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먼저 묻고 싶다.

현존하는 남성만의 병역의무는 차별금지법에 따르자면 차별인가 아닌가?

차별금지법제정 세력에 속한 사람 중, 현재의 병역제도가 국가권력에 의한 성차별이기 때문에 폐지되거나 평등하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이 사실이 우선 놀랍다.

본론에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먼저 묻고싶다. 현존하는 남성만의 병역의무는 차별금지법에 따르자면 차별인가 아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을 제정해 존재하는 차별을 없애고 새로운 차별 또한 금지하겠다는 세력에 속한 사람 중, 현재의 병역제도가 국가권력에 의한 성차별이기 때문에 폐지되거나 평등하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이 사실이 우선 놀랍다.

이들이 병역 관련 차별의제로 올리는 사안은 군대 내 성폭력, 성소수자 군인의 인권과 같은 이슈다. 병역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다.

병역제도는 차별금지법 조항에서 차별을 규정하는 아래 스물여섯가지 요소 중 첫번째인 '성별'에 따른 차별인가 아닌가?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ㆍ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

성별을 가장 우선의 차별기준 요소로 취급하는 세력이라면 성차별 병역제도에 대한 입장을 말해야 한다. 차별인지 아닌지, 차별이지만 정당한 차별인지, 부당한 차별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별이 아니라면 왜 아닌지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차별철폐와 성평등을 외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기만에 해당한다.

이들은 병역제도나 여성할당제, 전과자(특히 성범죄자)의 직업선택 권리 제한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모두 차별금지법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논의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러면서 헌법적 권리인 임증책임의 원칙,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권리,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이나 헌법, 헌법정신을 간단히 무력화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종류의 차별은 기존법 우선 논리로 존치시키고, 자신들의 원하는 금지는 기존법과 충돌하거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개의치 않고 법조항을 만든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이들이 진정한 목표가 차별의 금지와 평등인지(평등이라는 개념의 문제는 논외로 친다),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통제해 권력을 획득하려는 분별없는 욕망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고, 선한 의도로 충만한 사람들이 추진한다고 해서 선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차별금지법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권인숙, 이상민 의원 등이 발의한 평등법(차별금지법 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동안 진보좌파 진영은 꾸준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왔고, 현재 '차별금지법제정연대'라는 조직체를 만들어 '지금당장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25년 현재, 원민경 여가부장관 후보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은 보수와 진보의 입장차이를 상징하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예를 보면 진보 인사들이 내부권력을 차지하면 차별금지법 도입을 촉구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소극적이 된다. 현재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전선은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정당과 보수기독교계 두 연합세력이 법안 반대를, 진보좌파시민운동 진영이 도입을 요구하며 싸우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소극적 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양 세력의 문제를 보면 반대하는 보수진영은 정교한 헌법적 논리로 차별금지법 반대입장을 정리하기보다는 '동성애 반대'라는 종교계의 압력때문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진보진영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세력을 '혐오세력, 차별세력'이라 낙인찍고 법안에 대한 우려를 반대자의 악의적인 선동으로 취급한다.

특히 차별을 금지하고 표현으로 누군가를 혐오하지 말자고 하는 사람들이 반대자에 대해서는 쉽사리 혐오주의자 낙인을 찍는다. 이를 볼때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정의관에 의문이 들수밖에 없다. 이들은 악의와 불의에서 언제나 자신을 제외시킨다. 이 글 또한 차별금지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도입에 반대하는 견해를 표명하는 글이므로 필자에게도 혐오주의자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

필자는 최근 8년 동안 국가기관의 통제 때문에 표현의 제약이나 자기검열을 당한 적은 없다. 그러나 진보좌파 세력의 혐오표현 공세, 혐오자 낙인, 공적발언 금지로 인해 표현에 제약을 받고 공격을 당해왔다. 다양성을 주장하면서 이념적 다양성만은 용납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허락하지 않은 표현은 금지하는 진보좌파 진영은 이미 정의로운 세력이 아니다. 스스로 정의롭다고 주장한다 해서 정의롭다는 영예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차별금지법의 문제는 여러가지다. 즉각 제정을 주장하는 진보진영은 여러 위험요소와 위헌요소를 오도하거나 왜곡한다. 이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지만 그들에게 책임이나 윤리의식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졌다. 어쨌든 위헌요소와 위험요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둠으로써 22대 국회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차별금지법이라는 사안이 공론의 장에서 정당하게 다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