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장애인은 거짓진술을 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재판부와 강간사건의 반전
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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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17:06 | 최종 수정 2024.07.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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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허위로 꾸민 것이라면, 피해 장소와 횟수, 숙박업소 상호를 번복함으로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지적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가 피해 장소와 횟수, 업소 상호를 번복하였다는 것은 실제 피해를 입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위 내용은 미성년 청소년 장애인 강간으로 유죄를 받은 사건의 판결문 중 일부다.
1심 재판부는 숙박업소 상호와 횟수 등에 대해 네차례 진술을 번복한 지적장애인에 대해 진술의 번복이 오히려 실제 피해를 입은 근거라고 판단한다.
거짓말이라면 일관되게 했을 텐데 실제 사실이기 때문에 헷갈린 것이라는 논리다.
진술의 번복이 곧 거짓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진술의 번복이 곧 피해사실 입증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위 문장은 문장 자체로도 호응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논리적 근거가 없다. 위 사건의 판결문을 읽다보면 현재 사법부가 성범죄를 유죄로 추정하고 피의자 측의 진술과 증거를 기각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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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에서 여성의 진술은 일관되면 일관된대로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판단의 근거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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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혼란한 상태이므로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할 수 있다며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피해자의 특수성으로 인정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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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경우 위 사건처럼 일관되지 못한 진술 자체가 실제 피해를 입은 근거라고 판단한다
피해를 입었다는 증인이 네차례 진술을 번복한 해당 사건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인 남성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제3자가 장애여성을 사주해 거짓 강간신고를 하게 한 사실이 밝혀져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그녀의 진술번복은 실제 피해를 입어서가 아니라 지적 장애가 있어 거짓말을 일관되게 반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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