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탐사는 탐사할 만한 사안에 해야

쉿! 애슐리 매디슨 한국 가입자 66만명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해킹 사건을 보도한 뉴스타파의 제목이다.

신뢰하는 매체이긴 하지만 뉴스타파의 이번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들 보도는 유감이다.

제목부터 뭔가 비밀스럽고 은밀한 사건이라는 가십의 뉘앙스를 풍긴다.

애슐리 매디슨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이 가입해 관계를 맺는 온라인 사이트로 최근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었고, 미국에서는 가입사실이 드러난 경찰이 자살을 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사건이다. 성직자들은 줄줄이 사퇴했고 유명인사들의 가입여부는 호사가들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에서는 황색언론이 아니라 뜻밖에도 탐사보도 전문인 뉴스타파가 이를 심층보도하고 나섰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해킹과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추가 피해 우려 등이 초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공인들의 가입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로징멘트에서 진행자는 “인구의 1.3%가 불륜사이트에 가입하는 나라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보도의 논점을 모르겠다.

인구의 1.3%가 불륜사이트에 가입하면 비정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그럼 몇 퍼센트면 정상의 범주일까? ‘정상’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보도의 논점은 도덕의 파탄, 위험한 불륜국가 한국인가?

게다가 수백 명의 공무원이 업무용 이메일로 가입했습니다. 검사, 판사들도 있었지만 가입을 인정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취재진은 자신의 직종이라도 밝히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한 검사의 압박을 받아야 했습니다.

직장이나 소속기관의 계정을 보유하더라도 보통 이메일 계정은 공사용으로 함께 쓴다. 국가와 직장을 드러내는 이메일계정을 저런 성격의 사이트 가입에 사용하는 바보스러움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논쟁이 있을 수 있겠다. 직장이나 소속기관의 이메일 계정은 업무용이니 사적인 사이트 가입용으로 쓰면 안된다는 것인지, 그것이 불륜사이트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인지. 이것도 논점을 모르겠다.

‘불륜’은 기본적으로 배우자와 관계에서 미안할 일이지, 타인이 단죄할 수 없는 사생활의 영역이다. 불륜을 벌하던 간통죄는 수차례 위헌 논란 끝에 폐지되었다.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형법적인 처벌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진보진영은 이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혼제도도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현행 유책주의에서,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를 인정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파탄주의로 조심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은 이 문제를 전원합의체로 올려 공개변론을 했다.

개인의 신체와 감정의 영역을 국가가 강제로 통제할수 없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검사, 판사, 공무원, 교수, 성직자, 기자 등이 불륜사이트에 가입한 것은 죄인가? 죄라면 어떤 죄인가? 게다가 불륜을 행한 것도 아니고 불륜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탐사보도의 대상이 되어야하나?

검사와 기자와 교수 성직자의 뒤를 좇아 가입여부를 확인하는 뉴스타파. 가입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보도하고, 한 검사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압박을 했다고 한다.

검사의 이런 발언을 뉴스타파는 공익적인 보도에 대한 권력형 압박처럼 묘사했지만, 이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방어 조치다. 그들이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했다는 진술을 받아내서 뉴스타파가 실현하려는 공익은 무엇일까.

호기심에서, 취재용으로, 실제 불륜을 행할 의도로 가입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죄라고 할 수는 없다. 검찰총장한테 혼외자식이 있든 없든 그가 총장으로서 한 공적인 행위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듯, 판검사든 공무원이든 기자든, 교수든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에 대한 책임은 사적인 관계에서 지면 된다. 공사의 영역을 구분하는 일은 언론의 의무이기도 하다. 공과 사를 분류하지 못하면 공익의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불륜사이트에 누가 가입했는지를 추적할 게 아니라, 공인이 공적인 업무에서 잘못된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게 탐사보도를 지향하는 뉴스타파 다운 일이다.

이건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에 탈세한 은닉재산을 쌓아둔 부자들의 명단을 발표하는 일이 아니다. 이 문제가 뉴스타파가 탐사보도를 통해 가입여부를 확인하고 보도해야 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불륜사이트라는 선정성에 기댄 보도는 아니었는지, 암튼 이번 보도는 소재, 논점, 방향, 결론 여러 모로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