장에 영향을 받아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한 예로 서울시의 화장실 몰카 탐지는 수십억을 들였음에도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하는 예산 낭비로 귀결됐고, 이는 실질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땜질 처방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이다라며 이성적 대처를 강조했다.

반면 AI님은 현실이 그렇다해도 자기 아내의 경우도 공중화장실 들어가기가 무섭다고 한다며 반론을 폈다. 나는 강력범죄 피해 대상이 여성 80퍼센트 이상이라는 페미니스트 진영의 주장이 어떻게 왜곡된 것인지와 범죄통계 카테고리를 바꿔 여성들이 실제 이상의 과잉된 공포를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마라탕님 또한 예산이 잘못 집행되는 문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대처들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AI님이 위와 같이 "그것 좀 들어주면 안됩니까!"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어떤 정책은 실질적 해결보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쓰일 수도 있다. 정서적 위안과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그러한 주장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는 그러한 영역에 포함될 수 없다.

범죄에 대한 공포는 범죄가 예방되거나, 줄어들거나, 사라져야 해결이 되는 것이지 '자, 몰카 탐지했는데 안나왔으니까 안심하세요' 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몰카는 아무리 탐지한다 해도 계속 설치될 수도 있고, 공중 화장실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나올 수도 있으므로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1년곳을 뒤졌으나 몰카를 하나도 찾지 못한 서울시(출처: 조선일보)

우리나라의 치안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젊은 여성들의 공포는 치안이 아주 불안한 사회의 여성들보다 훨씬 크다. 이런 현실은 여성들의 공포가 실제 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국가는 예방과 처벌에 주력하면서도 그러한 영향 요인을 살펴 과장된 공포를 덜어내도록 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떠했는가? 모든 국가기관이 여성들이 그렇게 무섭다고 하면 좀 해줄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사고에 빠졌다.

젊은 여성 80%가 범죄 불안에 시달린다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출처: 국민일보)
실제 피해보다 불안이 더 큰 한국사회



여성안심 귀갓길, 여성안심 택배, 여성안심 주택, 여성안심 잠금장치, 여성안심 보안관, 여성안심 몰카탐지... 등등 실효성이 입증되든 아니든 여성이 원하는 모든 것들은 과학과 효율이 아닌 공포와 포퓰리즘에 의해 착착 실행 중이다.

페미니스트 진영의 주장을 국가기관이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당장의 감정적 분노와 공포를 수용한 정책들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분배체계를 왜곡시켜 결국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한겨레>가 CCTV예산이 어린이 도서관을 잡아먹었다며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서울시와 지자체들이 성범죄 예방 대책으로 CCTV를 증설하면서 다른 예산들을 줄이는데 그 과정에 도서관이 폐쇄됐다는 것이다.

<한겨레>의 칼럼. 성범죄에 대한 이성적 대처를 촉구한다. 그동안 한겨레는 성범죄에 대해 비이성적 주장을 펴왔다.

한겨레의 칼럼은 관악구와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비판인데 순서와 대상이 틀렸다. 그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여자라서 죽었다, 여자들이 외출할 수 없는 나라다, 여자들이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다' 라는 왜곡된 선동을 앞장서서 했던 게 한겨레다.

페미니스트 진영이 들고 일어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범죄 불안에 시달리는 여성시민들이 동조하니 당장 국가의 관료들은 눈에 보이는 정책을 해야 한다. 이 때 시급하게 무언가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정책이랄게 무엇인가?

고 박원순 시장처럼 모든 공중화장실의 몰카를 탐지하겠다는 정책, 모든 길에 더 많은 CCTV를 달아 예방하겠다는 정책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순서다.

애초 비과학적 선동에 앞장서놓고 그러한 예산 배정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다른 가치가 훼손되니 이제 와 지자체와 정치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 또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언제나 예산은 한정돼 있고, 그래서 정의롭고 합리적 분배가 중요하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진보진영은 페미니스트들의 비과학적 선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합리적 설득 시도도 하지 않다가, 문제가 되면 또 남의 탓으로만 책임을 돌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무책임과 남탓이야말로 오늘날 페미니즘과 피씨주의에 빠진 진보의 고질적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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