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가 곧 진보정치다...본원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이다. '고통과 억압에 대한 민감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여성의 대표성과 정당의 진보성이 정확하게 비례한다" (중앙대 독문과 김누리 교수의 한겨레 칼럼)

"군가산점 등 보수적이자 자신들의 권익에 목숨거는 이대남들과 진보적이고 동물을 사랑하고 생태적이며, 성평등에 열려있는 이대녀와의 생각차는 이미 상호 교류의 범위를 넘어선 듯하다. 다음 시대는 역시 여왕벌 시대가 되어야 할 것"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더불어시민당 대표 우희종 교수의 페이스북 포스팅)

"페미니즘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이념이 아니다. 이 시대 삶의 기본값이다. 세상이 변했다. 이해하기 힘들면 외워야 한다"(작사가, JNH뮤직 이주엽 대표의 한국일보 칼럼)

우선 '여성정치가 곧 진보정치'이며 '독일의 경우에는 여성의 대표성과 정당의 진보성이 정확하게 비례한다'라는 김누리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증 사례는 매우 많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형제들' 정당 출신 조르자 멜로니 총리,
프랑스 '국민연합' 정당 대표인 마린 르펜,
독일 '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의 대표인 알리체 바이젤,
최단기 사퇴라는 불명예 이력을 남긴 영국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 등,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급진우파 정당-필자는 극우라고 불리는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급진우파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다. '극우'라는 용어의 정의가 당파적이고 자의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의 대표 정치인들은 여성이다.

트러스 전 총리처럼 '극우'로 분류되지 않지만 보수세력인 보수정당, 중도우파 정당의 여성 대표들도 많다. 김누리 교수가 예로 든 독일의 최장수 총리 메르켈도 보수정당의 정치인이었다.

이탈리아 형제들당 출신의 조르지 멜로니 총리

프랑스 급진우파의 대표 여성정치인인 마린 르펜

최근 급부상한 독일 급진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의 바이델 대표. 레즈비언이다.

최단기 사퇴라는 기록을 남긴 영국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

더불어시민당의 대표였던 우희종 교수는 "진보적이고 동물을 사랑하고 생태적이며, 성평등에 열려있는 이대녀"라고 주장하면서 '여성 진보론'을 폈는데, 1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여성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주요 정책은 '반이민, 반난민'이었다.

반이민과 반난민은 진보진영이 상대를 극우로 규정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하는 사례이다.

'여성이 본원적으로 약자와 고통에 민감하여 진보적이기 때문에 여성정치가 곧 진보정치'라는 주장은 위 사례들만으로도 기각된다.

한국의 경우: 이대녀는 진보 이대남은 극우?

최근 계엄과 탄핵재판 국면에서 이십대 여성들은 탄핵촉구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반면 20대 남성들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녀는 진보적, 이대남은 극우라는 프레임이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페미니스트 진영과 86세대 남성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이들은 서부지법에 난입했다 체포된 이들이 대부분 젊은 남성이라는 사실을 특히 부각하여 '이대남은 극우'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대녀가 나라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지킬때 극우일베화된 이대남들은 탄핵을 반대하고 계엄을 옹호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러한가?

이러한 주장의 맹점은 현상에 맞춰 주장을 펴는 게 아니라, 주장에 맞춰 현상을 선택적으로 꿰어맞춘다는 것이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남녀라는 성별로 갈등을 부추기기 시작한 것은 소셜미디어상의 여성들과 페미니즘 진영의 매체들이었다.

이대남을 극우일베로 낙인찍는 페미니즘 매체의 기사


탄핵촉구 집회에서 아이돌 응원봉과 K-pop으로 무장한 젊은 여성들의 존재는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고 문화적으로 신선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이 젊은 여성들은 온갖 매체의 상찬을 받았다.

계엄에 대한 반대, 탄핵에 대한 찬성 비율은 남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집회가 시작되면서 여성을 부각하고 상대적으로 남성을 비하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집회 참석여부가 진보와 극우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이들은 계속 이대남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려 했다.

계엄 국면에서 명령에 해태하며 시민들에게 총을 들지 않았던 MZ세대 남성군인들의 행동은 민주주의 수호행위로 상찬하지 않으면서,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만을 구국의 수호대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행위는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도,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서도 권장되어서는 안된다.

