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선옥의 눈] 모든 미투는 유의미하다. 단,
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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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8 12:07 | 최종 수정 2024.06.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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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에서 피의자들의 징역형이 확정된 후, 스튜디오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 유튜버는 '모든 미투는 유의미하다’고 했다.
그렇다. 단,
주간경향 연재-9(원본링크)
2016년 문단 내 성폭력의 대표 가해자로 지목된 한 시인에 대한 보도 후 50여개 매체가 정정보도를 했다. 특히 <한국일보>와 영화주간지 <씨네21>, <프레시안>은 2016년 보도에 대해 법원 판결이 난 2019년에야 정정보도문을 냈다.
법원은 해당 시인에 대해 제기된 모든 성폭력 의혹이 허위라고 판결했다. 폭로한 여성들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일부 언론과 기자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배상의 책임도 지게 됐다.
한 유명 배우는 성폭력 가해자로 공개 지목된 뒤 자살을 선택했다. 언론은 ‘미투운동’에 끼칠 피해를 먼저 우려했고, 죽음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이어졌다. 가해자에게는 죽을 권리가 없다며 분노하는 여성운동가도 있었다.
또 다른 배우는 십수 년 전의 일이 성추행 가해로 폭로되었다가 결국 1년여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폭로 당시 각종 매체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정은 없었다.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은 사건들도 많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목숨을 끊었고, 동아대에서는 학생이 붙인 거짓 대자보로 성추행 혐의를 받은 교수가 자살했다.
스쿨 미투운동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들도 있다.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경찰 조사 결과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해당 학생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선처를 호소했으나 교육청과 청소년인권단체, 학교의 제재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는 성추행 교사라는 낙인으로 괴로워하다 목을 맸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스쿨 미투 가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투신했다.
최근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남성 페미니스트 교사의 성교육 수업이 문제가 되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신고했고, 학교와 교육청은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대응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 미투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매뉴얼이다.
성평등 운동에 앞장선 이력이 있는 해당 남자교사는 소명절차도 없이 강행되는 교육청의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여성계의 반응은 나뉜다. 교육청의 관료적인 조치를 비판하면서 교사를 지지하는 쪽과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별 위계의 맥락에서 학생들을 옹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중이다.
지난 4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성희롱·성차별로 신고당한 경우, 신고를 당한 사람이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시민들의 반발로 일시 철회했다.
이외에도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형사법상 대원칙들을 무력화시키는 법안들이 미투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대기 중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피의자들의 징역형이 확정된 후 스튜디오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 유튜버는 ‘모든 미투는 유의미하다’고 했다.
그렇다.
단, 미투운동가들이 위에 열거한(다 열거하지 못한) 많은 불행한 사건들에 대한 비판지점을 돌아보면서 반성적 성찰을 함께 할 때에야, 온전히 그렇다.
<이선옥 작가·이선옥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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