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미 평론가 등 알페스 옹호논리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대하여

알페스 옹호논리에 대한 깔끔하고 정연한 반박

알페스(실존하는 남성연예인 등을 성적 표현의 소재로 삼아 표현물을 만드는 행위) 논란이 뜨겁다.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고, 맞불 성격으로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영상 ‘딥페이크’를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원도 하루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여성들이 남성연예인 등을 상대로 성희롱의 수준을 넘어선 범죄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현실이 수면 위로 등장하자, 여러 매체들에서 페미니스트 평론가와 학자들이 여성의 행위는 성범죄가 아니라는 옹호논리를 펴고 나섰다. 

착취구조가 아니라 문제없다, 기획사도 활용하는 문화다, 숭배와 경외이지 지배와 착취가 목적이 아니다, 딥페이크가 더 문제다 등, 황진미 평론가로 대표되는 이러한 옹호논리에 대해 아이돌과 팬덤문화 전문가인 필자 박박사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편집자 주)

 

일단 솔직해지자.

정말 남성들이 알페스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나? 물론 이 말을 본 남성들이 ‘심각한 문제가 맞다고 생각한다!’며 반발할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그 앞에 빠진 전제가 있다.
그 동안 페미니스트들이 온갖 하위문화를 들쑤시며 손가락질 한 그 기준에 따르면알페스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맞다.

더 솔직해지자. 어떠한 궤변으로 포장해도 알페스는 표현물을 이용한 성희롱이 맞다.

BTS를 소재로 한 알페스의 예

또한 성적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과도한 수위뿐 아니라, 섹테 등 합성 음란물 제조행위는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던 기준에 따르면 명백한 성폭력에 해당한다. 더 엄격하게 실정법을 적용해 본다면 초상권 침해, 아청법 위반, 성폭력특별법에 따른 디지털 성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심지어 이를 판매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정황까지 있으니 페미니스트의 기준대로면 이게 성착취가 아니고 무엇인가?

물론 유명인을 상대로 한 음담패설과 성적인 농담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놀이(?)인 것 또한 맞다. 이런 유희가 어떤 이에게 불쾌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불쾌하다고 느끼는 것과 그것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거기에 더해 이 논의가 성별이나 주체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현 상황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알페스와 섹테(남자아이돌의 음성을 편집해 만든 성관계음성녹음물)등 여성들이 만들어 향유하는 문화는 성범죄가 아니라며 옹호하는 논리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래퍼 손심바가 알페스는 성범죄라며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권력구조에 의한 성착취가 아니라서 상관없다고?>

노컷뉴스의 기사에서 문화평론가 황진미는

“성착취는 ‘성적 지배’ 개념이다. 즉, 권력을 통해 상대의 자기 의지를 박탈하고 굴복시켜 성적 쾌감보다는 지배하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알페스’가 과연 이런 권력구조 아래 이뤄지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루다와 n번방 사건에서 성착취가 성립되는 건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성적 지배 망상을 충족시키는, 소위 ‘성노예화’를 추구했다는 점”

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실존 인물을 가져와 온갖 성행위를 묘사하는 알페스는 성희롱이다. 성착취면 문제지만, 성희롱이면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인가? 피해자가 눈감고 모른척하면 성희롱이 아니게 되는 건가?

아이돌의 팬들은 자신의 영향력이 가수에게 미치기를 원한다. 그런 경향은 여자팬들에게서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남자팬들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특유의 모래알 조직력과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마인드 탓에 이렇다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 집단행동으로 기획사에 영향을 끼치고, 코디가 맘에 안 든다, 메이크업이 별로다, 컨셉이 후지다 하며 항의하고,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 쪽은 주로 여덕들이다.

권력구조? 팬과 가수 사이의 권력관계는 남자는 권력자고 여자는 피지배자라는 성별 도식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남자 아이돌이 여자 아이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상대적으로 더 나은 상황인 이유는 구매력과 충성도가 높은 여성 팬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팬이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할 것을 요구하며 가수와 기획사에 대해 행하는 ‘고나리’가 권력관계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경제적 층위에서 생산자로서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명확한 권력관계가 있고, 그 구조에서 별다른 항의도 못하고 과도한 성희롱과 불법 저작물 유통을 그대로 용인하는 상황인데, 권력관계가 아니라서 괜찮다니 황진미씨는 잘 모르면 입을 다무는 쪽이 나을 것 같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 남성 팬들의 ‘권력’이 문제라는 말하는 건 이 영역에 대해 문외한임을 드러낼 뿐이다.

