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100분토론] - (924회)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편이 방송된 후 <한겨레>토요판에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칼럼이 실렸다.
토요판의 외부고정필자인 이라영 작가가 쓴 것인데 칼럼의 내용에 거짓주장이 포함됐다.
이라영 작가는 7월 17일(온라인판 7월 18일 등록)
<한겨레> 토요판에 실린 "더 강한 여성가족부를 원한다"라는 칼럼에
"여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별도의 부처가 필요 없다고 한다.
급기야 이선옥 작가는 ‘100분 토론’에서 여성가족부가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이라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 썼다.
7월 17일자 <한겨레> 토요판 이라영 작가의 거짓 주장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방송을 보고 쓴 글이라면 거짓을 말한 것이고, 발언을 확인하지 않은 채 페미 진영에서 떠도는 왜곡된 주장을 그대로 믿고 인용했다면 경솔한 행위이다.
어느 쪽이든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필자는 <한겨레>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정정보도와는 별개로 백분토론에서 사회자인 정준희 교수가 수차례에 걸쳐 위헌성과 기본권 침해를 자의적으로 '반헌법적', '반인권적'이라 요약한 점은 문제로 남는다.
토론자가 한 말을 자의적으로 요약하는 것은 때로 요약하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된다.
사람들은 위헌과 반헌법이라는 개념에 혼란해하며 둘은 같은 의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표한다.
특정한 주제를 두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토론하는 경우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므로 표피적인 개념어만 남아 진의가 왜곡되기 쉽다.
이번 사안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여가부 폐지주장에서 반헌법과 위헌은 어떻게 다른가와, 사회자가 중간에 제기한 "여가부가 위헌적이라면 왜 그동안 위헌심판 청구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다루도록 한다.
여가부가 '위헌적'이라는 주장과 '반헌법적'이라는 주장은 같은 의미인가?
헌법기관인 행정부 소속의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두가지 논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첫째, 평등원칙에 기반한 국가의 중립성 원리이며,
둘째, 국가통치의 능률성과 낭비방지 원리이다.
국가의 작용은 편파적으로 국민 중 일부 집단의 이익만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되며, 어떠한 업무를 작위적으로 분할하고 파편화해서 비능률성과 비효과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원리에 근거한다.
여가부의 고유한 목적과 업무는 국민 중 여성의 이익만을 위해 기능하면서도 이를 가리기 위해 복지부, 교육부 등 다른 부처의 업무 일부를 작위적으로 떼어오는 바람에 비능률성과 비효과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행정기관 운영에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단순명료한 문제가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는 여가부의 관료들과 페미 진영이 특이한 개념의 산을 쌓아 마치 여가부의 고유 목적이 곧 국민의 보편적 이익이라고 받아들이게끔 했기 때문이다.
즉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이 억압 받으므로 여성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은 언제나 남녀 평등에 기여한다'는 페미니즘의 독특한 해석에 기반한 개념의 산이다.
이러한 독특한 해석을 지우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보인다.
여가부는 다양한 기회에서 국민 중 일부인 한 쪽만 우대하는 것을 고유한 목적으로 삼는 행정부이므로 평등원칙을 위배하였음이 분명하고, 그런 목적을 보편적인 것인양 가리기 위해 각 부의 업무를 조각내어 가지고 온 것은 국가통치의 능률성을 훼손함이 분명하다.
여가부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크게 두 가지 논리로 반박해 왔다.
- 우리가 보호하는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감성적 호소
- 여가부의 실제 예산은 가족과 청소년이 대부분이며 여성관련 예산은 10퍼센트 밖에 안 되는 가족부처론
위 두 방어논리는
- 여가부의 피해자 보호사업은 복지부나 법무부에서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여가부의 고유 업무가 아니고
- 가족 업무는 애초 복지부에서 일부를 이관한 것이며
- 사실상 가족부라면 더욱 남성은 제외된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존치될 이유가 없으며
- 가족부라 주장해놓고 '권한을 더 달라, 그러면 성평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에서 이들의 고유목적이 실제로는 여성만의 이익 증진이라는 본심을 드러낸다는 사실
로 논파된다.
