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
승인
2023.02.24 22:24 | 최종 수정 2023.12.0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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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카오에서 화재사건 피해 보상으로 이용자 모두에게 이모지를 지급했다.
이 가운데 몇개가 음란한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며 맘카페에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온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나도 기사를 보기 전 '춘식이 들고 흔들흔들' 이모지를 보고 웃겨서 친구한테 '이거 음란한데 나만 쓰레기야?'라고 농담을 보냈는데 친구가 '야너두!?'라고 답하며 똑같은 이모지를 보내왔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구나 하면서 같이 웃었다.
문제가 된 이모지 세개 중 나머지 두 개는 기사에 나오는 바람에 알게됐다.
기사를 읽고나서 보니 그렇게도 보인다.
음란하다고 문제가 된 카카오의 이모지들 그런데, 그렇게 보인다고 해도 뭐가 문제인가.
카카오에서는 작가가 그런 의도로 만든 게 아니므로 당연히 음란한 이모지가 아니라고 한다.
전국민이 쓰는 카카오 이모지에 춘식이한테 후배 위하는 개를 그렸을 리는 없을 것이다.
맘카페 엄마들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저걸 보고 음란함을 연상하는 자녀라면 이미 대강 알고 있는 수준일테니 몰랐던 성적 행위를 알게될까봐 걱정할 일은 아니고, 모르는 자녀라면 어차피 저걸 보고도 성적행위를 연상 안 하는 것이니 아무 문제 없는 일이다.
자녀들이 카카오 이모지를 성적 행위로 해석한다고 해서 당장 성행위를 하러 가는 일은 없다.
설사 이런 뉴스가 난 후 아이들이 톡방에서 저 이모지를 써가며 성적 농담을 했다 해도 그건 농담이지 성행위가 아니다.
이 세상은 무균지대가 아니며 자녀들은 온갖 성적 기호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을 접하게 되고, 성적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를 지나 우리 모두가 그랬듯 성인이 된다.
자신들의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세상은 무균지대가 아님을 알 것이고, 그런 세상에서 오늘의 자신은 건강한 성인으로 잘 자랐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데 왜 이모지 따위에 휘둘리면서 전전긍긍하는가.
괜찮다.
다 괜찮다.
카카오 이모지를 보고 키득거리는 아이들도, 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야동 보면서 딸딸이 치는 열여섯살 아들도, 다 괜찮다.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런데 이모지가 음란해서 아이들이 볼까봐 걱정이라는 글을 맘카페에 올리고, 이걸 기사로 확대하고, 카카오에 문의하고 문제를 키우는 어른들은 안 괜찮다.
열여섯살 아들이 음란물을 보면서 자위하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고 따귀를 때리고, 휴대폰을 망치로 때려부수고 집에서 쫓아내는 엄마는 괜찮지 않다.
직장인 블라인드에 올라와 화제가 된 자위 아들 폭행 사건 올바른 성지식을 가르쳐준다며 아들한테 야동을 가져오라 해서 강제로 같이 시청한 후 아들의 야동관람을 근절했다는 이야기를 성교육 내용으로 하는 전문가는 괜찮지 않다.
평생 회자될 아들의 강제 몽정파티 짤을 만들어준 엄마도 괜찮지 않다.
카카오가 부디 이모지를 없애거나 하는 극단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사 음란한 의도록 만들었다 한들 또 뭐가 문제인가.
이참에 아예 19금 전용 이모지를 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모지는 죄가 없다.
그걸 음란하게 보고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문제일 뿐.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많은 일들이 문제가 아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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