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의 경솔함에 대하여

2014.12.04 02:17 조회 수 4996

“인권헌장을 뭐하러 하는가”
박원순시장이 뱉은 말이라고 한다. 기사의 제목으로도 나오고 인터넷에서도 저말만 따서 부글부글 분노가 폭발 중이다.

나는 저 말을 워딩 그대로는 믿지 못하겠다. 인터뷰를 해보면 발언 그대로 놨을때 문제가 있는 말이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다른 뉘앙스인 경우들이 있다.

“해고 되서 맨날 출근 안해도 되니까 좋다”

해고자가 이런 말을 뱉었다면? 말 그대로만 놓고 보면 해고되서 좋다는 건데 과연 그런가?

보수 언론들은 노동운동을 비난할때 저런 방법을 쓴다.

보수 뿐 아니라 진보 언론도 인터뷰를 길게 해 놓고 그 중 한 문장만 따서 비틀고 왜곡해서 엉뚱하게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발언을 취사선택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인터뷰를 잘 믿지 않는다.

“인권헌장을 뭐하러 하는가”는 문장은

“이런걸 뭐하러 하는거야!” 라는 질책일 수도
“(아니 이렇게 제대로 못할거면) 인권헌장을 뭐하러 하는거야” 라는 다른 의미의 질책일 수도

“(이 정도 사태도 예상 못했어?) 인권헌장을 뭐하러 (추진해온)하는거야” 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대화 전부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거 말고 또 다른 의미가 생략되었을 수도 있다.
박시장에 대한 비난은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고, 나 역시 명예도 실리도 못 얻는 악수를 두고 있을까, 궁금하고 한심한데,

지금 말하려는건 그 한심함에 대해서가 아니라,
저렇게 선정적인 한 문장만 따서 비난의 근거로 삼는 경솔함에 대해서다.

나는 그가 공약에 내걸고 몇개월동안 많은 사람들과 예산을 써서 집행해온 인권헌장에 대해

이제 와서 갑자기 “뭐하러 하는가”라고 말했을거 같지는 않다.

정확한 맥락을 알 수 없기에 저 말을 근거로 그를 비판하지는 않으련다.
그건 우리에게도 독이 되는 일이고, 수없이 당해온 방식이다.

지금 박원순의 행보는 저 말이 아니어도 비판할 수 있고 더 비판해야 한다.
예고한 날짜에 시민들의 힘으로 인권헌장을 선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압박이 필요하다.
굳이 불확실한 증언의 한 문장에 의존해서 분노를 키우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이번 사태에 박원순의 책임은 크다.

그러니 우리의 비판이 경솔함에 기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