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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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2 22:58 | 최종 수정 2024.05.3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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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가 심한 용어 중 하나가 팩트체크다.
<뉴스톱>은 팩트체크를 전문으로 한다고 만들어진 매체인데 여기서 '팩트'란 무엇을 말하는지 의아할 때가 있다.
김현숙 여가부장관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남성비율이 2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성범죄 사고는 안전의 문제이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뉴스톱은 김장관이 인용한 디지털성범죄 남성피해자 비율 20퍼세트는 수치상 맞다고 인정한다. 팩트에서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내지 않고 팩트체크와 무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왜 남성가해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건 얘기하지 않느냐는 거다.
여기부터 뉴스톱의 기사는 팩트체크가 아니라 견해 표명으로 바뀐다. 뉴스톱은 김현숙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성별문제가 아니라면서 왜 남성피해자 비율을 꺼내는가, 가해자 비율은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다, 남성 피해자 또한 남성 가해자들 때문'이라고 한다.
김장관이 남성피해자 비율을 거론하는 것은 성별 문제가 아니라면서 성별의 문제로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성별 피해자비율 거론이 부적절하다는 뉴스톱은 왜 남성 가해자 비율을 맞불을 놓듯이 거론해 이 문제를 여성피해 부각이라는 성별의 구도로 다시 가져가려 하는가?
김현숙 장관의 발언은 그간 성범죄 사안에서 여성피해자 비율을 근거로 남성 일반을 가해자 취급해온 여가부의 편향적이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범죄에 대해 안전의 문제로 여기고 대비하는 것은 틀린 진단도 아니며, 오히려 성별 갈등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인식의 전환이다.
뉴스톱은 인하대 사건에 대해 가해자가 명백한 성폭력 사건인데 피해자를 거론한 통계를 인용한 것은 초점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이상한 주장이다. 범죄가 일어났을 때 해당 범죄의 피해 관련 현황을 언급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범죄에서도 피해 유형이나 피해 통계 등을 거론하는 일은 흔하다. 무엇이 부적절하다는 것인지 뉴스톱의 이 주장이 오히려 초점이 맞지 않는다.
김장관의 발언이 나온 배경은 인하대 사건을 '여성이라서 죽었다'는 프레임으로 반복해서 가져가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범죄와 안전의 문제로 가져가려는 목적이었다. 여가부 장관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뉴스톱이 파악했어야 할 장관 발언의 '맥락'은 바로 이것이다.
인하대 사건은 용의자가 검거돼 수사중이다. '가해자가 명백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뉴스톱의 주장은 수사중인 사건이므로 엄밀하게 팩트체크를 한다면 '용의자'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보도됐을 때 페미니스트 신지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범인은 범행을 인정했고, 증인과 증거들이 명백했음에도 신지예의 신상공개 비판과 무죄추정원칙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었다. 다만 미투사건에서 피해호소인이 폭로만 하면 유죄로 단정하던 페미니스트로서 일관되지 않음이 문제였다.
다시 뉴스톱으로 돌아와서.
뉴스톱은 이렇게 주장한다.
"남성 피해자가 늘었다는 통계는 피해자 지원에 남녀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른 차원의 과제를 제시할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맥락을 따져보지 않고 통계를 인용하면 사실 왜곡이나 오해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그렇다. 김현숙 장관의 주장이 피해자 지원에 남녀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면 반가운 일이다. '제시할 뿐'이라는 말로 폄훼할 일이 아니다.
20퍼센트나 되는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편향된 정책과 인식으로 인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다면 이야말로 변화시켜야할 상황이 맞지 않는가.
그토록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페미니스트 진영이라면 김현숙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판할 이유가 없다. 여성피해자 지원에 소홀히 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맥락을 따져보라는 뉴스톱의 기사는 팩트체크의 영역을 넘어 뉴스톱의 주장을 담고 있다. 김현숙 장관의 남성피해자비율 통계인용이 어떠한 왜곡과 오해를 초래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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