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의 독보적 성취: 김원석감독 作 「나의 아저씨」《2》

알고 나면 보이는 <나저씨>의 탁월함

이선옥닷컴은 오픈 특집기획으로 <나의 아저씨> 리뷰大展을 마련했습니다. 잔잔한 감상기부터 연출기법을 통해 분석한 전문가적 비평, 나저씨 혹평 현상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비평까지 흥미있는 글들이 가득합니다. 두 번 째 글은 김원석 감독의 연출을 섬세하게 비평한 박박사의 글입니다. 준비한 글 모두 재미있게 읽어주세요-편집자주

1. K-드라마의 독보적 성취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드라마는 양질의 자양분을 빨아들이며 폭풍성장했다. 1990~2천년대 초반의 일본드라마, 2천년대의 미국드라마,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한국영화 부흥기의 작품들까지,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영상물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 노력 위에 한국적 드라마 작법이 버무러지며 나름의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어 내는데 성공했다.

K-드라마의 놀라운 성취에는 보통 작가들의 이름을 가장 앞에 두곤 한다. 한국 드라마계는 작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이 자신의 브랜드파워를 확보한 몇 명의 연출가가 있고, 그 중 김원석 감독은 가장 앞줄에 놓여져야 하는 연출가이다. <나의 아저씨>를 포함 전작들에서 보여준 김원석 감독의 연출은 K-드라마의 금자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K-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나쁘게 말하자면 근본 없는) 장르와 톤&매너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작품 안에 스릴러와 홈드라마, 코미디가 자유롭게 오가며 극단적인 불균질성을 조합한 독특한 스타일을 정립했다. 미드의 예를 들자면 K-드라마는 씬 단위로 <와이어>와 <빅뱅 이론>을 오가는 것이 가능한 독보적인 스타일을 정립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2. K-드라마의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

이 독특한 스타일은 내러티브 뿐 아니라 시각적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나의 아저씨> 경우 정극 멜로-드라마에 해당하는 장면에서 액션, 혹은 코미디에 사용될 법한 분할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분할 화면은 일반적으로 효과적인 정보전달과 재기발랄함을 위해 사용되곤 한다.

’14화’에서 동훈-지안의 공중전화 통화 장면이 대표적인데, 이 장면은 주인공들의 애틋한 감정이 절정으로 치닫는 멜로-드라마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에서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화면에 시각적 기교를 사용하는 것을 지양한다. 그러나 김원석 감독은 분할 화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몰입감을 극대화 하는데 성공한다.

분할 화면을 사용할 경우 프레임 안에 각 배우가 차지하는 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주로 클로즈업을 사용하며, 넓은 사이즈라고 해도 바스트 샷 정도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김원석 감독은 배경과 그 안에 위치한 인물의 쓸쓸함이 강조되도록 풀샷-롱샷을 사용한다.

김원석 감독은 적극적으로 분할 화면을 사용하여 몰입감을 극대화 하는데 성공한다.(화면캡처)

두 사람이 위치한 공간을 강조하고 대비시킴으로서 감정을 증폭시킨 것이다. 분할의 방향도 일반적인 전화 통화 씬에 사용되는 좌우 분할 뿐 아니라, 상하 분할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각 공간의 좌우 폭이 넓어지며 공간의 대비가 더욱 강력해진다.
상하 분할의 효과는 이 뿐만 아니다. 상하로 분할된 3대1 이상의 극단적인 화면비에서 클로즈업을 사용함으로서 인물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강화되는 효과도 함께 얻게 된다.

좌우 분할 뿐 아니라, 상하 분할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공간의 대비가 더욱 강력해진다. (화면캡처)

분할 화면 자체는 기존의 영화-드라마에서 굉장히 흔하게 쓰이는 식상하다고 할 수도 있는 기법이다. 그러나 장르의 특성에 따라 배제되기도 하는 시각적 스타일을 과감하게 차용해 창조적으로 활용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K-드라마의 특유의 유연함이 세심한 씬의 설계와 만난 좋은 예다.