이대남 극우화의 사례로 꼽는 서부지법 집회에 참석한 2030남녀의 비율은 여성이 오히려 살짝 높다. 여성은 폭력행위에 가담하지 않아 검거된 남성의 수가 많았다.
탄핵촉구 여의도 집회의 남녀참석비율

탄핵반대 한남동 집회의 남녀참석비율

탄핵반대 진영의 젊고 어린 여성들

또 한가지 여성진보, 남성극우 주장에 반대되는 사례가 있다.

현재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고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 중이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상대를 반헌법극우세력이라 비난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상대를 극좌국가부정세력이라 비난한다.

계엄초기에는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을 촉구했던 여론이 크게 우세했다. 그런데 탄핵재판 국면에 들어서면서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학생들의 연이은 시국선언 등 젊은 남녀를 아우른 청년층의 탄핵반대 기류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이 청년들의 행동을 특별하게 언급하면서 이들은 미디어에 더 많이 노출됐다.

그 가운데서도 탄핵반대를 주도하는 젊은 여성들의 존재가 눈에 띈다. 이들은 '탄대청(탄핵반대청년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거나 대학의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하며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진보진영이 본원적으로 진보적이라 상찬하던 여성들, 민주주의를 수호한 구국의 전사로 등극시킨 젊은 여성들이, 그들이 '극우'라며 증오하고 비난하는 세력의 전위에 등장한 것이다.

탄대청의 공동대표인 젊은 여성(유튜브 화면 캡처)

서울대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젊은 여성들(유튜브 화면 캡처)
대통령을 응원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서울대 여학생(유튜브 화면 캡처)


이러한 현상들은 이대녀는 진보, 이대남은 극우라는 페미니즘 진영과 86세대 남성들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

그들이 극우의 소통장이라 주장하는 한 남초커뮤니티에는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분노의 글이 가득하다. 공개된 게시판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다. 탄핵반대 집회현장에는 2030 젊은 여성들의 참석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여전히 이대남 일베화, 남성 극우화 선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한 낙인에 대한 분노 때문에 탄핵에 찬성하는 남성들일지라도 탄핵촉구 집회에는 나가지 않거나, 진보진영과 86세대 남성들에 대한 반감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년남성들이 진보진영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그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찌질한 남자애들이 극우화됐다며 재차 밀어낸다.

(사족: 세계의 진보좌파들의 태도는 대체로 비슷하다. 자신들이 집권을 하면 정의가 승리한 것이고, 자신들의 실패로 우파나 급진우파가 집권을 하면 국민이 우경화, 극우화됐다며 대중에게 책임을 돌린다. 잘된 것은 언제나 나의 공이지만, 잘못된 것은 언제나 남의 탓이다.)

극우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이제 현상에 맞게 주장과 결론을 바꾸고 책임있는 말을 해야 할 때다.

먼저 '극우'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난민에 반대하는 것이 극우라면 페미니스트는 극우에 해당한다. 특히 영페미니스트 집단은 트렌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극렬한 반감을 표한다. 위 이주엽 칼럼니스트는 '페미니즘은 이 시대 삶의 기본값'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이 시대에 극우라 규정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 집단이다. 진보진영은 페미니스트 집단을 극우라 규정하는 데에 동의하겠는가?

극우라는 개념에 대한 더 엄밀한 정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극우'는 곧 불의한 존재로 규정되는 상황에서는 반대자에 대한 낙인찍기로 남용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또한 여성이 본원적으로 진보적이라거나, 여성정치는 진보정치라는 주장은 틀렸다. 틀렸을 뿐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을 근거로 한 집단의 우월성을 논하는 것은 인종주의적 발상이므로 위험하다. 이러한 주장이 더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책임있는 말을 해야한다. 탄핵촉구 집회에 젊은 여성들이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이대남이 극우화 되었다는 근거가 될수는 없다.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적극 참여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여성극우화의 근거가 될수도 없다.

성별을 나눠 한쪽만을 상찬하는 행위, 또는 비난하고, 낙인찍고, 매도하는 행위가 용인되거나 권장되지 않아야 한다는 합의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양쪽 진영이 모두 추구하는 민주주의에 더 부합한 행동일 것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먼저 그러한 주장이나 보도를 멈추도록 촉구해 주었으면 한다. 위 김누리 교수나 우희종 대표같은 지식인들이 자신의 틀린 발언에 대해 정정하고 청년세대의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인의 책임있는 행동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