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서 친고죄를 폐지한 취지에 대한 현직 판사의 왜곡. 2)

대구지방법원 류영재 판사의 주장에 대한 논박

  • 피해자 의사 존중과 친고죄 폐지는 대립된 게 아니며 친고죄를 폐지한 입법취지와도 부합한다는 페미니스트의 주장은 왜 틀렸는지 시리즈 가운데,
    입법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현직 판사의 글을 본래의 법해석으로 논박하는 두번 째 글이다. 

특히 성범죄에 대해 직접 판결을 담당하는 현직 판사의 글은 더 문제적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해 온 대구지방법원 류영재 판사는 이번에는 친고죄 폐지에 대해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입법취지를 왜곡하고 있다.

많은 견해 중에 특별히 류영재 판사의 글에 대해 논박하는 이유는 현직 판사라는 그녀의 신분이 대중들에게 법해석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녀의 글에는 페미니스트와 이에 동조하는 법학자와 변호사들이 가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다거나,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거나 하는 대중들의 반응이 따라오는 상황이다.

성범죄 친고죄 폐지 논란에서 류영재 판사의 가장 큰 왜곡은 법해석과 주관적 바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법률가로서 치명적인 오류다.

 

정의당과 장혜영 의원이 당대표의 성추행을 형사고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결정으로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의당과 장혜영 의원의 주장은 친고죄 부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 힘 하태경 의원은 성범죄는 비친고죄인데 수사하지 말라는 것은 집단적인 법왜곡이라며, 정의당 등이 앞장섰던 친고죄 폐지운동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냐며 비판에 나섰다.

친고죄 폐지를 여성운동의 성과로 자축해 온 여성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성범죄에서만큼은 피해자의 의사로 수사와 처벌이 좌우되는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주장이었는데, 페미니스트인 장의원은 정작 자신의 의사를 무시한 채 제3자가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은 유감이며 부당하다고 한다.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페미니스트 진영은 친고죄 폐지는 피해자 의사 존중과 배치되지 않는다며 정의당과 장의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페미니스트는 운동차원의 주장이니 그럴 수 있다 해도 입법취지를 거론해 이를 엄호하는 현직 판사와 형사정책 연구원, 변호사와 같이 법과 형사정책을 다루는 사람들마저 법에 대해 왜곡된 해석으로 사태를 호도하려는 태도는 문제다.

특히 성범죄에 대해 직접 판결을 담당하는 현직 판사의 글은 더 문제적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해 온 대구지방법원 류영재 판사는 이번에는 친고죄 폐지에 대해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입법취지를 왜곡하고 있다.

많은 견해 중에 특별히 류영재 판사의 글에 대해 논박하는 이유는 현직 판사라는 그녀의 신분이 대중들에게 법해석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녀의 글에는 페미니스트와 이에 동조하는 법학자와 변호사들이 가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다거나,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거나 하는 대중들의 반응이 따라오는 상황이다.

성범죄 친고죄 폐지 논란에서 류영재 판사의 가장 큰 왜곡은 법해석과 주관적 바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법률가로서 치명적인 오류다.

먼저 류영재 판사의 주장을 보자.

“성범죄가 비친고죄가 된 이유는, 친고죄란 이유로 진의 아닌 합의를 강요받거나 약자의 지위에서 어쩔 수 없이 고소를 포기하거나 합의됐단 이유로 중범죄에 대해서도 처벌이 불가해지는 등, 친고죄로 인해 “피해자에게”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 결코 피해자의 “진의”에도 명백히 반하는 형사절차를 강제시키기 위해서는 아니란 점이다.”(류영재 판사 페이스북)

류영재 판사가 위 주장에서 적시한 행위들은 이미 ‘강요죄, 협박죄, 공갈죄’로 현재 법규범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과거 친고죄 상태였던 때에도 그 행위들이 허용되는 건 아니었다. 굳이 그러한 행위를 실효적으로 금지하는 게 목표였다면 당시 친고죄 상태이지만 입법부가 이러한 압박행위를 이용해 피해자가 의사를 번복하거나, 강요된 정황이 인정되면 그 합의는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법률로 만들었으면 되는 일이다.

