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은 법문 상의 문제와 법안 자체의 정체성 문제가 함께 있다. 인간에 비유하자면 신체와 정신 모두에 심대한 문제를 가진 법이다.

우선 법조항을 하나하나 보면서 법문 상의 문제를 다루는데, 분석의 대상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2110822]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상민의원 등 24인)법안이다.

이 법안을 택한 이유는 발의에 동참한 의원의 수가 가장 많고, 이상민 전 의원 자신이 법률가 출신의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두 발의자인 정의당의 장혜영 전 의원처럼 소수파이거나, 페미니스트인 권인숙 전 의원처럼 급진적인 부류가 아닌, 민주당이라는 진보진영의 주류에 해당해서다.

발의자가 다를지라도 차별금지법(또는 평등법)의 법문은 같은 목적과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법이기 때문에 대부분 내용적으로 유사하다.

1. 간접차별 인정으로 과대 규제의 위험이 예상되는 법

차별금지법 4조 3항은 간접차별을 다룬다. 4조 2항과 3항은 불명확성과 과대 규제위험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모두 위험하다. 특히 4조 3항은 차별금지법이 왜 문제인가를 말할 때 두 손가락 안에 꼽을만큼 문제적인 조항이다.

제4조 ③: 제2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 기준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그 기준의 합리성 또는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도 차별로 본다.

위 4조 3항에 따르면 중립적 기준에 따라 채용을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특정 성별이 많이 뽑혔다면 이는 차별에 해당하고,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정당했다는 것을 차별가해자로 지목된 자(기업이나 기관)가 해야한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개인이 존재하는 한 이 조항은 전가의 보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분쟁이 예상되는 영역 중 채용문제를 보면, 어떤 사람이 선망되는 일자리에 떨어졌다고 하자. 3항을 적용하면 엄청난 분쟁이 따른다. 예를 들어 이공계 고임금 직종 공채에 남성들이 많이 뽑혔다. 탈락한 여성들이 최종합격자의 성비불균형을 이유로 차별이라 제소를 한다. 그러면 해당업계에 여성의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3항에 따라 차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고위직 임원승진에 탈락한 여성이 제소를 하는 경우도 유사한 구조의 사안이다.

보통 차별을 판정할 때 해당 범주의 인구분포와 비교해서 일정 퍼센트에 못미치면 불리한 결과가 있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간접차별을 인정하는 기준이 그렇다.

한국의 정치권은 공무원 채용에 여성들 합격율이 낮다는 이유로 한 성이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무원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만들었다. 이 기준은 당연히 과학적이지 않다. 남녀인구가 반반이니 절반씩은 채용해야 하는데 시험성적이라는 현실적 기준을 무시하지는 못하니 그냥 페미니스트 진영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다.

이 조항의 문제는 개인의 실력과 적합성이 아닌 집단의 정체성으로 행위를 판정하기 때문에 개인들이 피해나 이득을 얻는다는 점이다. 채용기준에 적합해서 채용된 남성은 특정 성별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의 수혜를 입은 사람이 되고, 채용기준에 부적합해 탈락한 여성은 차별의 피해자가 된다. 여기에서 개인이라는 조건은 사라진다. 기업의 취업기준은 적합한 개인을 채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성별집단의 균형적 선발을 위해 쓰이는 도구가 아니다.

기업은 채용절차가 공정했음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가? 지원자의 성별 비율을 구분하고, 해당 지원자들의 스펙과 응시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오직 채용을 위해서만 제공하고 폐기하기로 약속한 개인정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이들은 이 법 38조에 정보공개 의무조항을 만들어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속한 대상자군과 대비한 평가 항목별 등위표,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문서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 또는 임용권자가 이를 거부하면 곧 차별로 추정한다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등위표를 조작하지 않는 한 고득점자부터 합격처리가 되고, 평가항목에는 정성·정량적 평가가 포함될 것이다. 정성적 평가의 공정성은 어떻게 입증할 수 있으며, 해석에 해당하는 이 기준에 대해 승복이 가능한가?

