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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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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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많은 이들이 여성을 피해자로만 규정하고 극단적 공포를 부각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잘못된 길이라고 말해왔다.
지금 그(녀)들이 TERF를 향해 하는 말과 똑같은 설득을 해왔지만 페미니스트들은 비판을 수용하기보다 여성혐오라 낙인찍었다.
주간경향 연재-13(원본링크)
숙명여대에 입학하려던 트랜스젠더 여성이 학내외 페미니스트들의 격렬한 반대와 집단 괴롭힘으로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전조는 이미 있었다.
2018년 예멘 난민 5백명 수용 발표가 있자 넷(net)페미니스트들은 즉각 반대운동을 벌였다.
진영 안에서 곤혹스러운 사건이었다.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를 두고 범페미니즘-인권운동 진영은 이 사태를 주도한 TERF(Trans Exclusionary Radical Feminism: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즘)세력을 향해 설득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강간공포와 불안이 핵심이었던 예멘 난민 반대 때도 나왔던 말들이다.
- “트랜스젠더의 단편적 이미지만 가지고 실체 없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손희정)
-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질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공포를 분리해야 한다."(도우리)
- “성폭력 등 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난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 추방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전정윤 한겨레 기자)
- “누군가의 안전과 인권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특정 집단을 혐오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홍성수)
-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떤 여성은 강자성을 가지기도 한다.”(손희정)
-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정당한 근거에서 나온 감정인지, 과장된 사례에서 비롯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박한희)”
- “두려움을 키우는 것보다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나영)
다 맞는 말들이다. 그러나 위 발언자들을 포함해서 수년간 계속된 페미니스트들의 행위를 한 번 돌아보자.
이들은 래디컬 페미니즘 주류화의 기폭제가 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여성에 대한 ‘페미사이드’라 규정하며 분노했다.
‘3일에 한 명씩 여자가 살해되는 나라’, ‘강력범죄 피해자의 90%가 여자’라는 극단적 레토릭을 구사하며, 성범죄를 강력흉악범죄 범주로 묶은 통계의 결과이며 폭력과 살인의 남성 피해자 비율 또한 많다는 사실은 외면해왔다.
한국이 르완다, 나미비아 같은 국가보다 낮게 나온 세계경제포럼의 성평등지수 115위를 부각해 최악의 여성차별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아시아 1위, 세계 10위의 성평등 국가라는 사실은 외면했다.
약물강간, 불법촬영을 범죄자가 아닌 한국남자 모두의 강간문화 때문이며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 규정했고, 혜화역 시위에 나온 여성들이 몰카범죄사건의 피해 남성을 조롱할 때에도 여성의 공포는 정당하다며 옹호했다.
공포와 불안을 동력으로 삼고, 혐오를 정당한 미러링이라 옹호하며 페미니즘이 걸어온 길이다.
수년간 많은 이들이 여성을 피해자로만 규정하고 극단적 공포를 부각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잘못된 길이라고 말해왔다.
지금 그(녀)들이 TERF를 향해 하는 말과 똑같은 설득을 해왔지만 페미니스트들은 비판을 수용하기보다 여성혐오라 낙인찍었다.
지금 TERF들이 그(녀)들에게 보이는 반응과 같다.
만시지탄이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방어보다 자신들이 '함께' 걸어온 잘못된 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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