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를 움직인다는 제1의 언론이 이런 분석이나 받아 쓰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전쟁에서 조선일보가 속한 보수진영이 패배한 이유이다.
진보좌파가 설정한 의제와 그들이 설정한 틀에서 해석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라는 것을 한국의 보수는 여전히 모른다.
남편 몰래 소신투표하라고 독려한 미국 민주당의 막판 캠페인은 여성에 대해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고 남자 의견에 휘둘리는 존재로 취급한, 그야말로 여성비하 캠페인이었다. 약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모든 표현을 '혐오'로 낙인찍고 공격하던 워키즘(피씨주의)의 본질적인 부조리를 드러내주는 단면이다.
해리스가 애초 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흑인, 여성 등의 정체성 안배라는 민주당의 정치적 올바름 전략과 캠페인 덕이었다. 그러나 워키즘의 수혜로 부통령과 대통령 후보가 되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종과 성별을 넘어서는 실력을 입증하지 못한, 준비되지 않은 후보였다.
오히려 트럼프는 미국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여성이라서 그 자리에 임명된 게 아니라 트럼프 캠프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헌신을 약속했기 때문에 얻어낸 결과다.
워키즘은 약자인 여성과 흑인 등을 '할당'하고 '안배'해서 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평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의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력을 입증하고 헌신한 사람이 그에 맞는 보상을 얻을 때, 그것이 여자라거나 전통적 틀 안에서 약자라면 더 기꺼운 축하를 보낸다. 이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계의 하층민 남성들의 삶(때론 목숨까지도)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던 힐러리가 자신의 수많은 강자 정체성은 무시하고 오직 여성이라는 성별요소 하나만을 가지고 선거 패배 이유로 유리천장 탓을 하면 비웃음을 얻을 뿐이다.
그녀는 실제로는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에 결과로는 패배했다. 그녀를 선택한 국민이 더 많았는데 여기에 유리천장 논리를 대는 것은 맞지 않았다. 선거제도를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졌다고 하면 뭐 모르겠지만.
민주당은 워키즘과 피씨즘을 강화하는 정치를 했고, 그것이 오늘날 이민문제, 낙태문제, 트렌스젠더문제, 교육문제 등 모든 영역에서 대중들의 정서적 공포와 거부감을 키웠다. 경제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은 붙어있다. 물가가 오른 것에 대한 분노는 경제요인이지만, 먹고살기 힘든데 불법이민자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지원을 해주는 것은 정서적으로 반감을 갖게 한다.
워키즘과 피씨즘은 이러한 대중의 정서적 반감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시민의식이 없는, 이민자 혐오에 빠진 무지성 트럼프 지지자'로 낙인 찍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대해왔다. 그들 엘리트의 언어를 구사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정의도 평등도 아니라는 감정과 논리는 대중의 내면에 박히게 됐다.
정체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누구보다 먼저 캐치하고 제대로 공략해서 지지를 만들어낸 것이 트럼프의 정치력이다.
해리스가 여자라서 졌다는 분석은 피씨즘에 근거한 우격다짐의 논리일 뿐이다. 부통령까지 오른 여성에게 유리천장을 적용하는 자체가 맞지 않는다. 해리스는 유리천장 때문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리천장론의 수혜자다.
미국의 민주당 편향 언론들이 '유리천장'이라는 입증할 수 없는 피씨주의 개념으로 대선결과를 분석할수록 피씨즘, 워키즘에 넌덜머리가 난 대중들은 다시한 번 '입진보 엘리트'들의 상징 해리스 안뽑기를 잘했다고 확인할 것이다.
그나마 미국의 보수진영은 피씨즘, 워키즘에 대항하는 문화전쟁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진영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미국 좌파들의 (한국 좌파도 마찬가지)주장인 '유리천장' 타령을 받아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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