여가부는 헌법 정신과 근대 법치국가의 운영원리를 위반한다는 면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든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에서 남성은 법적 지위의 불평등 단계에 들어섰다.
성범죄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 원칙이 훼손됐고, 여가부가 주도한 행정부처(법무부)의 지침에 의해 무고죄 수사는 금지된다.
여가부는 여성들의 미투운동을 지지하며 폭로 단계의 여성에게 즉각 피해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한다.
실질적인 위협이 확인됐거나 신체적 훼손이 우려되는 등의 긴급구제 필요 상황이 아니라 여론에 크게 노출된 사건일수록 원칙 없이 지원을 보장한다.
장관이 사법부의 판결에 개입해 성범죄 혐의를 받는 특정 피의자에 대해 유죄판결이 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버젓이 하며, 전국민에게 성인지감수성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며 페미니즘 이념교육을 강제한다.
법치국가의 근간을 위협하는 이러한 사업과 정책들을 헌법기관인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정지역민을, 남성을, 인종집단을 권리의 수혜 단위로 삼으면 안되는 것처럼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권리의 단위는 개인이며 그것이 근대 국가의 기본 원리다.
집단을 권리의 단위로 취급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회구성원에 대한 차별이 일어난다.
이는 갈등을 유발하고 결국 공동체의 결속을 약화시킨다.
여성은 여성 안에서 다 다르며 모두 약자가 아니고, 남성 또한 마찬가지다.
약자는 고정불변의 정체성이 아니라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하며, 국가가 국민의 취약성을 해결하는 기준은 개별 국민마다 현재 처한 주거불안, 실업, 질병, 빈곤 등의 취약성에 대해서이지 어떠한 집단에 소속되었는가 하는 정체성이 아니다.
그러나 여가부는 '여성은 성차별을 당하므로 집단적으로 약자이며 약자에 대한 여하한 지원은 모두 정당하다'는 논리를 바꾼 적이 없다.
애초 '가부장제로 해석하기'라는 페미니즘 논리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헌법이 아닌 페미니즘에 근거한 목적과 사업을 집행하는 이념집단화된 기구, 이것이 오늘날 여가부의 모습이다.
이러한 근거들로 필자는 여가부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를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왜 문제인가?
반헌법적이라는 자의적 규정이 문제인 이유
반헌법적이라는 규정은 통치구조의 면에서 헌법규범에 반하는 인상을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반헌법적 기구라고 하면 기구 자체가 반헌법적인 행위로 탄생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며 이는 전혀 다른 주장이 된다.
여가부라는 행정부 자체는 헌법에 근거한 권한에 의해서 설치됐다.
이를 부정한 바는 없다.
해당 프로그램은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행정부인 여가부라는 부서가 꼭 있어야만 하는가, 폐지되어야 하는가가 쟁점인 토론이었고 필자는 폐지의 근거로 두가지 원리를 들어 고유의 목적과 사업에서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여가부는 여러 사업을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 가져온 업무를 제외하고 애초 설립취지가 된 고유기능과 목적을 보면 페미니즘에 입각한 독특한 남녀평등의 구현이고, 페미니즘에 입각한 이 해석이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고유한 목적과 사업들(뒤에 예를 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침해 등)이 위헌적인 것이라고 하는 것이지, 기구가 헌법에 반하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설치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행자가 반헌법적이라고 정리한 것은 일단 위헌과 반헌법의 차이에 대한 고찰이 없기 때문이며, 좀 더 센 말로 슴슴한 토론장에 명료한 논쟁점을 드러내려 진행상의 기술을 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정리한 것은 잘못이다.