<기획사도 다 알고 활용한 측면이 있어서 괜찮다고?>

알페스를 비롯한 온갖 2차 창작물을 연예인과 기획사가 어쩌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워낙 광범위하게 만연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과격한 팬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집기를 부수고 물리적인 행패를 부려도 ‘팬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지, 그 행위가 옳거나 정당하기 때문이 아니다.

둘째, 자신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팬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명확한 권력관계가 어디 있나? 자신에게 월급 주는 사장에게 대들지 못하고, 추문이 두려워 입 다무는 성추행 피해자와 뭐가 다른가? 아이돌에게도 이득이니 괜찮다고? 좀 참으면 좋은 일 있을거야 라고 말하는 사장님이 떠오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숭배와 경외라서 괜찮다고?>

마치 신화처럼 숭배와 경외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헛소리다. 황진미씨는 알페스를 읽어본 적이 없거나, 그 정도 수위에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하드 코어한 취향을 가진 모양이다. 신화는 상상 속의 인물이고 알페스는 실존 인물이라는 근본적인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지적 퇴행이야 그분의 원래 특성이기도 하고.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각종 추잡한 짓을 하는 이유는 상상 속의 존재인 신들이 지상의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며 인간의 추잡한 특징을 신들에게 투영한 것이지, 실존하는 인물에게 자신의 욕망을 ‘상상’하여 만드는 알페스와 비교하면 정확히 반대의 과정이다.

숭배와 경외라서 괜찮다고? 숭배와 경외든 성적 대상화든 결국 타자화라는 점에서 똑같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 안에 가두려는 행위, 숭배와 성적 대상화는 타자화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더구나 여성에 대한 숭배나 찬양도 여성혐오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알페스에 대해서는 숭배와 경외라서 괜찮다는 주장을 펴니 더욱 설득력이 없다.

<팬덤의 하위 문화 장르라서 괜찮다고?>

노컷 뉴스의 기사 내용을 다시 인용해 보자면,

“지금까지 K팝 팬덤의 발전에 이런 하위문화를 통한 팬 유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체로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기에 이 과정에서 도 넘은 성적 대상화가 이뤄질 경우 내부 자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것이 실제 멤버가 겪는 ‘성범죄’로 이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다. 기획사들이 악성 댓글, 딥페이크 합성 등에는 강경 대처하지만 ‘알페스’는 팬들 영역으로 남겨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행위주체가 남자일 때면 왜 얘기가 달라지나? 남성이 여성 유명인을 상대로 소설을 썼다면? 이미 소라넷 야설 게시판의 실례가 있으니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알페스는 주로 여성들이 남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만들지만, 여성 연예인이라고 딱히 알페스의 타깃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같은 행위를 해도 남성은 성범죄고 성폭력이지만 여성은 ‘도넘은 성적 대상화’, ‘팬덤하위문화’라고 희석하고 관용해준다. 결국 그 대상이 남돌이건 여돌이건 ‘여성’이 가하는 성적 가해 행위는 유희이고 문화이므로 괜찮다는 논리만 남는다.

그간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넘어 빡치심까지 고려해달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며 착취할 성이 있지도 않은 AI에게까지 성착취라는 주장을 해놓고, 반발하거나 이에 대해 몰랐거나 관심 없었던 모든 남성까지 잠재적 가해자, 잠재적 강간범이라 주장해왔다. 이들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모든 여성은 피해자이며, 모든 남성은 가해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논리를 무리하게 확장시켜 놓고는 알페스 사태로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니 갑자기 이성적인 척 하며 궤변을 논리로 동원하는 것, 비열하지 않은가? 이건 내로남불도 아니고 내로남강(내가 하면 로맨스 남자가 하면 강간)수준이다.

<알페스가 n번방이랑 같냐? 딥페이크가 더 문제다?: 딥페이크와 알페스는 다른 문제다>

딥페이크와 n번방 성범죄에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알페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n번방 사건과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n번방으로 남성 일반을 ‘공범으로 싸잡는 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n번방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벼락 공범’이 된 남성이 문제라면, 알페스를 공공연히 소비하는 여초 팬덤도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n번방 가해자가 수십만명이라 주장하며 남성 전체를 공범으로 몰아간 그 논리를 알페스에 그대로 적용해보자. ‘남성-일반은 n번방 공범이다‘라는 명제를 참이라 생각한다면, 알페스에 대한 남성들의 주장도 참이 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 진영에서 수도 없이 써먹은 ’미러링‘이다.

