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커플 유튜브를 즐겨보는데 프랑스 남편이 한국여자 특성 중 안좋은걸 물어보니까 "애기처럼 말하는 거"라고 한다. 왜 성인이 애기처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그거 정말 힘이 들다고 하는데 공감이 됐다.

한국에서는 어린 여성들이 혀짧은 소리내고 코맹맹 소리내고 무슨 말을 하면 자동으로 "정말?" "아, 진짜요?" 되묻는게 대화의 문법이 됐다. 여성들의 언어습관을 두고 '애기어'와 '여자어'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애기어와 여자어의 사용은 어쨌든 여성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이를 사용했을 때 얻게 되는 유무형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진영이 언어에서도 탈코르셋을 해야한다고 계몽하지만 쉬이 바뀌지 않는다. 문화적 압력 또한 남성들에게 여자들의 이중언어인 '여자어'를 학습하라는 쪽으로 강화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연인이나 부부사이에서 여자가 하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아맞추는 코미디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실 여성과 똑같아서 여성혐오라는 사례: SNL 주기자가 간다

여성들의 애기어 현상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재연한 게 SNL의 주현영 기자다. 주기자의 연기는 현실과 씽크로율이 너무 높아 20대 여성들 자신마저 완벽한 현실고증이라며 감탄할 정도였다. 그런데 일부 여성기자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미숙한 존재로 표현한 여성혐오라며 분노했다. 사실이라 해도 성별화된 풍자이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것이다.

20대 여성의 말투를 그대로 고증했다는 이유로 여성혐오가 된 SNL '주기자가 간다'

현실 여성들의 대화 속 말투를 수집해 재연하자 여성혐오가 된 사례: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등장했을 때 이루다의 말투에 대해서도 페미니스트 진영은 똑같은 비난을 했다. 여대생이라는 설정과 귀여운 말투가 여성을 대상화하고 수동적이고 귀여운 여성상을 스테레오타입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수동적이고 의존적이고 귀여움에 집착하는 말투를 쓴것이 성차별이자 여성혐오라고 주장한 페미니스트 진영


그런데 이루다의 말투와 대응은 실제 연인간의 대화를 백억건 이상 수집해 학습시킨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연인이나 타인과의 대화에서 통상적, 평균적, 보편적으로 구사하는 언어습관을 인공지능이 재연한 것에 가까웠다.

드라마 속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캐릭터 묘사가 여성혐오가 된 사례: 의사요한 간호사들

여성에 대한 표현검열은 또 있다. 한 드라마는 극중 감초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여성 간호사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성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고 수정을 해야 했다. 처음 제작진이 만든 간호사 두 명에 대한 각각의 설명은 이러했다.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책맞고 오지랖 넓은 캐릭터를 코믹하게 묘사한 것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를 사사건건 알아야 하고 퍼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수다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아줌마

▷외래 환자 몇 안 되는 통증센터 접수처를 꿰차고 앉아 틈틈이 먹고, 먹다가 퇴근하던 일상

드라마 속 여성캐릭터 성격묘사가 부정적이므로 성차별이라는 허프포스트


그런데 페미니스트 진영이 이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간호사에 대한 직업적 존중이 없고, 여성을 폄하하는 '아줌마'라는 표현도 문제이고, 캐릭터를 지나치게 사적이고 성차별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등장인물 표기를 아래와 같이 수정해야 했다.

▷손도 눈치도 빠른 베테랑으로 통증의학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모두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통증팀원들과 손발을 맞춰나가며 성장한다. 마르고 왜소한 체격이지만 반전으로 대식가에 인기 먹방 채널을 운영 중

드라마 제작진은 여성감초 캐릭터의 설명을 수정했다

페미니스트 진영의 항의로 등장인물 소개는 바뀌었다. 감초로서 개성이 느껴지던 설명은 밋밋하고 평면적인 성격묘사로 바뀌었다. 수다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여성을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여성으로 바꾸면 여성지위가 향상되고 성차별이 사라지는 것인가?

대치맘의 특성을 복사기처럼 묘사해 여성혐오가 된 사례: 이수지의 대치동 제이미맘

최근에는 코미디언 이수지가 재연한 대치동 제이미맘이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인간복사기라 불릴 정도로 캐릭터 재연을 잘하는 이수지가 이번에는 열성적 사교육의 상징 대치동맘을 패러디해 대히트를 쳤다. 페미니스트 기자들은 이번에도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현실고증이 완벽하다 해도 풍자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니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들은 부동산이나 사교육의 문제를 결국 여성의 책임으로 지우는 여성혐오가 재이미맘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연된다고 주장한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포함되면 많은 대중이 유쾌하게 웃고 즐겨도 혐오표현물이 된다. 페미니스트 진영의 문화검열이 만든 현상이다. 한겨레21의 제이미맘 비판기사.


위 사례들에서 페미니스트 진영의 주장은 똑같다. 여성에 대한 긍정적이지 않은 표현은 설사 그것이 사실적이라 해도 금지하라는 것이다. 즉, 여성은 약자이므로 풍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현실의 여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도 문화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여성혐오라는 논리다.

결국 이들의 논리에서 도출되는 행동은 대중문화 속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부정적 표현을 금지하라는 요구다. 일부 제작자와 창작자들은 이러한 요구에 굴복하기도 한다. 굴복보다 더 위험한 건 창작자들이 여성에 대한 표현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 사회의 문화수준을 퇴행시키는 일이다.

여성에 대해서만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사회

지금의 한국사회는 여성에 대한 정직한 묘사가 금기시된다. 여성의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솔직 또는 정직하게 표현하는 콘텐츠는 'SNL' 정도다. 간혹 결혼지옥이나 이혼숙려캠프, 금쪽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여성들의 부정적 행동이나 속성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지만 창작물과는 다르다.

페미니스트 진영의 주장 때문에 여성에 대한 표현의 영역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됐다. 인간이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부정적인 속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 한다. 여성은 비판과 놀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잣대다.

남성과 여성 모두 무오류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정하게 인정하는 것이 여성도 인간이라는 주장에 걸맞는 행동이다. 여성도 옳지 않은 일을 행하고, 범죄도 저지르고, 부정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들갑스러운 아줌마'를 단지 표현물에서 금지해 없는 존재로 만들려는 벌거벗은 임금님같은 행동을 멈추지 않는가?

'여성'이라는 지위를 모든 상황에서 예외 없이 약자, 피해자의 위치에만 놓으려는 집착은 결국 유무형의 검열로 작동해 문화적 퇴행을 낳는다. 피해자라는 지위가 권력이 될수록 사회의 분배체계는 왜곡되고 갈등으로 이어진다. 페미니스트 진영은 자신이 신봉하는 이데올로기에 세상을 맞추려는 이기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고에 빠져있다. 그들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한다. 자신들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SNL의 크루들. 여성혐오 논란 속에서도 여성을 솔직하게 풍자하는 프로그램이다

부디 이수지와 SNL이 페미니스트 진영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유쾌한 풍자를 이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