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지성에 기여하는 방법: 일름보가 되지 않기
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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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01:15 | 최종 수정 2023.12.0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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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름보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늘상 누군가의 허물이나 약점을 일러바치는 사람한테 내가 붙인 멸칭이다.
일름보의 특징은 누군가 특정되는 사람의 글을 올리면서 견해를 밝히면 해당글과 무관한 부정적 정보를 댓글로 일러준다.
소셜미디어 가운데 특히 페이스북은 일상적으로 누군가가 누군가의 글을 인용하며 비판이든 동조든 논평행위를 하는 공간이다.
필자에 대한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도 많지만 공개된 글을 인용할 때는 주로 해당 글의 내용을 두고 견해를 밝히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름보들이 등장하는 순간 공론의 장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은 패싸움과 정념이 뒤섞인 무지성의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아무개 필자의 글을 인용하여 비판적 견해를 올리면 일름보들은 글내용을 벗어난 인신공격성 댓글을 올리면서 나의 견해에 동조하는 척을 한다.
"그 사람 원래부터 그랬어요" "원래 아무런 내용이 없는 사람이에요" "항상 그런 식으로 무식하게 글을 쓰죠" "그 사람이 당신에 대해서도 욕을 한 적이 있어요" "전에 이런저런 우스운 짓도 했었던 사람입니다(링크나 캡처사진 첨부) "00매체에 글 쓰더니 흑화됐나 봅니다" 일름보가 아닌 사람들은 내가 제기한 글의 내용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댓글로 피력하지만, 일름보들은 아무런 지성적 의미가 없는 비난얹기를 통해 오로지 부정적인 기운을 확산하는데에 기여한다.
일름보들의 글이 첫댓글로 달리게 되면 해당 포스팅은 지적 교류라는 본래 목적 대신 인신공격성 조롱글이라는 인상이 확산되면서 지성적 논의가 차단된다.
지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그러한 댓글에 눈살을 찌푸리며 정념의 장에 참가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일름보들의 습성은 지성적으로 보이는 글에 그저 비난성 동조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은 이미 이러한 글의 지적 구멍을 간파한 수준임을 인정받으리라는 어리석은 판단에서 나온다.
인정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정념 또한 일름보들의 큰 행동 동기이다.
이들은 스스로 탐구하여 지성적 사고와 논의에 기여하려는 노력 대신, 손쉬운 방법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그래서 일름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유명한 사람이거나, 사회적으로 지성인 취급을 받으면서(주로 교수, 언론인, 법조인 등) 공개적인 저작물에 논평을 자주 하는 이들의 포스팅이다.
간혹 험담거리를 올린 댓글에 유명인이 반응을 해주기라도 하면, 자신 또한 그 지성인에게 인정받은 존재이고, 그들과 다름없는 지적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 받는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일름보들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가 자신이 주로 댓글을 다는 유명인에 대한 아첨이다.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관음증, 노출증, 인정욕구에 기반한 주목경쟁의 장이다.
일름보들이 활동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정념이 지배하는 곳에서 지성의 확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나 또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처지이지만 그 집단지성의 기능에는 회의적이다.
다만 정념에 휘둘리지 않고 지성의 확장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는 변명으로 스스로 면책을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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