입법부가 친고죄를 폐지한 것은 피해 당사자에게서 수사절차 개시권과 유지에 대한 권리를 빼앗은 것이며 그게 바로 입법 취지다. 그러한 논쟁이 당시에도 없던 건 아니었으나 성범죄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하한 가능성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친고죄 폐지의 목표였다. 형사정책 면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과 불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고, 이를 종합하면 친고죄 폐지는 정확하게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벌하는 것을 추진한 것이다.

당시 친고죄 관련해서 부당한 압력만을 제거하는 법률 또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비친고죄로 바꾸고 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결과가 친고죄 폐지인 마당에는 그런 법문으로 만들지 못한 입법부의 무능과 안일함을 탓해야 하는 일이지 류영재 판사처럼 입법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왜곡이다.

류영재 판사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어 질문을 던진다.

“만일, [전자] 성범죄가 발생했고 피해자가 형사절차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그 피해자의 의사가 진의가 아닐 가능성이 있는 경우 
(예컨대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친고죄 절차를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의사표시하는 것이 어려워서/ 조직의 압박 때문에 / 경제적 합의를 강요하는 가족 때문에 / 성범죄 피해를 수치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범죄가 친고죄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의사가 진의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형사절차의 길을 섣불리 닫아버리는 것은 피해자의 정의구현이나 권리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

[후자] 그러나 피해자가 성범죄의 해결을 형사절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겠다고 진의를 밝힌 경우에
이때에도 제3자가 형사절차를 강제로 시도하며 형사절차에 응하지 않는 피해자를 비난한다면(피해자의 진술은 직접증거이므로 피해자가 수사절차에서 진술 거부하면 기소하기 어렵다),
그것은 오히려 성범죄의 비친고화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길이 된다(피해자에게 왜 고소하지 않느냐고 비난하는 것 또한 피해자에게 부당한 의무를 지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전자와 후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특히 성범죄의 고발 그 자체로 조직 내에서 거센 압박과 무언의 비난이 가해질 것이 명백할 때에는 피해자가 그 후폭풍을 이유로 진심 고소를 원치 않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사건 공개 및 형사 절차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고민이 있을 수 있다.(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러나, 명백히 후자인 케이스에 대해서도 전자의 예시들을 들며 성범죄는 비친고죄이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형사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류영재 판사의 페이스북)

 

이러한 주장은 언뜻 타당한 법해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주관적 바람을 피력한 것이지 법해석은 아니다. 만일 이런 해석대로라면 사건 개시 시점에서 피해자의 불처벌 의사가 전자(피해자의 진의가 아닌 경우)인지 후자(피해자의 진의인 경우)인지 누가 판단해야 하는가? 수사 기관이 전자와 후자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면 법조문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규범은 범죄 단서가 있고, 고발이 들어오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의 고유판단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 여기에 피해자의 진의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류영재 판사는 친고죄 폐지가 ‘피해자’의 진의에 반하는 형사절차를 강제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단언하는데 어떤 문헌을 근거로 위와 같은 주장을 펴는지는 알 수 없다.

2013년 6월 19일, 법무부는 <성폭력 관련 개정법률 일제히 시행 !!>이라는 정책브리핑에서 친고죄 폐지의 취지를 이렇게 알리고 있다.

“1953년 9월 대한민국 형법 제정 이래 60여년 만에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을 전면 폐지하여, 앞으로 성범죄자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 및 합의 여하를 불문하고 처벌되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또한 강간죄, 강제추행죄 등 형법상 모든 성범죄 및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죄 등 특별법상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여, 피해자의고소가 없거나 고소 후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성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가능해짐과 동시에 피해자의 2차 피해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법무부) 고 기대효과를 밝히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당시 친고죄 폐지를 촉구하며 2012년 10월, 19대 국회에 <형법 등 성폭력 관련법률의 개정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을 제출했다. 이 권고안에도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우려가 있더라도 친고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대표적 여성운동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데이터와 주장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친고죄 폐지가 성폭력 피해자의 숨기고 싶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강화시키고 극복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또한 「형법」상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강간죄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형벌권의 발동 여부를 피해자에게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성폭력을 사적인 문제로 이해하게 하고, 더욱이 합의를 통해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간의 용서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킨다.”(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단체, 법무부와 국회가 친고죄를 폐지했던 이유는 이처럼 명확하다. 류영재 판사가 어떠한 근거로 친고죄 폐지 취지가 ‘피해자의 진의에 반하는 형사절차 강제가 아니’라고 단언하는지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류영재 판사의 주장처럼 당사자가 판단해야 한다면 친고죄를 폐지해서는 안 됐고, 제3자가 판단해야 한다면 비친고죄여야 한다. 스스로도 전자와 후자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누가 판단하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고 ‘형사 절차에 응하지 않는 피해자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차원의 주장을 법해석에 섞는 것은 법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논리 주장이다.

