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윤석열 12.3 내란 수습의 핵심 동력은 응원봉 광장이고, 응원봉 광장의 주역은 2030 여성들이다. 이 2030 여성이 바로 동덕여대 민주화 투쟁의 주역이다."
장혜영 전 의원은 동덕여대 시위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포스팅을 한 듯하다. 그녀는 동덕여대 영페미니스트들의 폭력시위를 민주화 투쟁으로, 시위대를 민주화 운동가로 규정했다.
계엄을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시위에 젊은 여성들이 참석한 사실을 찬양하고 지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시위에 이용된 아이돌 그룹 응원봉과 K-pop 투쟁가는 여성들 특유의 팬덤 문화와 정치시위가 융합된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고, 계엄이라는 폭력적 행위에 대해 젊은 세대가 발랄하고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문화적 자극을 주었기에 기성세대의 상찬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동덕여대 시위대는 학내에서도 라커와 몽둥이가 아닌 응원봉을 들고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부르며 평화적이고 발랄하게 학교의 반민주적 행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어야 민주화 투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은가?
동덕여대 시위대를 민주화 투쟁의 주역이라 할 수 있을까?
동덕여대생들은 재학생에게 중요한 기회였던 취업박람회장을 폭력적으로 부수고, 라커칠과 기물파손으로 학교 내 거의 모든 시설물을 광범위하게 파괴했다.
졸업발표회를 준비한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물리력을 동원해 막으려 했고, 집단적 위협을 가해 교수에게 시위대 지지 입장문을 낭독하게 했다. 교수의 연구실 출입을 금지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설립자 흉상에 대한 오물테러를 하고, 교수와 경찰에 대한 폭언과 위협도 행했고, 학교의 홈페이지를 다운시켜 학사일정을 마비시키기 위해 디도스 공격도 감행했다.
이 모든 상황이 학교측이나 경찰 등과 물리적 대치 혹은 탄압이 있었던 가운데 벌어진 일이 아니다. 학생들이 모여 갑자기 집단적 폭력성을 자가발전시키더니 불과 수일만에 벌인 일들이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급진적 폭력행위에 대해 '총학생회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폭력시위가 사회적 문제가 된 지금, 동덕여대 학생들은 자신들은 그저 정당한 시위를 했을 뿐 폭력행위를 한 적이 아예 없으며 오히려 반민주적인 학교측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장혜영 전 의원같은 페미니스트들만이 이들의 행위를 민주화 투쟁으로 격상시켜 찬양할 뿐, 동덕여대 학생들의 폭력적 시위는 계엄 이전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장혜영 전 의원의 주장처럼 응원봉을 들고 발랄진지하게 민주주의를 외친 여성들과 동덕여대 안의 거칠고 폭력적인 시위대는 동일한 여성들이 맞다. 그러나 응원봉 광장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들이 곧 민주투사가 될 수는 없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는 남성이 집안에서 폭력적이거나 권위적인 행동을 했을때, 페미니스트들은 민주화 운동 이력을 감안해 그 '죄'를 용서해주거나 경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화 운동의 이력이 양형에 가중되어 더 가혹한 처벌과 책임이 따른다.
사회운동단체나 진보정당의 남성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성적 행동과 관련된 경우 실정법이나 사회일반의 인식에서 경미한 수준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이들 조직 안에서는 용서받지 못한다. 영원히 퇴출되거나 낙인 속에 살아야 한다.
이들이 세속적 기준과 다른 책임을 지우는 이유는 주장과 실천은 일관되어야 하고, 이를 더 가혹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면 자신들 운동의 정당성이 훼손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의 명백한 폭력행위마저 민주화 투쟁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예 개념을 조작해 정의를 바꾸는 것이다.
이들이 폭력의 개념을 조작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러링'이다. 폭력에 대한 당파적 해석은 비단 한 진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진영처럼 폭력을 휘두르면서 '미러링'은 정의구현이라 주장하거나, 모두가 확인한 폭력행위를 일체 없었다고 우기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이들의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비판하고 제동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행위를 부추기고 정의구현이라 지지해온 결과가 오늘날 동덕여대 영페미니스트들의 인식을 만든 것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평화적인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교 안에서 그녀들이 벌인 폭력과 폭력적 행위들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학교의 반민주성이 시위대의 폭력을 무조건 정당화시켜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것대로, 이것은 이것대로 다른 행위에는 각각 다른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야말로 응원봉 광장의 민주주의 또한 정당해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