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2: "BL은 허구일 뿐 실제로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선옥 승인 2019.08.11 22:01 의견 0
또 다른 사례를 가정해보자. 17세 미성년인 남성 아이돌 A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동성애에 반대한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BL물(Boy’s Love의 약자로 여성향의 동성애물을 가리킨다.

대부분 여성들이 창작하고 소비한다.)에 계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A는 여성팬이 많고 인기가 높아 팬픽에서 공(攻)과 수(守)로 번갈아 등장하며, 그와 동료(1:1), 그와 다수 동료(1:다), 그와 온갖 조합의 비엘물이 공유되고 유통된다.

그의 실명이 아니지만 누구든 A라고 유추할 수 있는 팬픽도 많다. 비엘물은 하나의 문화장르로 정착되었고, 특히 남성 스타에게 여성팬들이 만드는 비엘물의 양은 인기도와 관련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동성애물의 주인공이 되는 걸 원치 않거나, 수위 높고 난잡한 성행위의 대상으로 자신이 묘사되는 게 불편한 남성 스타는 불편함을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A는 생각이 다르다.

미성년자인 자신을 난잡한 성행위자로 묘사하고, 반사회적인 성적 행위(난교, 수간, 미성년자에 대한 그루밍 성관계 등)와 동성애를 전파하는 비엘물을 규제해달라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규제의 근거는 두 가지다. 미성년자이면서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진 개인에 대한 권리침해, 사회상규를 위반하는 창작물에 대한 규제 필요. A의 주장에 대해 비엘물을 옹호하는 이들은 말한다. “BL은 허구의 창작물일 뿐 실제로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잖아요?” 미성년 남성 아이돌이나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편견도 가지지 않고, 현실의 사회상규도 위반하지 않으며, 단지 창작물로서 비엘을 즐기는 이들은 이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 예) BTS 멤버 지민의 팬픽.

흔한 비엘물 중 하나로 등장하는 윤기, 태형, 정국 모두 실제 BTS 멤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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