3. 인물의 뒷모습

이 드라마의 탁월한 씬 설계는 배우의 정면이 아닌 뒷모습과 측면의 적극적인 활용에서도 나타난다. TV드라마는 보통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으로 인해 인물을 묘사할 때 정면 클로즈업을 적극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제작 여건 상 넓은 배경을 통제하기 어려운 탓에 배경을 축소하고 인물의 얼굴을 강조하게 된다.

영화와는 달리 감상자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친절한 대사를 통해 여러번 강조한다. 그래서 끊임 없는 대사와 배우의 전달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이런 환경적 영향을 차치하고도 일반적으로 상황과 정보, 대사를 전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우의 정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TV드라마 연출자가 대사를 줄이거나, 대사를 하는 배우의 정면 얼굴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나의 아저씨>는 주요 인물들의 대사를 최대한 덜어내고, 상황과 무드를 전달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나의 아저씨>는 세심하게 선택한 배경 위에 인물의 뒷모습과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꾹국 눌러담은 밀도 높은 대사가 나오기 전과 후, 망설임, 후회, 갈등과 같은 요소를 오가는 발걸음, 흔들리는 뒷모습, 진심을 보이기 어려워 시선을 돌린 측면 얼굴로 표현한다.

김원석 감독은 그만의 독특하고도 창조적인 기법으로 한국적 드라마의 새로운 성취를 이뤄냈다.

‘5화’에서 동훈이 눈길 위에서 넘어지는 씬을 보면, 3분이 넘게 진행되는 씬에서 정면 클로즈업은 두세 컷에 불과하고 대사는 고작 한 줄이다.

이 씬은 동훈이 비척거리며 걷는 동안 눈이 오는 거리와 그의 뒷모습-측면 쇼트를 중심으로 묘사되며, 또 다른 거리를 걷던 지안의 모습은 웨이스트(waist)샷 혹은 니(knee)샷으로 쓸쓸한 배경 위에 묘사된다. 눈발이 휘날리는 황량한 거리의 앰비언스와 눈을 밟는 소리, 술에 취해 거칠게 내뱉는 동훈의 숨소리들이 사운드를 채우며 무드를 만들어간다.

기차길 앞을 걷다 넘어지는 동훈의 모습에 이어 눈발이 날리는 거리를 걷는 지안의 뒷모습이 꽤 길게 보여지다 이어폰 너머로 동훈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 카메라는 정면으로 이동하여 그제서야 지안의 정면 클로즈업을 보여준다.
동훈이 넘어지는 소리에 걱정 되어 뛰어온 지안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동훈의 뒷모습과 엇갈리듯 하다 포커스 이동으로 이어지는 한 쇼트로 씬이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배우의 표정과 클로즈업 대신 뒷모습과 풍경을 중심으로 쇼트와 사운드의 설계하여 감정을 고조시키며, 내러티브 진행 상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지안이 동훈에게 연민을 느끼며 마음이 기울고 있음’을, 포커스 이동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이 이어지는 마지막 쇼트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해 낸다.
이런 방식의 연출을 통해 인물의 대사와 표정에 의지하지 않고도 감정을 고조시키며, 인상적인 대사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대사를 하는 배우의 정면 얼굴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화면캡처)


4. 사운드의 적극적 활용

후반 작업의 여력이 많지 않은 TV드라마 제작 과정의 특성 상,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높게 평가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스에서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 있긴 하지만 연출 상 의도한 바를 충분히 성취했다.
정면-클로즈업 샷이나 대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뒷모습-측면과 사운드의 강조를 통해 인물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관찰하고 묘사해 나가는 이 드라마의 전략은 지안이 동훈을 관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지안이 동훈의 삶을 관찰하는 방식은 그의 뒤를 밟거나 어플을 통해 도청하며 듣는 소리들이다. 사운드는 지안이 동훈의 삶을 이해하는 매개체가 된다. 24시간 도청을 하며 듣는 소리가 매번 동훈의 말소리는 아닐 것이다. 지안은 동훈의 발소리와 숨소리, 그의 일상을 둘러싼 소리들을 들으며 희노애락을 담은 생활 소음들을 통해 그의 삶을 둘러싼 뉘앙스를 파악해간다.