본인도 명확하게 말할 수 없으니 법률의 내용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질문 형식으로 모호하게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류영재 판사의 페이스북 글

 

<법관으로서 ‘입법 취지’에 대해 타당한 주장을 펴려면>

법해석은 법조문을 보고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법규범의 내용을 얻는 것이다. 해석론에서 입법취지라는 개념은 법규범의 내용을 얻기 위한 자료로 쓰인다. 법규범은 1차적으로 범죄대상자를 처벌하거나, 형사절차와 관련된 조항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수사기관, 검사, 그리고 류영재 판사와 같은 공직자들에게 적용된다.

법관으로서 입법 취지에 대해 타당한 주장을 펴려면 자신이 주장하는 취지대로 법규범의 내용이 획득되고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류영재 판사가 말한 취지를 다음 사례에 적용해보자.

피해자는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고 주장하며 형사절차에 반대하는데 제3자가 고발하여 수사가 이루어진 사건이 있다. 수사결과 실제 범죄행위가 입증되어 공소가 제기되었다. 류영재 판사가 주장하는 대로 피해자 중심의 입법 취지라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하는 것이 온당한가라는 모호한 물음대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하고 다른 법관들에게도 그렇게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하지 않는다.

만일 류영재 판사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가 된 다른 일반범죄에 대해서도 그러한 주장을 펼 수 있다면 진지한 입법취지 주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류영재 판사의 주장에 부합하는 제도는 오히려 반의사불벌죄다. 수사가 개시될 수는 있지만 중간에 처벌불원의사를 표하면 사건을 종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폭력범죄는 반의사불벌죄조차 하지 않았다. 친고죄폐지를 입법한 취지에 반의사불벌죄 또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법관으로서 입법취지를 주장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반의사불벌도 아니고 친고도 아닌 범죄에서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데 신고가 있을 경우 법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가 경찰과 검찰에게 적용되는가? 법관은 수사 이후 공소가 제기됐을 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인가? 그러한 법규범을 어겼을 때 이 공직자들은 범죄행위나 기본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되는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지 않는 주장은 법해석론으로서 입법 취지 해석이 아니라 주관적인 바람에 따른 해석일 뿐이다.


<류영재 판사의 주장은 입법 취지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도덕적 차원의 당부다>

현재의 성폭력 범죄에서 법규범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신고가 접수되면 수사하고, 공소가 제기되면 공소기각이 아닌 유무죄 판결로 진행된다. 류영재 판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이러한 주장을 펴는 이유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고발을 하지 말라는 일종의 도덕적 행위규범을 역설하기 위함이다.

도덕적 차원에서 이는 하나의 주장이 될 수는 있지만 법규범의 내용에 차이를 가져오는 근거로서 입법 취지에 대한 주장은 될 수 없다. 누구나 입법 취지라는 개념을 언급해서 각자의 주장을 펼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주장들 가운데 ‘입법 취지’에 대한 주장으로 진지하고 정당성 있는 주장은 ‘법규범’으로 획득되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있다.

설사 입법 취지가 그녀의 주장대로라고 해도 법조문이 그렇지 않다면 그러한 해석은 성립할 수 없다. 다시 입법하지 않는 이상은 해석은 법조문대로 해야한다.

법관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실제로는 도덕적 자제를 촉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입법 취지로 호도하는 것은 개념의 오용이다.

법관도 시민이므로 동료시민을 향해 도덕적 촉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입법 취지의 주장과 주관적인 바람과 촉구를 섞는 것은 안 된다. 필자 또한 법전문가가 아니지만 법관은 우리 사회에서 법해석에 대해 절대적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지위이므로 엄격한 주장을 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길게 논박한다.

류영재 판사에게 모르는 것을 배우고 간다며 고맙다고 하는 많은 댓글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됐다.

덧붙이자면 류영재 판사가 말한 형사재판만이 답이 아니라는 주장에 필자 또한 동의한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진영이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를 외치며 성범죄자들은 모두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이러한 목소리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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