학문적 업적에 수여하는 학술상, 정교수 임용, 기관의 임원승진 등 모두 결과로서 남성의 비율이 높다면 기준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가?

경찰채용시험의 경우를 보자. 범인의 검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체력평가 기준으로 팔굽혀펴기와 달리기를 두었더니 여성들이 대거 떨어진다면 이는 합리성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성계의 항의로 경찰채용시 체력기준은 일괄 합격선을 낮추었다.

환경미화원 채용시 체력시험 규정에서 여성들이 대거 불합격하니 인권위원회는 이를 시정하라 권고했다. 인권위원회는 이를 차별시정조치라고 한다. 외견상 공정한 제도로 보여도 여성들이 불합격하니 차별제도라는 논리다.

이처럼 법이 없어도 이미 간접차별 논리가 제도에 파고들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법안을 만들려는 이유는 매우 논리적으로 불명확한 할당제를 사실상 삶의 전 영역에 공적 강제로 도입하려는 의도다.

간접차별논리는 함부로 법제화해서는 안된다. 어떠한 개인이 기준이 부당해 피해를 입었다면, 기준 가운데 부당한 그 요소를 제시해서 직접차별을 해결해야지 결과로서 차별을 도출하겠다는 발상은 불합리하고 정당성이 없다. 기회의 평등을 무력화시키고 결과의 평등을 옹호하는 논리다.

또한 어떠한 기준이 업무상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근거를 차별이라 주장하는 쪽이 제시해야 함에도, 합리성과 정당성이라는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평가개념을 자신들이 의도하는 쪽으로 구부리려는 의도다.

장애인 고용은 전체 장애인의 인구분포보다 언제나 적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장애인 채용을 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 이 인구분포비율을 기준으로 곧바로 장애인 차별이라 할 수 있는가?

'업무상 유관성'은 4조 2항의 '정당한 사유 없이'에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업무상 유관성이 부족해 채용하지 않았다 해도 3항의 간접차별로 문제삼으면 세세하게 입증하기 어렵다. 입증책임을 가진 쪽에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

이 간접차별 조항은 단순히 기업이나 기관 뿐 아니라 사람을 뽑아서 운영하는 크고작은 모든 영역에 던져질 혼돈과 갈등의 불씨다.

2. 법의 영향력에 대한 완벽한 경시

법은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법의 영향에 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분야가 세분화 되어있어 내가 해당자가 아닐 경우 큰 불편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은 전 분야에 걸쳐 거의 모든 사람에게 충격을 미치면서도 부담을 과소평가한다. 이는 자신이 추상적으로 이해한 개념에 대해 각자 본인의 생각대로 이해하고, 법률을 명확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무책임한 착각에 빠진 존재가 운동가나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입법자들이라는 데에 있다.

입법자가 이런 행위를 숙고없이 하는 이유는 이 법안을 격렬하게 추진하는 진보좌파 운동세력의 영향력 때문이다. 인권과 다양성, 사회진보 등 좋아'보이는' 것들을 위해 앞장서는 정치인이라는 명분은 권력자의 명예욕을 충족한다. 이데올로기 집단은 이러한 운동을 통해 끝없이 경계를 확대해 새로운 산업을 만든다.

합리성이란 기업이든 정치든 우리 사회 각 분야들이 그 기능과 목적에 맞게 의사소통하고 굴러가도록 하는 개념이다. 일에 대한 평가는 업무수행능력 평가로 하면 된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능력 외의 기준을 강제하는 자체가 엉터리이며 합리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인구분포 기준을 따지고, 개인이 아닌 집단적 속성을 결부시키고, 분란을 일으키는 장치를 만들어서 차별을 없애겠다는 접근방식의 차별금지법이 그 예다.

이들이 법문에 넣은 '합리성'과 '정당성'이라는 개념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고무줄처럼 왜곡적용이 가능하다. 중립적 기준 외에 합리성과 정당성을 더 입증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떤 것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