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오염 물결’에 맞서는 ‘거룩한 방파제’ 되겠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집회를 보도한 주간지 <시사인>의 기사 제목이다.
<시사인>은 '마음대로 짐승처럼 살고싶은 차별금지법 주장자'들에 맞서 '음란의 쓰나미를 막을 거룩한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한 목사의 설교를 인용했다.

시사인의 반퀴어집회 보도기사


<시사인>은 진보매체인만큼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기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기사의 톤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의 견해 중 가장 신심이 깊은,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이질적으로 들리는 '종교적' 언사를 뽑아서 보도한다.

물론 종교계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동성애, 동성혼 문제다. 그러나 같은 설교에서 위 목사는 '차별금지법의 실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언급한 반퀴어집회 목사의 발언


수년 전 페미니스트 진영은 페미니즘 비판자들을 공개토론회에 섭외한 국회의원을 비난하며, 필자와 다른 토론자 모두를 사회적 토론의 장에서 매장시키려 했다. 결국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토론을 거부하는 것이 명백한 자신들의 비민주적 행위를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정당화했다.

'우리가 공론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행동은 정당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공연하게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발언하는 사람들이며, 여성혐오자들이며, 5.18을 부인하는 망언자와 같은 사람들이다. 5.18 토론회에 망언자를 부르는 것이 맞는가? 앞으로도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망언자와 같은 그들은 공론장에서 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고,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진영에 대한 비판은 혐오라 치부하며, 반대자에게 혐오자의 낙인을 찍어 공론의 장에서 매장시켰던 수년 전의 그들이 오늘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며, 그 법안에서 말하는 '차별'이라는 개념을 규정할 권한을 가진 진영의 이론가들이기도 하다.

차별금지법이 없는 지금도 그들은 실력행사를 통해 간단하게 반대자의 사회적 발언을 금지시킬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행사한다. 이제 자신들의 언어경찰 행위를 법으로 정당화하는 절차를 마무리하려 한다.

페미니스트 이나영교수 등의 반대로 무산된 토론회. 페미니즘 비판자는 공론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나는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표현이 허용되는 사회가,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표현이 금지되고 처벌되는 사회보다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이미 '여성을 혐오할 자유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하며 수많은 표현에 대해 여성혐오의 혐의를 씌워 금지시키고 있다. 다만 법에 의한 금지가 아직 아닐 뿐이다. <시사인>과 같은 진보매체들이 이러한 문화적 억압의 주요 행위자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종교계의 아쉬운 대응

한편으로 종교계의 차별금지법 대응은 아쉽다.
종교인으로서 동성애 등 퀴어 문제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또한 개인의 윤리적,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자유이고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공동체가 법으로 금지해야 할 일에 대한 논의에서는 개인적 신념보다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자유와 권리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이 종교인과 비종교인 모두에게 위험하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는 위 목사님의 발언에 포함되어 있듯 사회구성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인 법'이라는 본질에 있다. 그 뿐 아니라 입증책임의 문제, 포괄적 규정으로 인한 자의적 법적용의 위험성, 많은 영역에서 갈등의 심화와 소송의 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 예견되는 문제들이 매우 많다.

진보매체들은 이날 종교계 집회를 두고 스스럼없이 '혐오'집회라 규정한다. 종교적 언사만을 부각시킨 제목을 통해 세속국가 속 이질적인 문화 지체 집단으로 보이도록 한다. 이것이 반대자에 대한 진보진영의 낙인 전략이다.
'음란의 쓰나미를 막을 거룩한 방파제'와 같은 종교적 언사와 그 엄숙함은 대중에게 이질감을 주고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페미니스트 집단 또한 리얼돌을 강간인형이라며 금지하라는 시위를 벌이는 기이한 행동을 진지하게 한다.

페미니스트 진영은 남성들이 섹스인형과 뒹굴며 자위라는 음란한 행동을 하는 것은 강간연습이며 연습 후 실제 여성을 대상으로 실행한다는 논리를 편다. 성인물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전용 합법행사를 성폭력이라며 막아서기도 한다. 이들은 성적인 도구와 표현물을 금지하는 일에 매우 열성적이며 진지하다.

남성들이 리얼돌에게 무조건 강간행위를 할 것이라 추정하는 페미니스트

리얼돌이 강간인형이라는 페미니스트


오늘날 리얼돌 금지, 포르노 금지, 성적 표현 금지, 성적 대상화 금지, 성상품화 금지, 성인사이트 접속금지 등 음란에 맞서는 거룩한 방파제를 가장 강력하게 세우고 있는 세력은 한국의 페미니스트와 좌파진영인데, 이들과 맞선 종교계 또한 음란에 맞선 방파제를 세우겠다고 한다.

성적 자유와 성적 표현의 자유, 음란할 자유를 위해 싸워줄 세력은 이제 우리사회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대립의 전선을 보며 한편으로 느껴지는 서글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