이들은 ’미러링‘을 다소 과격하더라도 일종의 퍼포먼스로 보고 그 행간을 읽자고 하지 않았던가? 알페스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의 주장은 알페스와 n번방이라는 현상의 수위가 같다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해석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논리 구조가 닮았다 말하는 것이다.

딥페이크를 처벌하라는 맞불 청원이 순식간에 20만명을 넘어섰다. 딥페이크는 이미 법적 처벌을 받고 있는 행위이며 알페스를 둘러싼 논쟁과는 사실 상관이 없는 문제다. 모 여자아이돌의 팬인 필자의 덕친(덕질을 같이 하는 친구를 뜻하는 단어. 30대 남성이다.)이 작년 즈음 멤버를 합성한 페이크 포르노가 돌아다닌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본인과 덕친은 관련 자료를 모두 서치해 해당 기획사에 제보하고 대응을 요구했다.

알페스 처벌 청원의 맞불격으로 등장한 딥페이크 처벌 청원

 

이런 예처럼 여돌에 대한 성희롱은 팬덤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우보다는 여자면 누구라도 상관없는 팬이 아닌 ‘머글(일반인)’에 의해 벌어진다.(팬이 한다고 해도 팬덤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필터링해서 쫓아낸다) 팬이 하는 짓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사들도 여돌에 대한 딥페이크, 합성 같은 문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딥페이크는 주로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이 되지 않을 뿐이다. 이를 알페스와 등치 시키는 것은 논쟁의 본질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 알페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니 딥페이크나 처벌해라 라고 반박하는 것이야말로 성대결 양상을 부추기는 지저분한 여론전이며 진영논리에 불과하다.

무슨 소리 하는 것인지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고 퉁치는 것은 비열한 짓이며 생산적인 논의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생산적인 논의라는 것에는 아무도 관심없는 것 같지만-.

<여성도 성추행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옳지 않은 일을 행한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려고 하는가?>

잘못이 있다면 잘못한 만큼 벌 받으면 된다. 그 벌이 꼭 법적책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주변의 눈총일 수도 있고, 비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페미니즘 진영은 모든 현상을 법적, 제도적 층위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피해자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시도에 주력해왔다. 이를 위해 무한히 성범죄의 영역을 확장한 끝에 모든 남성을 범죄자화 하고야 만다.

모든 상황에서 누구든 마음 놓고 비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지위를 쟁취하려는 집착, 이 집착이 모든 현상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결을 사라지게 만들고, 문화평론의 수준 또한 일방적인 가해-피해자 구도로 납작해진다.

그렇게 무한히 확장하던 강간범 만들기의 논리가 거꾸로 자신들을 공격하게 되었을 때 남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논거뿐이다. 이러니 여성은 천룡인이냐, 남성은 2등 시민이냐 불평이 터져 나온다.
‘여성’이라는 지위를 모든 상황에서 예외 없이 약자, 피해자의 위치에만 놓으려는 집착이 결국 이런 파국을 낳는다.

여성도 성추행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옳지 않은 일을 행한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려고 하는가? 물론 그 ‘여성 무오류론’의 범주에 ‘여성연예인’은 없다. 자신의 미모나 성적 매력을 통해 인기를 영위하는 자들은 가부장제에 복무하는 반동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마음대로 희롱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남녀의 권력관계가 문제라는 무적의 논리를 소환하면서도 정작 여성에 의해 쓰여지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알페스 문제는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있지 않은가?

지금 페미니즘은 ‘여성-대중’이라는 실체도 모호한 집단의 뒤에 숨어 마음 놓고 세상을 비난하고 자신의 피해자로서의 지위만 확고히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시도가 세상을, 아니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나? 위안부, 여성연예인처럼 그 안에서 희생양이 되어 또 다른 ‘여성’에게 이용당하는 내부의 착취는 반복되는 중이다. 참 대단한 페미니즘이다.

<필요한 건 신사협정이다>

하위문화(Subculture)는 늘 윤리적, 법적 기준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 현상 안에서 불쾌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 불쾌함을 제도로 억압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그러나 그 경계에 놓인 불쾌함이 새로운 문화를 태동시키고 또 다른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알페스를 둘러싼 논쟁에서 옹호하는 측의 주장 (하위 문화로서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한다는)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동안 남성들의 하위문화를 하나하나 쫒아다니며 성범죄라며 손가락질하고 규제와 처벌을 요구하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자면, 알페스 또한 성범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반박을 하는 것은 좋지만 최소한 그 논리를 공평하게 적용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쾌함에 대해 서로 어디까지 용인해 줄 것인지에 대한 ‘신사협정’이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일방적인 ‘엄격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