헌법상의 기본권 규범의 평등원칙이나 고유한 기능과 목적이 위헌적이다 하는 주장에 대해 말의 애매함을 이용해서 마치 통치구조에 관한 규범을 위반하여 설치된 듯이 호도하여 허수아비를 때린 점에서, 그리고 이를 이용한 페미 진영의 비윤리적 공세의 단초를 제공한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요약이다.
만일 위헌적 기구라는 필자의 주장에 반론을 펴려면 페미니즘에 입각한 고유한 정책들인 성인지감수성 교육, 무고죄 수사 유예, 여성폭력, 여성도서관, 여성주택, 여성 특화 자살대책 등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업들이 합헌적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그것이 합헌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면 애초에 여성부는 고유한 기능과 목적만으로도 살아남을 가치가 충분한 것이고, 그게 위헌적인 것이라면 다른 업무로 가리고 있는 현재의 여가부는 폐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여가부의 존속과 폐지는 주변적인 쟁점들을 제외하고 고유한 기능과 목적을 기준으로 전제 자체를 검토해야할 때가 한참 지났다.
20년 동안 반복된 문제제기에 대해 이제 판단하고 실행을 해야할 시기다.
국민 여론은 폐지가 높다.
위헌이라는 주장이 정당하다면 그동안 헌법소원은 왜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의 부적절성
헌법소원 심판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간 헌법소원이 없었기 때문에 곧 합헌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소원 심판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과 자기 관련성 등 청구의 적법요건이 전제된다.
법률에 의해 직접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박탈할 때 해당 법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국가의 구체적인 작용, 즉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처분에 대해서 하는 것이 헌법소원이다.
'여가부의 고유한 기능과 목적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구체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는 헌법소원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검찰청이 실시한 성범죄 무고죄 수사 유예 지침의 예를 들어보자.
2018년 대검찰청은 '성범죄에서 무고 고소가 제기되더라도 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마치기 전까지는 무고죄 수사를 유예한다'는 수사 매뉴얼을 제정했다.
여가부와 입법부를 포함한 페미 진영은 이를 법률로 제정하려다 위헌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고 실패하자 행정부의 지침으로 만들어 기어이 실행시켰다.
무고죄 수사 유예 지침은 2018년 이른바 스튜디오 성폭력 사건 수사 때 처음 헌법소원이 청구됐지만 법률이 아닌 행정부의 지침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검찰 수사매뉴얼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의 수사중단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필자는 여전히 이 지침은 위헌이라고 생각하며, 무고죄 수사를 거부당한 국민이 수사 거부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를 시도해 제대로 본안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사회 분위기에서 위헌판정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누군가 어떤 것을 위헌적이라 주장하는데 이를 두고 헌법소원을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은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요건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기관이 '이제부터 남성은 쓰레기이고 여성은 천사이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 말 자체로는 권리의무 관계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남성에게 '나는 쓰레기입니다'라는 팻말을 차고 출근할 의무를 지운다면 이는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팻말 의무가 없다고 해서 남자는 쓰레기이며 여자는 천사다라는 말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될 수 없다.
필자가 백분토론에서 하려던 이야기는 이것이다.
입헌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국가의 통치작용으로 행해지는 여하한 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얼마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위헌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떤 면에서 위헌적인가를 묻는 것이 제대로 된 논의의 경로이지, 왜 헌법소원을 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논의의 정상경로를 방해하는 좋지 못한 대응이다.
이러한 대응이 결국 주장의 맥락은 지우고 일부 선정적 단어만을, 그것도 거짓으로 발췌해
-지금 한겨레와 이라영 작가의 행위처럼- 극단적 언사로 보이게 함으로써 비판적 견해를 공론장에서 말살하려는 비윤리적이며 반지성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필자는 토론회 당시에도 사회자의 잘못된 요약을 교정하였으나 한정된 시간과 토론의 원활한 진행을 고려해 최소한의 교정으로만 대처했다.
누구나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을 왜곡해 거짓된 말을 공적 매체에 쓸 페미니스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윤리관에 기반해 판단한 필자의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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