드라마 초반 도청기 너머로 들리던 자신을 향한 동훈의 동정심을 담은 말에 대해 분노하던 지안은, 그의 삶을 파악한 이후 단순한 동정이 아닌 선의를 담은 진심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15화’에서 지안이 도청 어플을 지우는 장면은 작품 안에서 사운드를 활용하는 방식이 잘 나타나 있다. 지안이 도청 어플을 켜면 이어폰 너머로 기차길 위를 걸어가는 동훈의 일상을 상징하는 사운드가 들려온다.

도청 어플의 삭제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사운드는 뮤트(mute)되고 뮤트된 화면 위에서 동훈이 걸어가는 뒷모습으로 씬이 마무리된다. 도청이라는 부정한 방식의 매개체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일단락되고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음을 사운드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강조한 것이다.

이후에도 사운드는 그들의 재회 장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드라마를 이어가는 중요한 모티브로서 활용되는 사운드들은 세련된 씬의 설계에 큰 역할을 하며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한다.

지안은 희노애락을 담은 생활 소음들을 통해 동훈의 삶을 둘러싼 뉘앙스를 파악해간다. (화면캡처)

 

<나의 아저씨>의 지안과 동훈의 관계를 로맨스로 보든, 정서적 공감으로 보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극단적인 갈등 상황에 던져진 후에도 서로를 알고자 했고,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타자로 규정했던 상대의 선의가 무엇을 향하는지를 이해하고 나서야, 각자의 삶을 고통스럽게 했던 진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이 <나의 아저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5. 타인의 삶

이 드라마는 도청과 감시를 모티브로 한 미드 <홈랜드>와 영화 <타인의 삶> 등을 참고 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위 두 작품의 공통점은 도청의 주체들이 강한 적개심과 확증편향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공통점은 대상을 관찰하면서 확증편향과 적개심이 무뎌지고 이해와 연민에 이르는 되는 과정을 그린다는 데 있다.

처음 지안이 동훈을 대하는 태도는 지금의 20대 여성이 중년 남성에게 가지는 적개심과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가 취하는 동정적 태도에 대해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쉽다”

며 시니컬하게 반응한다. 동훈 또한 한국의 중년 남성이 어린 여성에게 가지는 특유의 시혜적 태도와 함께,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어린 여자에 대한 불쾌감을 반쯤 포기한 태도로 표현한다.

드라마 초반의 지안에게 동훈은 어떻게 되도 상관없는 흔한 중년 남성이었을 뿐이기에, 도준영 대표에게 “잘라주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를 자르기 위해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 보고 난 후, 처음 생각처럼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때 지안이 느낀 감정을 동훈이 ’15화’에서 대사로 돌려준다.

“사람을 알게되면, 그 사람을 알아버리면…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그러나 서로를 안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선의를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세상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는’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과 동훈의 관계를 로맨스로 보든, 정서적 공감으로 보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극단적인 갈등 상황에 던져진 후에도 서로를 알고자 했고,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타자로 규정했던 상대의 선의가 무엇을 향하는지를 이해하고 나서야, 각자의 삶을 고통스럽게 했던 진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이 <나의 아저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나의 아저씨에 대한 수많은 리플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댓글은 이것이었다.

“이드라마에 판타지는. 아저씨 판타지가 아니라 ..나만 알고 있는 고민과 슬픔을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말 그럴까? 하늘을 날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까? 현재의 분위기를 보자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초능력이 생기지 않아도 태도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편안함에 이르는 것은 타자에 대한 배제가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데 동의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선옥닷컴 오픈특집기획 <나의 아저씨> 리뷰大展

그 사람에게 마음 쓰지 않을 수 있을까《1》 by 혜수
K-드라마의 독보적 성취: 김원석감독 作 <나의 아저씨>《2》 by 박박사
<나의 아저씨>가 데려다 준 이들《3》 by 이선옥
부제(인 척 하지만 사실은 원제) : <나의 아저씨>와 작품을 둘러싼 주변에 대해 《4》 by 홍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